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키시다 쿠니오108

사변 기념일 - 키시다 쿠니오 사변은 이 년 내내 이어졌다. 아직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차례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한다. 예상한 바이긴 하나 국민은 그때마다 얼굴색을 바꾸지 않는다. 어떻게든 잘 풀리고 있다 생각한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는 풍조가 있다. 일본 국민은 그런 훈육을 받아왔다. 오늘까지는 그걸 관철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끝없이 경고가 울리고 있다. 국민은 좀 더 긴장해야만 한다. 시국에 걸맞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정부는 선전에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국민이 진정으로 '전장에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론 불가능한 것만큼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없다. 전후의 국민 대다수가 연기 아래에서 목숨을 바친 동포의 위대한 업적에 감격하면서도 .. 2022. 9. 13.
연습잡감 - 키시다 쿠니오 '도전' 무대 감독을 받았을 때 곧장 작가 카네코 요분 군과 만나 이래저래 상담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카네코 군이 여행 중이었기에 도리 없이 나만의 해석을 따라 연습을 진행했다. 얼마 후 여행에서 돌아와 연습을 봐준 카네코 군이 내 해석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그게 꽤나 중요한 부분에 맞닿아 있어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 '꼴사나운 남자'는 처음부터 그 '여자'가 소꿉친구인 걸 알고 있었다 한다. 나는 되려 처음엔 그걸 몰랐으나 점점 어떤 '신비적 교감' 덕에 서로의 기억을 불러낸 거라 해석했다. 연습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다시 해서야 형태가 흐트러지는 걸로 모자라 되려 인상이 흐릿해지고 만다. 다행히 작가의 허락도 있었기에 그 해석을 관철하기로 했다. 하지만 참 이상한 건 배우.. 2022. 9. 11.
카토 미치오의 죽음 - 키시다 쿠니오 또 작가 하나가 자살했다. 그런 감각으로 뉴스를 받은 사람이 꽤 되겠지 싶다. 나는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으로서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 건 불가능하단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소속된 문학좌에 보내진 유서에 '예술상의 막다른길'이란 이유가 또렷이 고백되어 있으나 그가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우리에겐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객관적으로 수많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다양한 플랜을 지니고 있었고 차근차근 그걸 실행으로 옮겼던 사람이니까. 그는 때때로 굉장히 펜이 느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의 야심이 그의 상상력을 압도하고 있었던 때이지 싶다. 그 처녀작 '나요타케'는 서구적 교양의 등불을 들고서.. 2022. 8. 30.
코야마 유시 군의 '세토 내해의 아이들' - 키시다 쿠니오 희곡가 코야마 군의 성장은 어느 단계부터 지극히 확연해져 '나부끼는 리본'부터 '12월', 그리고 이 '세토 내해의 아이들'에 이르는 최근의 세 작을 통해 훌륭히 비약하여 오늘날의 코야마 군이 완벽이라 해야 마땅한 표현에 도달해낸 건 예술 수업의 길에 있는 자로선 지극히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떠한 좋은 조건에 축복받았다 해도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대작에 착실히 임한 코야마 군의 의지는 오늘날 우리 희곡단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으리라. 또 동시에 그가 어떠한 이론의 풍조에도 고집하지 않고 그 '몸에 새겨진 문학'을 서서히 쌓아 올려 희곡에서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일점을 확실히 얻어낸 결과이리라. 코야마 군이 이따금 스스로 심취해 있는 듯한 음악적 환상은 서서히 현실의 육체로 바뀌어 가고 있으.. 2022. 8. 28.
츠키지좌의 '마마 선생' - 키시다 쿠니오 토모다 쿄스케 군과 그 아내가 나의 '마마 선생과 그 남편'을 하고 싶단 말을 꺼냈다. 배역은 열 명 중 아홉 명을 고른다는 갑갑한 방법이나 나는 그 자리서 이를 승낙했다. 토모다 쿄스케 군은 신극 배우로서 확실한 기량을 지니고 있으며 츠키지좌를 이끄는 방침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래 이 각본은 내 종전 작품과 조금 결이 달라서 연출 또한 여느 때처럼 안 된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였다. 때문에 배역도 꽤나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미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에서 '마마 선생'은 모든 것에 무게감을 잡는 농후한 여자이나 타무라 아키코 부인은 반대로 가련하며 산뜻한 여성으로 여기는 듯했다. 남편 사쿠로를 연기하는 토모다 군은 내가 그리는 인물.. 2022. 8. 27.
'만주 문학 선집' 선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만주에 문학이 생기려 하고 있다. 대다수는 만주에 문학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나는 작년 만주 곳곳을 걸으며 그곳에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고 몇몇 민족의 전혀 다른 전통과 생활 속에 만인에 공통되는 역사가 호흡하는 걸 느꼈다. 이것이 이윽고 민족의 특수성을 넘어 허투루 볼 수 없는 국민적 의식의 형태를 갖춘다면 전례 없는 정신의 한 형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도 품곤 했다. 몇 개의 언어로 적힌 이러한 작품도 어쩌면 아직 일본 문학이며 중국 문학이자 러시아 문학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을 기르는 환경과 시대의 영향은 작가가 의식 여부에 무관하게 그 사고와 감성 위에 또렷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만주 문학이 젊으면 젊을 수록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왜냐면 진짜 전통이란 건 항상 늙지 않는다 믿기.. 2022. 8. 12.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