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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신구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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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향은 쿠마노의 중심인 신구新宮의 한 마을이다. 신미야나 니미야라고 말하면 사람들한테 웃음을 살 테고 나로서는 고향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향문을 떠난 지 오십 년이 되었으니 고향의 신년이란 즉 내 유년 시절의 신년이란 셈이다. 천하는 태평했고 소년은 즐거웠다.
 우물 펌프의 약수로 척척 얼굴을 씻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남자 형제 셋이 모여 별을 올려다보며 하얀숨을 내쉬고 집의 뒷산인 미즈노 씨 삼만육천오백석의 단카쿠성, 소위 오키미성의 니노마루 뒤에서 태평양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 붉은 파도가 올라오는 건 신년에 걸맞은 활동적인 구경거리로 이를 보는 게 신년을 맞이한 우리집의 연레행사였다. 눈앞에는 깃발을 수없이 나부끼는 배가 많이 모여 있었다. 과거 쿠마노가와의 강입구에는 나루터가 자리해 있었다.
 산을 내리면 어머니와 누나가 마련해준 오조니가 기다리고 있다. 그걸 다 먹으면 야마타마 신사에서 첫 참배를 한다. 그 외에도 힐끔힐끔 참배객이 보였다. 러일전쟁(내가 열네 살적일 때이다) 때에는 특히 참배객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평소에는 주판 연습 소리만 들리는 이 상인 거리도 신년 밤은 가을의 전원이니 사랑에 빠진이니 백인일수를 읊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우리 집에서도 인력거꾼, 약제사, 간호사, 요리사 딸에 이웃 젋은이나 소녀가 섞여서 귤향이 풍기는 방 안에서 초로의 원장인 우리 아버지가 요미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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