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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현대극 없는 일본 - 키시다 쿠니오 일본 극장이 이제까지 '현대극'을 하지 않았다 말하면 여기저기서 이론이 나올 테지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일본은 현대극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제까지 '신극'이라 불린 가부키도 신파도 아닌 연극――그건 대개 서양극의 번역과 약간의 창작극을 포함하고 있는데――은 각본적으로 봤을 때면 또 모를까 무대에서 보면 '연극'으로서의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어 그 매력은 '일부러 전철까지 타고 이동해 돈까지 내며' 보기 위해선 너무 빈약하곤 했습니다. 연극이란 건 '연극 연구가'만이 보는 게 아니니 그런 '신극'은 일반 애호가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습니다. 본래는 그런 '신극'이 점점 성장해 '연극'으로서 완벽한 매력을 발휘해야 합니다만 슬프게도 일본에선 그런 과정을 밟지 않고 .. 2022. 12. 21.
의식주 잡감 - 키시다 쿠니오 어떤 옷을 입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물론 없으나 언제까지 이런 걸 입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번번이 든다. 밖에 나갈 땐 양복, 집안에선 일본옷이 최고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니 비 내린 직후에 높은 게다를 신고 걷는 정취도 또 재미가 있다. 이는 비꼬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있을 때 바지 가랑이만큼 거슬리는 것도 없을 테지. 하지만 일본옷을 입고 의자에 앉으면 어쩐지 조마조마 해진다. 소매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만 같다――바람이 전부라면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새로 만든 양복을 입고 북적이는 거리를 산책하는 기분. 이는 상상만이라면 좋다. 하지만 쇼윈도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 이상한 줄무늬의 셔츠가 소매 사이로 빠져 나온 게 전부라면 또 몰라도…… 따듯해져 처음으로 외투를 입.. 2022. 12. 20.
아름다운 이야기 - 키시다 쿠니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과 "겉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또 "아름답다"는 걸 착각하는 사람, 요컨대 "추한" 부류에 들어가는 걸 어느 틈엔가 좋아져 그걸 "아름답다" 착각하는 사람이 또 적지 않다. "정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굉장히 불행할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 탓에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더욱이 그런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전쟁에 이기더라도 외국의 매도를 받으며 정신적으론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아름다움"이란 건 여러 종류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귀로 듣는 소리에도 존재한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라 말하면 문제가 없지만 "인간의 아름다움"이.. 2022. 12. 18.
라디오 드라마 선자의 후기 - 키시다 쿠니오 라디오 문학이란 새로운 형식에 나는 늘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 원리적인 걸 발견하려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방송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거나 특수한 편의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니 좀처럼 마음같이 연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까지 라디오 드라마라 칭해지는 일종의 형식도 내 머릿속에선 여러 공상이 연결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걸 시도해 볼 기회마저 간단히 얻지 못하고 있다. 나는 라디오 소설 내지 라디오 이야기란 걸 생각하고 있다. 라디오 풍경이란 게 어디서 만들어진 말인지는 모르나 요컨대 그런 명칭은 문학의 양식적 분류라 한다면 지극히 근거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스케치'풍이라면 창작으로서 개별적인 취급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소설이나 드라마 부류에 넣어도 지장은 없지 싶다. 소설이나 드라마란 .. 2022. 12. 17.
앙리에트의 지방 요양 일기 - 키시다 쿠니오 2월 3일(수요일) 흐림 드디어 파리를 떠나게 되었다. 아침 여덟 시, 택시로 케도르세 정차장에 간다. 춥다. 병 때문에 요양 가는데 거창한 준비도 필요 없다는 게 아빠의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잘 챙겨야 한다는 게 엄마의 의견. 루이즈 이모도 엄마 편을 들어주었다. 기차 안에서 정오의 체온을 잰다. 37.4도. 속은 편하지만 얼굴이 뜨겁다. 엄마가 계속 '괜찮아?', '괜찮아?'하고 묻는 통에 다른 사람들도 힐끔힐끔 쳐다봐 곤란하다. 엄마 무릎에 누워 자는 척을 한다. 보르도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어 있었다. 환승할 때에 앞에 있던 미국인이 짐을 내려줬다. 2월 4일(목요일) 맑음 아침, 침대차 창문 너머로 안개에 휩싸인 피레네 산맥이 보인다. 일곱 시, 포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동백.. 2022. 12. 16.
아카데미의 받아 쓰기 - 키시다 쿠니오 나폴레옹 3세의 궁안에선 황후 외제니를 중심으로 당시의 쟁쟁한 문학자를 모은 특색 있는 집회가 열렸는데, 어느 틈엔가 그 자리서 '비서 놀이'란 유희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출제자가 되어 유명한 '아카데미의 받아쓰기'를 하게 되어 경쟁자를 모집했는데, 출제자가 출제자인 만큼 대다수의 신하들은 여러 구실로 꼬리 말고 도망칠 뿐이었다. 어찌 됐든 용감한 사람들만이 연필을 들었다. 용감한 사람들이란 황제 나폴레옹 3세, 황후 외제니, 학문에 자부심을 가진 귀족과 소수의 대관들, 그리고 문학자들 중에선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 옥타브 퓌이에, 그 외에 멧텔니히 공작과 그 부인 폴리누 등이었다. 멜리메는 이윽고 문제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이윽고 답안을 모으는 단계가 되자 다들 불안스러운 얼굴..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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