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타로의 이름도 작품도 사이세이와 '감정'을 내던 당초부터 모르지는 않았으나 특히 주의하게 된 건 세간과 마찬가지로 그의 처녀시집 '달에 짖다'가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코지마치시타 로쿠반쵸의 신시샤와 가까운 곳에――우연히도 지금 카도카와쇼텐이 있는 그 장소에 살아서 요사노 선생님의 신시샤하고는 거의 백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빈번히 요사노 선생님을 찾았다.
어느 날 신시샤의 화제로 신간 '달에 짖다' 이야기가 나와 아키코 부인이
"읽어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으니 그대로 대답하니 히로시 선생님께선 곧장
"그건 서둘러 읽을 필욘 없어."
그런 한 마디로 딱 자르는 듯한 말투로 말하셨으나 아키코 부인께서는 그걸 달래기라도 하듯이
"그래도 오가이 선생님도 재밌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요사노 집안(뿐만은 아닐 테지만)에겐 오가이 선생님의 의견이란 최고의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키코 부인은 히로시 선생님이 시에 가진 선입관을 박살 낸 사쿠타로 군의 독창적 위업을 인정해주고 싶은 듯한 분위기가 잘 엿보였다. 그리고 나도 이 시인을 주목하길 바란 건지 아키코 부인께선 일부러 자신의 서재서 '달에 짖다'를 가지고 와
"읽어 보시겠어요?"
하고 건네주셨다. 그러니 나는 그걸 손에 든 채 한동안 읽어 보았다. 신경으로 시를 쓰는 듯한 이 시인의 행방은 사실 나도 아직 잘 알지 못하나 어쩐지 재밌네 하는 느낌 정도는 들었다. 하지만 히로시 선생님께선
"달에 짖는다니 개라도 되는 거야? 어떻게 해서 대나무가 자란다, 뭐가 어떻게 자란다는 거야? 별로 지혜란 게 안 보이는 이야기야."
히로시 선생님은 역시나 이 시인에게는 마음이 끌리지 않는 듯하셨다. 나는 가만히 있었으나 아키코 부인은
"저는 재밌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한 마디를 바란 듯하나 나는 역시 아직 이렇다 할 의견을 개진할만한 자신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히로시 선생님이
"뭐 좀 더 천천히 보자고. 벌써부터 그렇게 재가면서 볼 필요도 없잖아"하고 말씀하셔서 화제는 일단락되었다.
이는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사쿠타로도 한때는 신시샤에 우타를 투고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나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걸 테지. 내가 명성을 볼 적에는 이미 어디서도 사쿠타로의 이름을 볼 수 없었으니까. 히로시 선생님이 사쿠타로를 인정하지 않는 건 신시샤의 이단이라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나는 준이치로나 사이세이하고는 사쿠타로보다 일찍 알게 되어서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자주 사쿠타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준이치로는 사쿠타로의 시보다도 여동생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듯했다. 훗날 사토 소노스케의 부인 되는 사람이다. 준이치로나 사이세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쿠타로를 지방의 작은 도심에서 어떤 고생도 없이 기타나 치는 청년시인을 상상하였다.
처음으로 사쿠타로를 만난 게 언제였는지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쿠슈나 사이세이도 같이 있었던 것만은 기억난다. 그쯤 사쿠타로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시원스런 풍채의 사람으로 세상이 떠받들여주는 시인이 되어 있었다. 나도 그후 작은 시집을 내놓았는데 이는 사쿠타로의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사쿠타로하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쿠타로는 결코 내게 악의를 지니지 않았고 되려 친근감을 느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즘엔 아쿠타가의 집에도 오고갔던 것 같다. 타니자키와 둘이서 사쿠타로와 만난 건 좀 더 나중 일이리라.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준이치로가 어느 날 사쿠타로의 권유를 받아 여동생과 결혼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또 동시에 사쿠타로도 준이치로도 사쿠타로의 여동생과 결혼해도 좋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이건 나의 정리이다. 준이치로는 이미 상대를 알고 있었기에 새삼 만나 볼 필요도 없었으나 사쿠타로는 준이치로의 여동생을 본 적이 없었기에 한 번 은근슬쩍 만나게 했는데 결국 이야기는 없던 게 되었다. 그때 사쿠타로가 말하길 "독일 소녀 같은 취미는 나쁘지 않았으나 준이치로랑 너무 닮은 게 싫었다. 준이치로와 같이 동침하는 거 같아서"라고 말하는 게 재밌어서 내가 준이치로에게 사쿠타로의 말을 그대로 전하니 준이치로도 껄껄 웃었다.
그후 말년의 이야기인데 사쿠타로가 웬일로 우리 집을 찾았다. 당시 내가 문학부장을 하고 있던 니시무라 이사쿠 씨의 문화 학원에 장녀를 입학시키고 싶은데 그 아이가 바보인데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힘 좀 써달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바보가 어느 정도인가 하고 물으니 한 번 지능 검사를 해보려 전문가한테 상담하니 직접 올 필요도 없다, 여기에 표가 있으니 이 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결과를 알려 달라 하는데 답을 하나도 내지 못하더라, 그래서 그 문제를 보니 나(사쿠타로)도 하나도 못 풀겠다, 그렇게 말했다.
"부모가 바보니 애도 바보인 건 당연하지 싶더라." 그는 웃었다.
"너만한 바보라면 물론 입학할 수 있지." 나도 웃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내도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아내는 사쿠타로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 그 형제자매를 알고 있었다.
"사쿠타로 씨는 형제가 몇 분 계셨죠?"
아내가 그렇게 물으니 사쿠타로는 "여섯 있었죠(?)"하고 말하고는 그걸 확인하듯이
"마에바시에 둘, 오사카에 하나, 안나카에 하나, 그리고 도쿄서 소노스케와 하나――이상하네, 여섯인데?"
혼자 그렇게 말하며 "……오사카에 하나, 안나카에 하나, 그리고 도쿄서 소노스케와 하나――이상하네"하고 손가락을 다섯 개 가량 접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나는 너무 우스워서 몇 번째인지 모를 "……도쿄서 소노스케와 하나"라고 말한 후에 "도쿄 여기에도 하나"하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쿠타로는 멍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린 채 모르기에
"형제를 세고 있는 너를 빼먹었잖아"하고 말하자 그제야 깨달아서 사쿠타로는 웃음을 터트리며 여섯 형제를 확인하는 게 굉장히 재밌었다. 이 시인은 한 번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형제들 안에 넣지 않은 듯했다.
사쿠타로는 묘한 머리의 소유자지 싶다. 하지만 그를 소위 바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구제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패스한 수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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