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키시다 쿠니오108

쉬아레스의 '세 사람'(미야자키 미네오역)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쉬아레스를 알기 위해 또 동시에 '프랑스 사람이 본 입센'을 확인하기 위해 이 'Trois Hommes'를 읽었다. 근대극의 시조란 이름으로 또 깊이 있는 사상극 작가란 이름으로 이 북유럽의 천재를 보던 내 눈앞엔 곧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민족의 꿈과 고질병을 짊어지고 심지어는 이에 맞서는 거친 고독의 혼이었다. 우리가 단순히 '입센적이다'하고 생각하는 것 중엔 실제론 되려 '노르웨이적'이라 해야 마땅할 기후가 감돌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 거대한 정신을 새로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받은 것처럼만 느껴졌다. 이 발견은 더욱이 파스칼 및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는 이 '세 사람' 덕에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무엇보다 큰 이익이었던 건 입센이 노르웨이 사람.. 2022. 8. 12.
'월, 수, 금' 후기 - 키시다 쿠니오 졸업 작품의 채점을 명받을 때 가장 곤란한 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이다. 또 내가 준 점수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점도 있다. 단지 학교 성적이란 대개 그런 모양이지 않은가. 딱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만 없다면 내 뜻대로 해도 되겠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작품집을 만들면서 우리반에서 오오키, 하치야 두 명의 작품을 고른 것도 두 학생의 명성(?)보다도 되려 다른 학생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요컨대 오오키, 하치야 두 사람은 앞으로 이 이상의 걸 써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세간에 발표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냐는 뜻이다. 애당초 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가나 평론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2022. 8. 10.
극도구제 - 키시다 쿠니오 현재 우리 극단에서 연극의 독립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겨우 가부키극뿐이다. 비할 바 없는 전통의 아름다움은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고 또 어떤 힘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대와 함께 추이하는 연극――희곡 중심의 연극――소위 신파 이후의 연극은 어떠한가. 이는 아직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을 얻지 못했다. 어쩌다 두세 명의 사람 손에 시도된 '신극 운동'은 그 독립성을 목표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실패로 끝나 버렸다. 그동안에는 물론 약간의 기록적 상연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우연의 축복을 받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시대의 연극은 연극 자체의 매력만으론 관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신파의 쇠퇴, 신극의 미진 모두 이.. 2022. 8. 6.
'아사마산' 후기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잡지에 발표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엮을 때 대개 한 번은 주저하게 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대다수의 작가가 그럴 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면 자신이 쓴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두고 싶단 욕망도 없지는 않으니 일단 손을 보고 목차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걸로 몇 번째 희곡집을 내고 있는 셈인데 아마 이번만큼 내용 취사에 망설인 적이 없다. 왜냐면 나는 요즘 들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으며 그것이 '시도'로선 상당히 역할을 다 해내고 있으나 완성도면에서는 순수함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 특히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 일종의 '어색함'이 눈에 띄어서 정말로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걸 넣지 않자니 내가 근래 해온 일이라는.. 2022. 8. 4.
'옆집의 꽃' - 키시다 쿠니오 "옆집의 꽃"이란 제목은 너무나 설명적이고 어쩌면 내용을 읽지 않아도 알 거 같단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저는 이 각본을 쓰면서 평소와 다른 방식을 취했습니다. 즉 처음부터 '쓰려는 게' 머리에 떠오르고 그 주제가 그대로 제목이 되어 제 공상을 지배한 것이죠. 그런가 하면 저는 이 작품으로 '남의 걸 원하는' 인간성의 풍자를 꾀하면서 또 그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먼저 성격의 대비서 만들어지는 세상의 우스꽝스러움을 되도록 가까운 사레서 끌어내려 노력하였습니다. 인물도 사건도 모두 저의 상상이지만 그리 보기 드문 인물이나 사건은 아니라 봅니다. 메기, 쿠지 두 분인은 저의 이웃인 동시에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이 슬픈 희극을 보고 웃고 싶은 분은 웃어주세요. 하지만 저는 그 이.. 2022. 7. 30.
'하얀 뱀, 붉은 뱀' - 키시다 쿠니오 후나하시 세이이치 씨의 장편 소설 '하얀 뱀, 붉은 뱀'은 신문 연재소설로 제작된 작품으로, 이거라면 확실히 대부분의 독자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했으리라 본다. 작가가 꼭 통속미를 노린 건 아니나 그렇다고 예술가 흉내를 낸 독선적인 작품을 들이밀지도 않았다. 인정과 세상 위에 살짝 조숙하다 싶을 정도의 눈동자를 드리우고 여기에 후나하시 씨가 가진 일류의 관능 묘사를 심어 넣어 심리적 드라마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건 확실히 비범한 실력이다. 이 소설 속 여인군상은 특히 훌륭한 현대의 우키요에이다. 제각기 현저한 특색 속에서 공통되어 느껴지는 단지 '자의식' 하나――뭘 저지를지 모르는 자의식이다. 새로운 여성에게만 주어진 이 '새로운 매력'에 작가는 또 작가 다운 관찰과 사상을 덧붙였다. 나는 이 부분 .. 2022. 7. 29.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