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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2

속 바쇼 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사람 나는 바쇼가 한문에도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다 적었다. "개미는 여섯 다리를 지녔다"라는 문장은 혹은 너무 딱딱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쇼의 하이카이는 번번이 이 번역에 가까운 모험에 공적을 이뤄냈다. 일본 문예에선 적어도 "빛은 항상 서쪽에서 왔다" 바쇼 또한 이 사례서 벗어나지 않는다. 바쇼의 하이카이는 당대 사람들에겐 참으로 모던했으리라. 오싹오싹히 벽 밟아가며 자는 낮잠이구나 "벽 밟아가며"란 말은 한문에서 뺏어 온 것이다. "답벽면(벽을 밟아가며 자다)"란 성어를 쓴 한문은 물론 적지 않으리라. 나는 무로우 사이세이 군과 함께 바쇼의 근대적 정취(당대의)가 한 시대를 풍미한 이유를 짚고 있다. 하지만 시인 바쇼는 또 한 면으론 "처세"에도 능했다. 바쇼와 어깨를 나란히 한 하이진 본쵸.. 2023. 5. 30.
희작삼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텐포 2년 9월의 어떤 오전이었다. 칸다도포쵸에 자리한 욕탕 마츠노유는 여전히 아침부터 손님으로 붐볐다. 시키테이 산바가 몇 년 전에 출판한 소설 속에 '신기, 석교, 사랑, 무상, 모든 게 뒤섞인 우키요 욕탕'이라 표현한 광경은 지금도 별다를 바 없었다. 욕탕 안에서 우타자이몬을 노래하는 콧소리, 나오면서 수건을 짜고 있는 쵼마게혼다, 문신이 그려진 등을 씻겨주는 둥근턱의 오오이쵸, 아까부터 얼굴을 씻고 있는 요시베얏코, 수조 앞에 자세를 낮추고서 끝없이 물을 끼얹고 있는 중머리, 대나무 대야와 금붕어 자기로 여념 없이 놀고 있는 아부하치톤보――좁은 물줄기에는 그런 수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젖은 몸을 매끈하게 빛내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연기와 하늘에서 드리우는 아침 햇살 빛 속에서 모호히 움.. 2023. 3. 15.
기괴한 재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오렌이 혼죠 요코아미에 오게 된 건 메이지 28년 초겨울의 일이었다. 측실은 오쿠라바시의 강에 접한 극히 비좁은 집이었다. 단지 정원에서 강 쪽을 보면 이제는 료고쿠 정차장이 된 오쿠라다케 일대의 수풀이나 숲이 짧은 비가 곧잘 내리는 하늘을 뒤덮고 있었으니 거리 한가운데 답지 않은 한적한 풍경만은 한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또 그런 만큼 남편이 없는 밤에는 적적함을 느끼는 일도 곧잘 있었다. "할멈, 저건 무슨 소리일까?" "이거요? 이건 해오라기 소리입니다." 오렌은 눈이 안 좋은 고용인 할머니와 램프 불을 지키면서 꺼림칙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남편 마키노는 곧잘 오렌을 찾아왔다. 낮에도 관청을 찾는 길에 육군 일등 주계 군복을 입은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물론 해가 지고 나서도 .. 2023. 1. 15.
보은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마카와 진나이의 이야기 저는 진나이라고 합니다. 성은――글쎄요, 세간에선 이전부터 아마카와마카오의 옛지명 진나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아마카와 진나이――선생님께서도 이 이름은 아시나요? 아뇨, 놀랄 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아시는 것처럼 이름 높은 도둑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밤 찾아 온 건 훔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것만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선생께선 일본에 있는 바테렌신부 중에서도 높은 도덕을 지닌 분이라 들었습니다. 해서 보면 도둑 소리 듣는 녀석과 잠깐이라도 함께 있는 게 불쾌하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도 생각만큼 도둑질만 하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쥬라쿠다이에 불린 루손 스케자에몬의 고용인 중 한 명도 진나이라 이름을 밝혔지요. 또 리큐코지가 중용하던 '붉은머리'라 불리는 물병도 .. 2022. 12. 22.
추산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황공망 하니 생각나는군요, 황공망의 추산도는 보신 적 있으십니까?" 어느 가을밤, 우향각을 찾은 왕석곡은 주인 운남전과 차를 홀짝이며 이런 질문을 했다. "아뇨, 보지 못했습니다." 대치노인 황공망은 매도인이나 황학산초와 함께 원 시대의 유명한 화가이다. 운남전은 그렇게 말하며 과거에 본 사막도나 부춘권이 눈가에 또렷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글쎄요, 그걸 봤다고 해야 할지 보지 못했다 해야 할지 참 애매한데――" "봤다고 해야 할지 못 봤다고 해야 할지――" 운남전은 의아하다는 양 왕석곡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사본이라도 보신 겁니까?" "아뇨, 그것도 아닙니다. 진품을 보았습니다만――그것도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추산도에 관한 건 연객 선생님(왕시민)이나 염주 선생님(왕감)도 인연이 .. 2022. 12. 6.
미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멋진 사람 많은 헤이츄 중에서도 궁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소녀를 훔쳐보지 마라. 우지슈이모노가타리 어째서인지 이 사람과 만나서는 안 된다고 헤맬 때마다 시종 앓게 된다. 그렇게 고민할 정도로 죽고 싶어진다. 콘자큐모노가타리 미인이란 건 이러한 일이다. 짓킨쇼 하나 화상 태평 시대에 걸맞은 우아하게 빛나는 에보시 아래서는 아래가 부풀어 오른 얼굴이 이쪽을 보고 있다. 그 통통하게 살찐 뺨에 선명한 붉은기가 감도는 게 비단 연지는 아니었다. 남자에게선 보기 드문 젖살이 자연스레 핏기를 드리우고 있었다. 수염은 기품 있게 코 아래에――그보다는 옅은 입술 좌우에 마치 옅은 묵을 바른 것처럼 희미하게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반질거리는 구레나룻 위에는 안개 하나 없는 하늘색마저 희미하게 푸른 기운을 비추고..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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