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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71

'12월' - 키시다 쿠니오 이는 본지 4월호의 페이지를 점령한 코야마 유시 군의 역작이다. 앞선 카와구치, 이가 야마 두 사람의 대작도 그렇고 백 페이지 가량의 작품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단 행운은 극작 동인에게 한없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12월'은 꽤나 좋은 작품이다. 부족한 역작은 열등한 범작보다 죄가 무거우나 훌륭한 대작은 자그마한 걸작보다 소리 높여 칭찬해지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그 사람 심리를 떼내어 나는 코야마 군의 작품을 마주하리라. 희곡의 생명을 서정미에만 의존하는 걸 경계한 사례는 자크 코포 등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제까지의 코야마 군은 그야말로 이런 잘못을 범해 온 듯했다. 심지어 그 서정미는 일말의 생활적 앳됨을 둘러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으나, 코야마 군은 드디어 자신이 가진 .. 2022. 7. 13.
신극의 대중화 - 키시다 쿠니오 상업 극장의 말을 흉내내 소위 신극 단체가 각본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서양극을 번역하게 된다. '대물주의'로 가는 게 흥행 성적을 올릴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물론 무작정 쓴 창작물로는 신극을 기를 힘이 없다. 하지만 번번이 말한 것처럼 번역극 시대가 지나간 중대한 이유가 오늘날만큼 명확히 밝혀진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만한 포부를 품고서 계속되어 상연되는 번역극은 한편으론 관객층을 한정짓게 하고 한편으론 배우 연기를 기형화해버리고 만다. × 하지만 나는 요즘 약간의 실례를 통해 신극은 배우가 뛰어나지는 것으로 대중화되는 것이며 동시에 배우가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으면 각본난은 당장은 아닐지언정 서서히 해결되리란 지론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 신협극단소가 상연하는 '북동의 바람.. 2022. 7. 12.
한 마디(키시다 아키코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여기서 죽은 아내를 논하는 건 자제하고 싶다. 두 딸들도 무언가 쓰라는 위원들의 권유를 받은 듯하나 그것만은 봐달라고 내게 청했다. 이 또한 알아줬으면 한다. 이 기념첩은 우리 일가가 받은 과분한 우정의 산물이다. 나도 딸들도 또 죽은 아내의 지인 일동도 감사의 말 이외엔 할 말이 없다. 편집의 고생을 맡아준 이가 야마 군은 죽은 아내의 유고를 담고 싶다 말했으나 본래 펜을 들 여유도 없고 준비되지 않은 단편적인 일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일기는 결코 공표해도 좋을 물건이 아니리라. 단지 유고란 의미가 아니라 그녀의 평생 중 한 시기의 면모를 전한다는 의미서 극히 일부만을 시험 삼아 읽어보았다. 와카 또한 평생 동안 지었다기보다는 병상에 누운 몇 달 동안 마음 가는 대로 노트에 적은 정도이기.. 2022. 7. 11.
라디오 문학의 수확 '눈사태' - 키시다 쿠니오 마후네 유타카 씨의 라디오 드라마집을 읽고 느낀 건 소위 '라디오 드라마'가 형식상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대신 희곡의 정석을 착실히 밟으며 라디오적인 효과를 노린 독특한 계산이 이뤄지고 있단 점이다. 본래 희곡가 마후네 유타카 씨의 재능은 현실적인 시점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가진 생활의 일면은 정확한 일상적 관찰과 드물게 보는 집요한 접착력으로 참으로 생기 넘치는 풍경으로 그려져 왔다. 마후네 씨는 이 재능에 더해 갖은 무대적 작법을 관대하고 솔직하게 구사하여 작품에 충분한 방점을 주었고 또 갖은 소재는 일종의 북극적 모습이 되어 눈보라와 말 썰매의 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만인의 마음을 끄는 이유이다. 본집에 수록된 라디오 드라마 네 편은 제각기 방송될 적에 호평을 받은 것들인데 지.. 2022. 7. 10.
'나의 생활 기술' 후기 - 키시다 쿠니오 현대 일본인은 올바른 '생활관'을 지니지 않았다는 게 여러 상황서 증명되곤 하나, 그와 동시에 어느 틈엔가 넓은 의미의 '생활의 기술'을 잃어 굉장히 어색하기 짝이 없으며 국민으로선 꽤나 손해인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단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 싶다. 많은 사람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단지 세간이란 게 원래 이렇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시대에 유럽과 미국 사람의 '생활' 그 자체를 찬가 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확고한 생활관과 자연에서 갈고 닦인 일종의 생활 기술을 익혔고 그걸 통해 업무 능률을 높이며 건강을 유지하고 사교를 즐기면서 민족적 우월감을 만족시키고 있다 생각하면 우리 일본인이 왜 오늘날 '생활'이란 문제를 새삼스레.. 2022. 7. 9.
'도스토옙스키 전집' 추천사 - 키시다 쿠니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인류가 남긴 업적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이다. 이는 물론 두 말하면 잔소리나 우리는 특히 이 천재가 러시아 태생인 걸 주목해야 한다 본다. 혼란스럽기에 깊은 게 아니라 깊기에 생기는 착란을 방불케하는 독특하면서도 소박한 혼의 광채를 우리 일본인의 정신세계서 찾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문학이란 지도에서 한 민족의 영토란 찾아볼 수 없으나 결국 본질이 다른 토양서 피는 꽃향기서는 자랑해 마땅할 한계가 존재한다 해야 하리라. 이런 관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사람과 예술에 접하는 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경이이며 계시이기도 하다. 자국 문학의 특성이 기존과 다른 방식을 취하려 할 때, 우리나라의 현대 문학에 일종의 아이러니한 영향을 준 '악령'의 전집이 이미 정평을 떨친 요네..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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