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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71

극도구제 - 키시다 쿠니오 현재 우리 극단에서 연극의 독립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겨우 가부키극뿐이다. 비할 바 없는 전통의 아름다움은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고 또 어떤 힘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대와 함께 추이하는 연극――희곡 중심의 연극――소위 신파 이후의 연극은 어떠한가. 이는 아직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을 얻지 못했다. 어쩌다 두세 명의 사람 손에 시도된 '신극 운동'은 그 독립성을 목표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실패로 끝나 버렸다. 그동안에는 물론 약간의 기록적 상연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우연의 축복을 받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시대의 연극은 연극 자체의 매력만으론 관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신파의 쇠퇴, 신극의 미진 모두 이.. 2022. 8. 6.
'아사마산' 후기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잡지에 발표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엮을 때 대개 한 번은 주저하게 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대다수의 작가가 그럴 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면 자신이 쓴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두고 싶단 욕망도 없지는 않으니 일단 손을 보고 목차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걸로 몇 번째 희곡집을 내고 있는 셈인데 아마 이번만큼 내용 취사에 망설인 적이 없다. 왜냐면 나는 요즘 들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으며 그것이 '시도'로선 상당히 역할을 다 해내고 있으나 완성도면에서는 순수함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 특히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 일종의 '어색함'이 눈에 띄어서 정말로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걸 넣지 않자니 내가 근래 해온 일이라는.. 2022. 8. 4.
'옆집의 꽃' - 키시다 쿠니오 "옆집의 꽃"이란 제목은 너무나 설명적이고 어쩌면 내용을 읽지 않아도 알 거 같단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저는 이 각본을 쓰면서 평소와 다른 방식을 취했습니다. 즉 처음부터 '쓰려는 게' 머리에 떠오르고 그 주제가 그대로 제목이 되어 제 공상을 지배한 것이죠. 그런가 하면 저는 이 작품으로 '남의 걸 원하는' 인간성의 풍자를 꾀하면서 또 그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먼저 성격의 대비서 만들어지는 세상의 우스꽝스러움을 되도록 가까운 사레서 끌어내려 노력하였습니다. 인물도 사건도 모두 저의 상상이지만 그리 보기 드문 인물이나 사건은 아니라 봅니다. 메기, 쿠지 두 분인은 저의 이웃인 동시에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이 슬픈 희극을 보고 웃고 싶은 분은 웃어주세요. 하지만 저는 그 이.. 2022. 7. 30.
'하얀 뱀, 붉은 뱀' - 키시다 쿠니오 후나하시 세이이치 씨의 장편 소설 '하얀 뱀, 붉은 뱀'은 신문 연재소설로 제작된 작품으로, 이거라면 확실히 대부분의 독자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했으리라 본다. 작가가 꼭 통속미를 노린 건 아니나 그렇다고 예술가 흉내를 낸 독선적인 작품을 들이밀지도 않았다. 인정과 세상 위에 살짝 조숙하다 싶을 정도의 눈동자를 드리우고 여기에 후나하시 씨가 가진 일류의 관능 묘사를 심어 넣어 심리적 드라마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건 확실히 비범한 실력이다. 이 소설 속 여인군상은 특히 훌륭한 현대의 우키요에이다. 제각기 현저한 특색 속에서 공통되어 느껴지는 단지 '자의식' 하나――뭘 저지를지 모르는 자의식이다. 새로운 여성에게만 주어진 이 '새로운 매력'에 작가는 또 작가 다운 관찰과 사상을 덧붙였다. 나는 이 부분 .. 2022. 7. 29.
판타지 - 키시다 쿠니오 사실주의자인 나머지 시인이며 낭만주의자인 나머지 철학자인 예술가――그 일부는 자신의 생활을 긍정하기 위해 팡테지스트가 되는 길을 고르리라. 판타지는 상상을 관찰을 교차하는 예술적 수법 중 하나이다. 작가의 감흥을 통해 현실을 보기 좋게 착색하는 일이다. 비논리적 사상에 감각적 실재성을 주는 일이다. 필연을 무시하여 새로운 생명의 율동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판타지는 항상 '밝은 회의'의 자식이 된다. '밝은 회의'는 '명랑한 이지'를 어머니로 삼는다. '명랑한 이지'는 낙천주의자의 눈물보다 비관론자의 웃음을 사랑했으리라. 판타지가 꼭 시와 일치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중 인물의 감정 고양과 함께 작품에 일정한 서정미를 준다. 판타지가 꼭 희극적이진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작중인물의 성격.. 2022. 7. 27.
신극의 위기 - 키시다 쿠니오 지진 재난 후 대두된 신극 운동의 눈부신 기운은 내가 보기에 별로 순조로운 거 같진 않다. 그건 '이어지곤 있지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다'는 뜻이다. 하기사 고작 이삼 년만에 눈에 띄는 진보를 보일 리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다면 '나아가려는' 기척마저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는가. 나는 신극의 무대적 완성이 반드시 확고한 경제적 기반 위에 쌓여야 한다는 논의엔 찬동할 수 없다. 또 어떤 종류의 사람들의 열의에서만 만들어진다곤 믿지 않는다. 하물며 희곡의 내용이나 감독술의 경향이 무대를 좌우한다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한 시대의 문운이 한 명의 천재 작가의 출현으로 화려한 빛을 내뿜는 것처럼 현대 일본의 신극은 한 명의――그렇게 말하면 병폐도 있겠으나――적어도 몇 명의 배우, 진..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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