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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타니자키 문학의 대표작 '세설'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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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니자키 문학의 특징은 느긋하면서도 풍부한 풍격의 중후함에 있다. 마치 탄탄한 도심의 큰 길을 가는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이 특징은 초기 작품에서도 잘 드러났으나 대성한 모습을 드러낸 게 이 세설이지 않을까. 이 중후하면서도 거창한 것에 더욱이 세밀함을 더해 정말로 뛰어난 작품을 이뤄냈다.
 이는 작가가 겐지모노가타리의 현대어 번역을 통해 본래의 좋은 자질 위에 고전의 뼈대란 좋은 비료를 더해 이뤄낸 작품이다. 그러니 이만큼 부족함 없는 작품이 가능했으리라.
 고전적인 진정된 분위기와 근대풍의 사실이 잘 뒤섞여 정말로 좋은 풍자와 좋은 양식을 이룬 듯하다.
 이상 타니자키 문학의 좋은 점만 꼽아 보았다. 세설이 그만큼 타니자키 문학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니자키 문학도 전체적으론 결코 부족함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상식적이며 작위적인 분위기의 아쉬움을 보인 타니자키 문학의 결점도 이 작품에서는 잘 빗나가 있다.
 진짜 아름다움이란 어딘가 기이하며 일종의 귀기라 해도 좋을 게 필요하다는 게 앨런 포의 의견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타니자키 문학은 항상 귀기를 노린 듯한 부분마저 모종의 기이한 부분 없이 질릴 정도의 상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비함이 부족한 게 타니자키 문학의 가장 큰 결점처럼 여겨진다. 이를 이즈미 쿄카나 나가이 카후의 문학과 비교해 보면 타니자키 문학이 상식적이며 신비함이 부족하다는 내 의견에 분명 몇 사람이고 고개를 끄덕여주리라 믿는다. 작품만이 아니다. 사람을 보아도 타니자키 씨는 쿄카나 카후처럼 기인은 아니다. 그는 키쿠치 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양식 있는 사람이다. 작품 경향은 정반대여도 대중적 인기를 지녔단 점에선 키쿠치 칸의 작품과 닮은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리라.
 타니자키 씨는 소위 천재 같은 하늘이 낳은 기형아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의 문학을 기획하고 완성한 능력자에 가깝다.
 다시 세설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는 칸사이라는 국내적 이그조티시즘이국정서(도쿄 사람인 타니자키 씨에게 풍토와 정서가 전혀 다른 토지의 신기점)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자신 주위서 마음 갈 때까지 해내 세밀하게 적어 놓은 일종의 풍속소설, 세상 이야기인 것이다. 이를 쓰는데 신비함은 필요하지 않다. 단지 그의 달필로 이어가면 그만이다. 그는 입맛을 다시듯이 글을 썼다. 정말로 흥에 실린 듯한 이 화려함에 맥을 둔 이 이야기(좀 더 정확히는 세상 이야기)는 정말로 사람들의 마음에 들 거라 믿는다.
 지나침이 없고 막힘없이 적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좋아할 법한 작풍이며 또 타니자키 문학의 좋은 점만 모은 대표적이라는데 조금의 이론도 없다. 그러면서도 사실 나는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세상 사람 취향에 맞는 게 삐뚤어진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게 아닐까. 너무 통속적이라 해야 할까. 아니, 나는 통속적인 건 하나의 미점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은 건 생각 끝에 겨우 알 수 있었다. 나는 여기 적힌 인물이나 사건의 일부분을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즉 뒷무대를 너무 잘 아는 통에 무대가 재미 없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듯하다. 입맛을 다시듯이 글을 쓴 무대 뒤편을 아는 내게는 오싹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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