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존중해줘야 할 곤란한 사람――다자이 오사무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1. 25.
728x90
반응형
SMALL

 '푸른 꽃'에 드러난 얼핏 동화풍이면서 내부에는 근대인의 자기분열과 정신박약의 자기반성을 동반한 현실감을 바람처럼 자연스레 묻어나게 하며 골격에 잘 담은 걸 발견한 건 일 년도 더 된 일이다. 이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아도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인 것만큼은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같은 작가의 이름을 분게이서 보고 곧장 읽어 보니 이전 번엔 털실을 푸는 듯한 문체였던 반면 금속적 느낌이 드는 지독히 교묘한 엽편소설 세 개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스며 드는 듯한 현실감은 이전과 일맥상통하여 외견은 달라졌어도 같은 작가의 것이라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다시 분게이순슈에 서평을 쓰던 나는 이 작가와 이 작품에 한 마디를 남기고 싶었으나 작품이 아직 낟알이 작고 작가의 풍채가 내 취향에 들어맞는 게 아닐까 싶었고 또 동시에 장미라면 곧 꽃이 필 테니 그때 성원을 보내도 늦지 않겠다며 잠시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에 "광대의 꽃"이 발표된 걸 보고 나는 속으로 역시나! 하고 회심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사이 야마기시 가이시와 친해진 나는 그 방면으로 사람 다자이에 관해서도 조금 들을 수 있었기에 '광대의 꽃' 작가에게 내가 믿는 바를 독후감이란 형태를 빌려 전달했다. 다자이는 당시 건강은 회복되었으나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었기에 퇴원하는 대로 뵙고 싶다는 답을 받았고 곧 이는 실현되었다. 야마기시와 같은 길을 걷는 중이었다. 나는 아쿠타가와상 후보로 다자이를 권했으나 예선에 들기만 할 뿐 입상은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다자이의 풍부한 재능을 인정했으나 한편으로 인간으로서의 다자이가 미숙한 게 내키지 않았던 듯하다. 게다가 다자이의 작품에는 예술적 혈족을 느끼는 나 이외엔 아직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잠재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나 또한 내키지는 않아도 사람들의 의견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자이가 분투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다자이의 작품을 이해하는 날이 오길 바랐다.
 작품을 보고 이미 그런 느낌을 받은 나는 그와 직접 만나면서 더욱 예술적 혈족이라 느꼈다. 제멋대로고 게으르면서 그게 뼈 깊은 곳까지 스며 들어버린 일종의 로맨틱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분방하면서도 힘이 약한 자아가 범람하여 자기의식이 뼈대를 이룬 걸 스스로 검토해 가는 게 이런 종류의 숙명이다. 그의 경우엔 거기에 아편성 중독증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일단 이 병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라 여긴 나는 제자 중 의학을 걷고 있는 자와 상담해 그에게 최신 치료를 받을 걸 권고하였고 그 치료는 성공했을 터이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은 중독증보다 곤란해서 그의 주위 사람을 특히 자기 스스로를 어렵게 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게 그의 예술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우리는 조금의 민폐를 참고서 이를 관용하고 그를 격려해 그 재능을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의 재능은 우리가 관용하기 마땅한 존중해줘야 할 보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자중대성을 빔과 동시에 그의 주위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되어야 할지 밝혀두고 싶다――그를 아는 예술적 혈족의 한 사람으로서.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