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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근심의 패배 - 다자이 오사무 본심은 저세상에서 말해라. 그런 말이 있다. 진짜 사랑의 실증은 이 세상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지정할 수 없는 걸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도무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신뿐이 사랑할 수 있다. 정말로? 다들 잘 알고 있다. 내 외로움을 다들 잘 알고 있다. 이것도 내가 오만하기 때문일까.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나카타니 타카오 씨의 "봄의 에마키" 출판 기념회 자리서 이부세 씨가 낮은 목소리로 축사를 읊었다. "진지하고 솔직한 작가가 진지하고 솔직한 작가로 인정 받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로" 어미가 떨리고 있었다. 가끔씩, 조금 쓰는 것이니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써야 한다. 넌센스. 칸트는 내게 생각의 넌센스를 가르쳐주었다. 말하자면 순수한 넌센스를. 지금 문득 댄디즘이란 말을 떠.. 2022. 5. 2.
꿈과 실현의 능력 - 키시다 쿠니오 저는 초등학교 이후로 제가 졸업한 학교 이외의 졸업식에 참관한 경험이 없습니다. 자신의 졸업식에 감동하는 건 그야 당연하지만 오늘 이 졸업식에서 얻은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테지요. 저도 문학자이니 조금은 상상력을 지닌 편이라 생각하는데 제가 상상하는 한 제게 친형제나 자식의 것이 아닌 졸업식에 참석하여 오늘과 같은 감명을 받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졸업식에 담긴 정신, 분위기는 자유학원 특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이전부터 그린 이상향의 학교에 가깝지 싶습니다. 졸업생 제군 몇몇의 감상을 들어 가장 감동한 건 개개인의 결의가 훌륭하단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건 하나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꿈을 여러분 모두가 지녔다는 점입니다. 현재 일본은 커다란 꿈을 향해 나아.. 2022. 5. 1.
우치무라 나오야의 희곡 - 키시다 쿠니오 우치무라 나오야의 극작가로서의 출발은 '추수령'이라 해도 좋다. 구조선의 일본인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추수령'은 현대 일본의 '청춘'의 한 배경이 솔직한 눈으로 포착되어 건전한 감각으로 무대서 펼쳐지는 주목해 마땅할 역작이었다. 나는 고 토모다 쿄스케에게 권유받아 이를 츠키지자의 상연 목록에 더하기로 했다. '추수령'과 '잡목림' 사이에는 제법 세월의 거리가 있다. 극작가를 성숙하게 만드는 외부적 조건에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우치무라 나오야는 다른 수많은 극작가와 마찬가지로 내부적 조건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 연극에 애정을 주면서 생활인으로서의 자기 훈련에, 그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스가와라덴키의 상무이사역은 일개 기업가적 존재인 이상 시대를 사는 인간군과.. 2022. 4. 30.
희망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공부가 부족하여 행동주의가 무엇인지를 오늘까지 별로 주시하지 않은 채 희미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행동주의란 말로 제멋대로 개념을 만들어두었을 뿐으로,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했던 걸지 모른다. 그러하니 그 말만으로 생각해 보면 내게도 제법 매력이 있는 말이었다. 오랫동안 글로 먹고 입고 하다 보니 오늘날 자신의 생활에 채워지지 않은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오늘까지 문학이 전부였다. 문학이 생명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살은 게 굉장한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이니 그 행동주의란 게 적어도 내게는 조금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기조 속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게 믿었다. 후네바시 군하고는 여러 관계로 친근하게 지내는데 만날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들어 큰 도움이 되고.. 2022. 4. 29.
캇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서장 이는 어떤 정신병원 환자――제23호가 누구에게나 떠드는 이야기다. 그는 벌써 서른을 넘었으리라. 하지만 얼핏 보기엔 참으로 젊어 보이는 미치광이다. 그가 반생 동안 겪은 경험은――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는 단지 가만히 두 무릎을 안은 채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며(철창이 자리한 창문 밖에는 갈라진 잎마저 보이지 않는 떡갈나무 한 그루가 눈발에 어두워진 하늘에 가지를 뻗고 있었다.) 원장 S 박사나 나를 상대로 길게 이 이야기를 떠들어 갔다. 물론 몸짓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를테면 그는 "놀랐다"고 말할 때엔 갑자기 그 얼굴을 돌리곤 했다…… 나는 이런 그의 이야기를 꽤나 정확하게 옮겼다. 만약 누군가가 내 필기만으로 부족하다 느낀다면 도쿄 시외 XX마을의 S 정신병원을 찾아보라. 나이보다 .. 2022. 4. 28.
편집 담당으로서 - 키시다 쿠니오 조금 귀찮은 일, 별 볼 일 없는 일이더라도 모두가 순서대로 하는 거라면 나는 도무지 싫다고 할 수 없다. 순서대로 무언가 역할이 돌아 온다는 건 누구나 꽤 마음 편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 생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며 질서의 관념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그런 즐거움을 어릴 적부터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즐겁지 않다면 거짓이라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나만을 특별히 다루는 건 날 적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잡지를 편집한다더라도 이미 동인이 무언가를 쓰기 마련이며 부탁해도 써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그리 멋대로 굴 수는 없다. 하지만 두세 개 특별한 주제를 골라 당번의 책임을 다 하기로 했다. 나는 이를 문학 전문지 혹은 문학..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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