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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4

난징의 그리스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가을의 밤중이었다. 난징 키보카이에 위치한 어느 집의 한 방에는 파랗게 질린 중국 소녀 한 명이 낡은 테이블 위에 턱을 괸 채로 접시에 담긴 수박씨를 지루하게 씹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거치형 램프가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방안을 밝게 하기보다도 되려 한층 더 음울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벽지가 벗겨진 방구석에는 이불이 삐져나온 등나무 침대가 먼지 냄새나는 천을 덮고 있었다. 또 테이블 반대편에는 이 또한 낡은 의자 하나가 마치 잊힌 것처럼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엔 어디를 보아도 장식이 될만한 가구는 무엇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소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박 씨를 씹는 걸 멈추고는 이따금 차가운 눈을 들고서 테이블에 접한 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쫓아.. 2021. 11. 9.
기독교인의 죽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설령 삼백 살의 나이를 가지고 즐거움에 몸을 담는다 하여도 미래영겁 끝없는 즐거움에 비하면 몽환과 다를 바 없다. ―케이쵸역 Guia do Pecador― 선의 길에 들어서려는 자는 가르침을 품은 신비한 단맛을 기억하라. ―케이쵸역 Imitatione Christi― 하나 옛날, 일본 나가시카의 "산타 루치야"라는 "에케레시야ecelesia, 교회"에 "로렌조"라는 이 나라의 소년이 있었다. 이는 어느 해 성탄제 밤, 그 "에케레시야"의 문 앞에 주린 채 지쳐 쓰러져 있던 걸 기도를 드리러 온 기독교인이 간호하고 바테렌padre, 신부이 애처롭게 여겨 교회 안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어째서인지 출신을 물으면 고향은 '하라이소paraiso, 천국', 아버지의 이름은 '데우스Deus, 하나님'라고 여느 때나 아.. 2021. 11. 5.
루시헤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주초성세계하느님께서 처음으로 세계를 만들 때 수조삼십육신함께 서른 여섯 신을 만드셨다 제일거신가장 높은 신을 운로제아루시헤루라 한다 (중략) 자위지여천주등그는 스스로 말하길 자신이 하늘과 같다고 했다. 천주노이폄지옥하느님께서 이에 분노하셔 지옥에 떨어트리셨다. (중략) 로제수입지옥수고루시헤루는 지옥에서 고통받는다. 이일반혼신작마귀유행세간하지만 절반의 혼은 신이기에 마귀가 되어 세상에 내려와 퇴인선념사람에게서 선함을 앗아간다고 한다. ―좌벽제삼벽열성문애유락답허대수어― 하나 파데우스破提宇子라는 천주교를 논리적으로 비난한 책은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이는 겐나 6년, 카가의 파비안이란 자가 쓴 책이다. 파비안은 당초 남만절에서 살던 천주교도였으나 그후 모종의 사정으로 DS 여래를 버리고 불문으로 귀.. 2021. 10. 16.
오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겐나인가 칸에이인가. 어찌 되었든 먼 옛날의 일이다. 그 시절에도 천주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발견하는 족족 불로 태우거나 창으로 찔러 죽였다. 하지만 박해가 심해지는 만큼 "만사를 이루어주시는 주님"도 그 시절에는 한층 더 이 나라의 신자들에게 널리 가호를 내리셨던 모양이다. 나가사키 주변의 마을에는 이따금 지는 해의 빛과 함께 천사나 사도가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 실제로 그 상 죠안 바치스타세례자 요한마저 한 번은 우라카미의 신자 미겔 야헤이의 물레방앗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동시에 악마 도한 종교의 정진을 막기 위해 때로는 익숙지 않은 흑인이 되어 때로는 배를 타고 건너 온 풀과 꽃이 되어 때로는 아지로카고가 되어 이따금 같은 마을에 출몰했다. 밤낮을 구분치 않는 흙감옥에서 미겔 .. 202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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