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무로우 사이세이4

아쿠타가와의 원고 - 무로우 사이세이 아직 그리 친하지 않고 아마 서너 번째 방문이었을 터인 어느 날. 아쿠타가와의 서재에는 선객이 있었다. 선객은 아무개 잡지의 기자인 듯하며 아쿠타가와에게 원고를 강요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쿠타가와는 츄오코론에도 써야 할 글이 있으며 그마저도 아직 시작조차 못 했다며 단호히 거절하고 있었다. 그 거절은 가능성이 없으며 도무지 쓸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었으나 선객은 거절당하는 것도 각오하고 왔는지 좀처럼 받아주지 않았다. 설령 세 장이든 다섯 장이든 좋으니 뭐라도 써달라며 물러나는 기미가 없었다. 세 장이든 열 장이든 소재도 없고 시간도 없어 도무지 쓸 수 없다 거절하니 잡지 기자는 그럼 한 장이든 두 장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아쿠타가와는 두 장으론 소설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객은 애당초 당신의 소.. 2022. 8. 23.
사쿠타로의 추억 - 사토 하루오 사쿠타로의 이름도 작품도 사이세이와 '감정'을 내던 당초부터 모르지는 않았으나 특히 주의하게 된 건 세간과 마찬가지로 그의 처녀시집 '달에 짖다'가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코지마치시타 로쿠반쵸의 신시샤와 가까운 곳에――우연히도 지금 카도카와쇼텐이 있는 그 장소에 살아서 요사노 선생님의 신시샤하고는 거의 백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빈번히 요사노 선생님을 찾았다. 어느 날 신시샤의 화제로 신간 '달에 짖다' 이야기가 나와 아키코 부인이 "읽어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으니 그대로 대답하니 히로시 선생님께선 곧장 "그건 서둘러 읽을 필욘 없어." 그런 한 마디로 딱 자르는 듯한 말투로 말하셨으나 아키코 부인께서는 그걸 달래기라도 하듯이 "그래도 오가이 선생님도 재밌다고.. 2021. 11. 19.
천성 시인 - 사토 하루오 내게 '시인 바보'란 말이 있다. 시인은 보통 속세 사람으로선 무능력하지만 그 때문에 사람은 순진무구하다. 하늘은 그런 무구함을 보호할 생각으로 시인에게 속세적 재능을 주지 않았단 설이다. "시는 다른 재능이다"란 옛사람의 말도 같은 뜻일까. 이러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으로 나는 항상 무로우 사이세이 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즉 내가 생각하는 천성 시인의 전형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다 말하는 그는 능력이 있네 없네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이란 생활 형태하고는 전혀 동조하지 못하는 야생아이다. 시인의 천직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진 로봇화한 인간 사회에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창조주의 창조 그 자체를 보존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천성 시인은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이 천성 시.. 2021. 10. 31.
'망춘시집'에 - 사토 하루오 오늘 아침 무로우 군의 편지를 머리맡에 받아서 몸도 일으키지 않고 펼쳐 보니 망춘시집에 서문을 써달라고 한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떤 대화이다. 그건 불과 일주일 전에 나를 찾은 어떤 사람과 내가 나눈 것이다―― "저번에 무로우 씨를 찾아서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직접 시를 칭찬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시를 칭찬하는 건 자기 소설엔 감탄하지 못 했다는 말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런 나쁜 지혜는 선생님이 주신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무로우 군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하지만 기다려달라. 내가 오 월에 그와 만났을 때 '신조'에 오른 그의 신작 시를 칭찬하며 그게 진짜 네 것이다. 네 소설의 전부를 보느니 그 시 중 한 편을 읽는 게 너를 한 층 더 친하게 접하는 일이다――그런 .. 2021. 10. 20.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