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타니자키 준이치로5 타니자키 문학의 대표작 '세설' - 사토 하루오 타니자키 문학의 특징은 느긋하면서도 풍부한 풍격의 중후함에 있다. 마치 탄탄한 도심의 큰 길을 가는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이 특징은 초기 작품에서도 잘 드러났으나 대성한 모습을 드러낸 게 이 세설이지 않을까. 이 중후하면서도 거창한 것에 더욱이 세밀함을 더해 정말로 뛰어난 작품을 이뤄냈다. 이는 작가가 겐지모노가타리의 현대어 번역을 통해 본래의 좋은 자질 위에 고전의 뼈대란 좋은 비료를 더해 이뤄낸 작품이다. 그러니 이만큼 부족함 없는 작품이 가능했으리라. 고전적인 진정된 분위기와 근대풍의 사실이 잘 뒤섞여 정말로 좋은 풍자와 좋은 양식을 이룬 듯하다. 이상 타니자키 문학의 좋은 점만 꼽아 보았다. 세설이 그만큼 타니자키 문학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니자키 문학도 전체적으.. 2021. 11. 24. 사쿠타로의 추억 - 사토 하루오 사쿠타로의 이름도 작품도 사이세이와 '감정'을 내던 당초부터 모르지는 않았으나 특히 주의하게 된 건 세간과 마찬가지로 그의 처녀시집 '달에 짖다'가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코지마치시타 로쿠반쵸의 신시샤와 가까운 곳에――우연히도 지금 카도카와쇼텐이 있는 그 장소에 살아서 요사노 선생님의 신시샤하고는 거의 백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빈번히 요사노 선생님을 찾았다. 어느 날 신시샤의 화제로 신간 '달에 짖다' 이야기가 나와 아키코 부인이 "읽어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으니 그대로 대답하니 히로시 선생님께선 곧장 "그건 서둘러 읽을 필욘 없어." 그런 한 마디로 딱 자르는 듯한 말투로 말하셨으나 아키코 부인께서는 그걸 달래기라도 하듯이 "그래도 오가이 선생님도 재밌다고.. 2021. 11. 19. 난징의 그리스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가을의 밤중이었다. 난징 키보카이에 위치한 어느 집의 한 방에는 파랗게 질린 중국 소녀 한 명이 낡은 테이블 위에 턱을 괸 채로 접시에 담긴 수박씨를 지루하게 씹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거치형 램프가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방안을 밝게 하기보다도 되려 한층 더 음울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벽지가 벗겨진 방구석에는 이불이 삐져나온 등나무 침대가 먼지 냄새나는 천을 덮고 있었다. 또 테이블 반대편에는 이 또한 낡은 의자 하나가 마치 잊힌 것처럼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엔 어디를 보아도 장식이 될만한 가구는 무엇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소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박 씨를 씹는 걸 멈추고는 이따금 차가운 눈을 들고서 테이블에 접한 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쫓아.. 2021. 11. 9.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이야기' 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 나는 '이야기' 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을 가장 뛰어나다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만 쓴다고는 할 수 없다. 애당초 내 소설도 대개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뎃셍 없는 그림은 성립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설은 '이야기' 위에 성립된다.(내 '이야기'란 말은 단순히 '줄거리'란 뜻이 아니다) 만약 엄밀히 따지자면 '이야기'가 없는 곳에는 어떠한 소설도 성립하지 않으리라. 따라서 나는 '이야기' 있는 소설에도 물론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이후로 갖은 소설 혹은 서정시가 '이야기' 위에 성립된 이상, 대체 누가 '이야기' 있는 소설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바리 부인" 또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2021. 11. 6. 그 시절의 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하는 소설로 부를만한 종류는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고 뭘로 불러야 하는가 하면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나는 단지 네다섯 해 전의 자신과 그 주위를 되도록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써보았다. 따라서 나 혹은 우리의 생활이나 그 심정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겐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밀고 가면 결국 어느 소설도 마찬가지니 그 사실에 마음을 편히 먹고 발표하기로 했다. 참고로 있는 그대로라 해도 사건의 배열은 반드시 있는 그대로는 아니다. 단지 사실 그 자체만이 대부분 있는 그대로란 걸 덧붙여둔다. 하나 십일 월의 어느 맑은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갑갑한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니 정문 앞에서 역시나 교복을 입은 나루세와 만났다. 내가 "안녕"하고 말하니 나루세도 "안녕"하고 답했다. .. 2021. 11. 2.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