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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71

사변 기념일 - 키시다 쿠니오 사변은 이 년 내내 이어졌다. 아직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차례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한다. 예상한 바이긴 하나 국민은 그때마다 얼굴색을 바꾸지 않는다. 어떻게든 잘 풀리고 있다 생각한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는 풍조가 있다. 일본 국민은 그런 훈육을 받아왔다. 오늘까지는 그걸 관철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끝없이 경고가 울리고 있다. 국민은 좀 더 긴장해야만 한다. 시국에 걸맞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정부는 선전에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국민이 진정으로 '전장에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론 불가능한 것만큼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없다. 전후의 국민 대다수가 연기 아래에서 목숨을 바친 동포의 위대한 업적에 감격하면서도 .. 2022. 9. 13.
연습잡감 - 키시다 쿠니오 '도전' 무대 감독을 받았을 때 곧장 작가 카네코 요분 군과 만나 이래저래 상담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카네코 군이 여행 중이었기에 도리 없이 나만의 해석을 따라 연습을 진행했다. 얼마 후 여행에서 돌아와 연습을 봐준 카네코 군이 내 해석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그게 꽤나 중요한 부분에 맞닿아 있어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 '꼴사나운 남자'는 처음부터 그 '여자'가 소꿉친구인 걸 알고 있었다 한다. 나는 되려 처음엔 그걸 몰랐으나 점점 어떤 '신비적 교감' 덕에 서로의 기억을 불러낸 거라 해석했다. 연습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다시 해서야 형태가 흐트러지는 걸로 모자라 되려 인상이 흐릿해지고 만다. 다행히 작가의 허락도 있었기에 그 해석을 관철하기로 했다. 하지만 참 이상한 건 배우.. 2022. 9. 11.
코야마 유시 군의 '세토 내해의 아이들' - 키시다 쿠니오 희곡가 코야마 군의 성장은 어느 단계부터 지극히 확연해져 '나부끼는 리본'부터 '12월', 그리고 이 '세토 내해의 아이들'에 이르는 최근의 세 작을 통해 훌륭히 비약하여 오늘날의 코야마 군이 완벽이라 해야 마땅한 표현에 도달해낸 건 예술 수업의 길에 있는 자로선 지극히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떠한 좋은 조건에 축복받았다 해도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대작에 착실히 임한 코야마 군의 의지는 오늘날 우리 희곡단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으리라. 또 동시에 그가 어떠한 이론의 풍조에도 고집하지 않고 그 '몸에 새겨진 문학'을 서서히 쌓아 올려 희곡에서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일점을 확실히 얻어낸 결과이리라. 코야마 군이 이따금 스스로 심취해 있는 듯한 음악적 환상은 서서히 현실의 육체로 바뀌어 가고 있으.. 2022. 8. 28.
츠키지좌의 '마마 선생' - 키시다 쿠니오 토모다 쿄스케 군과 그 아내가 나의 '마마 선생과 그 남편'을 하고 싶단 말을 꺼냈다. 배역은 열 명 중 아홉 명을 고른다는 갑갑한 방법이나 나는 그 자리서 이를 승낙했다. 토모다 쿄스케 군은 신극 배우로서 확실한 기량을 지니고 있으며 츠키지좌를 이끄는 방침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래 이 각본은 내 종전 작품과 조금 결이 달라서 연출 또한 여느 때처럼 안 된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였다. 때문에 배역도 꽤나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미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에서 '마마 선생'은 모든 것에 무게감을 잡는 농후한 여자이나 타무라 아키코 부인은 반대로 가련하며 산뜻한 여성으로 여기는 듯했다. 남편 사쿠로를 연기하는 토모다 군은 내가 그리는 인물.. 2022. 8. 27.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 후기 - 키쿠치 칸 아쿠타가와가 죽어 이래저래 이 년 반 가량 지났다. 그의 사인은 그의 육체 및 정신을 덮친 신경쇠약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을 테지만 남은 절반 가량은 그가 인생 및 예술에 너무나도 양심적이며 너무나도 신경과민이었던 탓으로 여겨진다. 그의 너무나 날카로운 신경은 실생활의 번거로움 때문에 더더욱 날카로워져 끝내 이가 빠진 얇은 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의 뒤처리는 세밀하게 처리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의 전집 출간도, 그의 유족 생활도 그의 신경을 건드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데다가 그의 죽음은 수많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애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생전 이상으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얻고 있지 싶다. 이제 그는 홀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어린 모밀잣밤나무 잎을 바라보.. 2022. 8. 26.
아쿠타가와를 애도한다 - 이즈미 쿄카 그 문장과 그 질로 이름 높은 산과 바다를 영롱하고 밝게 비추었던 그대여. 혼탁하게 아지랑이핀 더운 여름을 등진 채 홀로 냉담히 갔는가. 이렇게 거성은 홀연히 하늘 위에 떠올랐다. 그 빛은 한림에 드리워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리라. 허나 생전에 손을 잡고 가까이 지낼 적에 그 용모를 보는데 질리지 못했고 그 목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으니 우리는 그대 없는 지금을 어찌 보내야 할까. 생각에 잠기니 가을은 깊어지고 안개는 눈물처럼 번지는구나. 달을 보며 모습이 떠오르면 누군가 또 이별을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일이라 하던가. 숭고한 영아, 잠시라도 좋으니 땅에 돌아오라. 그대를 동경하나 아직 사랑스럽고 똑똑한 아이들과 온화하고 정숙한 영부인에게라도 그 모습을 보여다오. 말이 이어지지 않는 걸 부끄러워하며 작은 마음..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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