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오카다 군 - 키시다 쿠니오 파리서 오카다 군과 헤어진 지 벌써 12, 3년쯤 됐다. 그는 그 후 남프랑스의 고르도란 해안가로 옮겨서 그곳 사람이 되어버렸단다. 파리 시절에는 서로 가난했으나 이따금 그는 그 빈곤함으로 나를 감탄시키곤 했다. 아오야마 쿠마지에게도 역시나 그런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는 늘 신사 같으며 방랑자 같은 기색을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 일종의 의지 같은 걸 갖고 있었다. 그는 소박하고 단단한 혼을 지녔다. 국제적 생활에 익숙해지는 한편으로 일본인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그만큼 서양인 앞에서 당당히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은 일본인 중에선 많지 않으리라. 그게 무뚝뚝하다거나 오만하지도 않으니 그와 이야기하며 친절함을 느끼지 않는 서양인이 없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진정으로 국제적인 인물로서 우리의 힘이 되어주었다... 2022. 12. 30. 새로운 연극 - 키시다 쿠니오 문학좌는 소위 '신극' 아닌 새로운 극의 수립을 표방해 세워졌다. 5년 동안의 걸음은 올바른 방향을 향했는가. 나는 지금 이를 판정할 지위에 있지 않으나 아마 이것만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만약 현재의 문학좌에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시대가 조금 극속도로 진전한 탓이기도 하다. 문확자는 올바르게 걸어야 하는 길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었으며 심지어 이는 10년을 필요로 한 길이었다. 뜀박질로는 어떻게 못할 길을 한사코 걷기 시작한 자의 숙명을 몸으로 실감하면서도 그와 별개로 긍지는 잃지 않은 채 하나하나 방법을 궁리하며 시국하의 연극인으로서의 정신적 비약을 이루는 게 전좌 일동의 바람이지 싶다. 이는 방침의 변화가 아닌 헌신일 뿐이다. 새로운 연기의 길이 문확자에게만 열리리라 믿는 건 나 하나뿐이 아.. 2022. 12. 28. 회의적 선언 - 키시다 쿠니오 요 2, 3년 동안 내가 읽은 것중에 쥘 르나르의 일기만큼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없다. 나는 결코 그를 소위 '위대한 작가'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나 '인간의 작음'을 겸비한 남자인 줄은 몰랐다. 나는 이 일기를 편집하면서 미간에 주름을 잡고 겨드랑이에 땀을 흘렸다. 이 비좁은 어깨, 오만함, 깊은 질투, 명성을 향한 비속한 집착, 병적인 에고이즘……그는 정말로 불쌍해 웃어주기에 마땅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함'을 폭로하면서 그 '추함' 뒤에서 맹렬히 빛나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그는 남이 자신을 향해 해야 할 말을 자기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심지어 그 태도에는 고해와 같은 시끄러움도 없으며 악을 드러내어 뽐내는 모습도 없다. 그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진 '.. 2022. 12. 26. 아름다운 일본어와 대화 - 키시다 쿠니오 토모다 부부를 중심으로 한 츠키지좌의 작업은 매일 눈부신 약진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현재의 신극단 중에 가장 착실하며 가장 순수하게 연극 정신을 지키고 기르고 있을 이 츠키지좌는 서서히 적막한 연구극 영역에서 탈피하여 '극' 그 자체의 본질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적어도 진정으로 연극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꽤나 만족시킬 무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배우 제군도 물론 끝없는 정진을 통해 연기상의 진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와 나란히 이 츠키지좌가 소위 '올바른 목표'를 위해 유망한 두세 배우를 얻은 것 또한 정말로 그 동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 동시에 이 행복한 결합은 기존의 신극에 대한 편견을 일소하는 명확한 데먼스트레이션이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칸사이 공연에서 특별히 선택된 연극은 결코.. 2022. 12. 25. 희곡집 '까마귀'의 인상 - 키시다 쿠니오 세키구치 지로 군의 두 번째 희곡집이 나왔다. 목차에 관계 없이 작품 완성도를 통해 아니, 정확히는 내 취향을 따라 이 책에 담긴 아홉 희곡에 등급을 매기자면 아래와 같으리라. 가을의 끝 여배우 선전업 까마귀 거지와 꿈 승자 피승자 한밤중 그들의 평화 밤 여자와 남자 이렇게 매긴 등급이 작가 입장에선 내키지 않을지도 모르나 그건 중요치 않다. 나는 세키구치 군의 특징이 가장 높게 발휘된 작품이 아니라면 되려 그에게 꽤나 부족한 것, 내지는 그가 항상 추구하던 걸 용감히 그 안에 넣어 집요하게 이를 쫓는 작품에 큰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가을의 끝'은 말하자면 세키구치 군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이다. 그의 진가인 모랄 센스의 비판이 가장 맑고 깔끔한 표현에 이르러 일종의 서정미마저 품어서 혼연한 예술적 완.. 2022. 12. 24. 감상 - 키시다 쿠니오 문학이란 걸 전문적이다 생각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또 이를 전문적이지 않다 생각하는 일면도 있을 터이다. 전문가만이 관심 가지는 문학과 전문가는 관심 가지 않는 문학(?)이 확연히 갈리는 점에 우리나라 현대 문화의 특수성이 있다 본 나는 오늘날 우리가 하는 작업의 고된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개개인의 문제는 제쳐두고 일반적인 문학자가 세간을 얼마나 먼곳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또 세간은 문학자를 어떤 '특이한 존재'로 대하는가. 이 점은 모두가 아는 듯하면서도 사실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단 사실을 나는 신기하게 생각한다. 이제 문단이란 특수국에는 세간에 통용되지 않는 풍속이나 습관이, 또 언어가 존재하며 이를 존중하고 따르지 않으면 전문가의 자격을 잃게 된다. 때문에 순문학은 이를 따라 심경.. 2022. 12. 23. 이전 1 2 3 4 ···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