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키쿠치 칸25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 후기 - 키쿠치 칸 아쿠타가와가 죽어 이래저래 이 년 반 가량 지났다. 그의 사인은 그의 육체 및 정신을 덮친 신경쇠약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을 테지만 남은 절반 가량은 그가 인생 및 예술에 너무나도 양심적이며 너무나도 신경과민이었던 탓으로 여겨진다. 그의 너무나 날카로운 신경은 실생활의 번거로움 때문에 더더욱 날카로워져 끝내 이가 빠진 얇은 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의 뒤처리는 세밀하게 처리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의 전집 출간도, 그의 유족 생활도 그의 신경을 건드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데다가 그의 죽음은 수많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애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생전 이상으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얻고 있지 싶다. 이제 그는 홀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어린 모밀잣밤나무 잎을 바라보.. 2022. 8. 26.
아쿠타가와 - 키쿠치 칸 아쿠타가와의 죽음에 관해 많은 걸 쓸 수 있을 듯, 막상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사인은 우리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기보다는 결국 세상 사람들이 수긍할만한 구체적인 원인은 없다고 해야 하리라. 결국 아쿠타가와 본인이 말한 것처럼 주된 원인은 "막연한 불안"이리라. 게다가 2, 3년간의 신체적 피로, 신경쇠약, 번거로운 세속적 고생 같은 것이 그의 절망적 인생관을 더욱 깊게 만들어 그런 결과를 만들었지 싶다. 작년, 그의 병은 그의 심신을 꽤나 갉아먹었다. 신경쇠약에서 오는 불면증, 망가진 위장, 지병인 치병 등이 서로 뒤엉켜서 그의 생활력을 뺏어간 듯하다. 이런 병에 고민하다 서서히 자살을 결심한 것이리라. 그런 데다가 요 2, 3년간 그의 세속적 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 안.. 2022. 8. 21.
'우리의 극장' 머리말 - 키시다 쿠니오 이 한 권은 내가 문필 생활을 시작하여 오늘까지 약 2년 동안 여러 기회로 발표한 단편적 평론 또는 감상들 중 연극에 관한 문장을 한 편으로 모은 것이다. '연극 일반 강의'라 제목 붙은 첫 글은 키쿠치 칸 씨가 주최하는 문예 강좌를 위해 특히 '연극론'이란 제목으로 집필한 것으로, 이는 엄밀한 의미론 연구 발표가 아니다. 따라서 학계를 향해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야심은 조금도 없다. 단지 나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연극의 본질에 관해 자신이 도달한 해결을 향해 새로운 시대의 연극 애호자를 이끌려 노력했다. '현대 프랑스 극작가'는 마찬가지로 문예 강좌에 게재된 것으로 이것만으론 미적지근하나 필자는 어떤 목적으로 이 문장을 심었다. 그 목적이란 요컨대 우연찮게 프랑스 현대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 그 .. 2022. 7. 16.
토끼와 거북이 - 키쿠치 칸 역 토끼와 거북이 중 누가 빠른지는 동물 친구들의 오랜 문제였습니다. 어떤 동물은 물론 토끼가 빠르다 말했습니다. 토끼는 그만큼 큰 귀를 가졌어. 그 귀로 바람을 가르며 다르면 꽤나 빠르게 달릴 게 분명해. 하지만 또 어떤 동물은 말합니다. 아니, 거북이가 빠르지. 왜냐면 거북이 등껍질은 무서울 정도로 착실하잖아. 그 등껍질처럼 착실히 한없이 달려갈 수 있어. 이 문제는 그렇게 말하며 토론만 하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토론은 이윽고 전쟁이 되려 하였기에 둘은 결국 승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오백 야드 경주를 해서 누가 더 빠른지 모든 동물들에게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멍청한 짓을 왜 해야 하죠." 토끼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토끼 편을 든 동물들은 열심히 토끼를 설득.. 2022. 2. 7.
다이쇼 12년 9월 1일 대지진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대지진 잡기 하나 다이쇼 십이 년 팔 월, 나는 일유정과 가마쿠라에 가서 히로나야 별장의 손님이 되었다. 우리방 처마 끝에는 덩굴시렁이 이어져 있었다. 또 덩굴시렁 잎 사이로 힐끔힐끔 보라색 꽃이 보였다. 팔 월의 등나무 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뿐일까. 화장실 창문으로 뒤뜰을 보면 수없이 겹친 황매화 나무도 꽃을 달고 있다 황매화 나무 향하는 햇살 담은 당목 지팡이 일유정 (주, 일유정은 당목 지팡이를 짚고 있다.) 또 신기한 건 작은 정원 연못에 붓꽃과 연꽃이 서로 겨루기라도 하듯이 피어 있었단 점이다. 잎이 갈라진 연꽃잎과 활짝 핀 붓꽃이구나 일유정 등나무, 황매화, 붓꽃이 모이니 이게 참 예사 일이 아니다. "자연"서 발광할 기미가 보이는 건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누굴 .. 2021. 11. 22.
잡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치쿠덴 치쿠덴은 좋은 사람이다. 롤랑의 평가 같은 걸 배우면 좋은 화가 이상으로 좋은 사람이다. 세상이 알아줬으면 하는 화가가 있다면 타이가의 다음 가는 사람이지 싶다. 친구이자 동지의 산요의 재능은 치쿠덴보다 크게 못하다. 산요가 나가자키서 놀 때 화류계서 놀았다는 의심을 풀기 위해 "家有縞衣待吾返집에선 아내가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데 孤衾如水已三年홀로 이불 덮은 지 삼 년이로구나"하는 시를 지은 건 살짝 미간이 찌푸러지지만 치쿠덴이 마찬가지로 나가사키서 "不上酒閣주객에 오르지 않고 不買歌鬟償노래와 여자를 사지 않으니 周文画주문의 그림은 筆頭水기필의 물이요 墨余山각필의 산이구나"하는 말을 하는 건 아마 진실을 말한 것이리라. 치쿠덴은 시와 글, 그림 모두 탁월하였으나 와카만은 교묘하지 못 했다. 화.. 2021. 11. 16.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