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시인을 보면 동시에 날카로운 비평가이기도 하며 준민한 저널리스트(시무를 아는 사람)을 겸하고 있다. 이걸 시적 재능의 삼위일체라고 해야 할까. 샤를 보들레르, 에드거 포가 이와 같다. 아니 동서고금의 걸출한 시인은 모두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는 키노 츠라유키, 가까이로는 요사노 텟칸이나 이시카와 타쿠보쿠가 해당하리라. 이와 마찬가지로 두뇌에도 조합의 차이나 질의 높낮음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시인 중 우리나라서 최고이자 최대를 나는 일본 시가 중흥의 선조인 바쇼서 본다.
그는 그 날카로운 비평안으로 고대의 우리 문예에서 그 전통으로 삼아야 할 것과 취해야 할 해외(이는 물론 중국을 말한다)의 문학을 취사선택했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바쇼는 시간의 동향이나 요구에 미루어 바쇼풍을 세우게 된다. 그 하나 속에 담긴 시인, 비평가, 저널리스트를 모두 보는 건 그렇지 않고서는 그의 문학적 사업의 성립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하루 내게 말하길
"바쇼란 영감은 실제로 만나보면 의외로 토손 같은 지독한 남자(그는 토손을 지독히 싫어했다)였을지도 몰라."蕉
그때 내가 무어라 대답했는지는 잊었으나 그가 하는 말은 알 거 같았다. 그 또한 그 영감 속에서 날카로운 비평가나 송골매 같은 눈을 가진 저널리스트를 발견하여 그런 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의 말은 우상 파괴적인 말투였으나 내게는 조금도 우상 파괴의 뜻은 없다. 바쇼서 피가 흐르는 인간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삼위일체의 재능이 가장 질이 좋고 가장 조화가 이루어졌다 보는 사람이다. 즉 요령 좋은 희대의 대천재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토손과 닮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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