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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12월'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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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본지 4월호의 페이지를 점령한 코야마 유시 군의 역작이다. 앞선 카와구치, 이가 야마 두 사람의 대작도 그렇고 백 페이지 가량의 작품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단 행운은 극작 동인에게 한없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12월'은 꽤나 좋은 작품이다. 부족한 역작은 열등한 범작보다 죄가 무거우나 훌륭한 대작은 자그마한 걸작보다 소리 높여 칭찬해지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그 사람 심리를 떼내어 나는 코야마 군의 작품을 마주하리라.

 희곡의 생명을 서정미에만 의존하는 걸 경계한 사례는 자크 코포 등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제까지의 코야마 군은 그야말로 이런 잘못을 범해 온 듯했다. 심지어 그 서정미는 일말의 생활적 앳됨을 둘러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으나, 코야마 군은 드디어 자신이 가진 서정미를 '희곡적으로' 주제를 '살짝 상징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자면 환경의 현실적 파악에 따라 분위기의 중심을 만들고 생기로 가득한 관찰을 넣어 인물의 성격적 발전에 거의 성공한 결과, 작품은 단지 분위기를 내뿜는 데에서 한 발 나아가 흐르고 움직이는 생활 실체 속에서 생명의 중량을 느끼게 하는 영역까지 이른 것이다.

 작가 코야마 군이 이렇게 진화를 이뤄냈으니 희곡 '12월'이 이미 약간의 결함을 제외하고 오늘날의 극작계에 과시 마땅할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리라.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한 편을 통해 가장 빛나는 건 작가의 관찰이 교묘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인물의 심리는 자연스러운 음영을 둔 채 교차하고 생활의 톤은 세기말적 우울을 관철하면서도 이따금 흐뭇하게 웃기 좋은 풍자의 순간을 드러낸다. 단지 욕심을 부리자면 그려낸 세계 뒤편이 좀 더 넓었으면 했다. 큐죠 일가의 생활이 인생의 배경에서 벗어나 고립되어 있는 건 작가의 눈이 아직 개개인의 생활을 통해 더욱 깊은 인간성을 알지 못하는 점에서 왔지 싶다. 이는 어떻게든 과격한 장식적 서정미를 더욱 잘라내어 이를 대신해 마땅할 시혼의 비약에 걸어 볼 수밖에 없으리라.(193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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