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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치 칸25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이야기' 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 나는 '이야기' 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을 가장 뛰어나다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만 쓴다고는 할 수 없다. 애당초 내 소설도 대개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뎃셍 없는 그림은 성립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설은 '이야기' 위에 성립된다.(내 '이야기'란 말은 단순히 '줄거리'란 뜻이 아니다) 만약 엄밀히 따지자면 '이야기'가 없는 곳에는 어떠한 소설도 성립하지 않으리라. 따라서 나는 '이야기' 있는 소설에도 물론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이후로 갖은 소설 혹은 서정시가 '이야기' 위에 성립된 이상, 대체 누가 '이야기' 있는 소설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바리 부인" 또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2021. 11. 6.
츠네토 쿄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츠네토 쿄는 제1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이다. 기숙사도 같이 써서 1년간 3번방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의 츠네토는 아직 법과 소속이 아니었다. 1부 을반, 즉 영문과 학생이었다. 츠네토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고 밤 열한 시 소등 전에 이빨을 닦고 잠자리에 들었다. 생활이 어찌나 규칙적인지 이마누엘 칸트의 재림이거나 시계의 진자인가 싶을 정도였다. 당시 우리 반에는 쿠메 마사오니 키쿠치 칸이니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작지 않았다. 그러한 호걸은 츠네토와 달리 술을 마시거나 새벽까지 노는 등 천마가 하늘을 가는 듯 혹은 승합자동차가 거리를 달리는 듯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때문에 츠네토의 생활은 그러한 호걸들의 생활에 비해 한 층 더 규칙적으로 보였으리라. 나는 츠네토의 친구이지.. 2021. 10. 19.
징강당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타이가의 그림 나는 요즘 타이가의 그림이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건 타이가기만 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단 말은 아니다. 고작해야 오십 엔 정도의 한 폭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타이가는 대단한 화가이다. 과거에 타카쿠 아이가이는 무일푼의 곤경에서도 한 폭의 타이가만은 놓지 않았다. 그런 영령한의 붓을 통해 이루어진 그림은 몇백 엔이라도 비쌀 게 없다. 그런 걸 오십 엔으로 깎으려 드는 건 내게 돈이 얼마 없는 슬픔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가의 그림을 생각하면 설령 오백만 엔을 내든 나처럼 오십 엔을 내든 저렴한 건 매한가지일지 모른다. 예술품의 가치를 우표나 지폐로 환산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지독한 속물뿐이다. Samuel Butler가 쓴 글에 따르면 그는 항상 "질 좋고 잘 보관된 사십 실링 정도의.. 2021. 10. 9.
버려진 편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히비야공원 벤치에 떨어져 있던 몇 장인가의 서양 종이에 적힌 편지이다. 나는 이 버려진 편지를 주었을 때 내 주머니에서 떨어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꺼내 보니 누군가 젊은 여자에게 건넨 역시나 누군가 젊은 여자의 편지인 듯했다. 내가 이런 편지에 호기심을 품은 건 물론이다. 그뿐 아니라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내용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한 줄이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멍청이야."! 나는 어떤 비평가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의 작가적 완성을 망쳐 놓을 정도로 회의적"이다. 특히 나 스스로의 어리석음에는 누구보다도 한 층 더 회의적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멍청이야!" 이 얼마나 매서운 발언이랴. 나는 마음속에 붙은 불을 열심히 억누르며 일단 그녀의 논거를 점검해보.. 2021. 8. 1.
일본 소설의 중국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하이의 상무인서관서는 세계총서란 걸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현대 일본 소설집"이다. 안에 담긴 건 쿠니키다 돗포,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스즈키 미에키치, 무샤노코지 사네아츠, 아리시마 타케오, 나가요 요시로, 시가 나오야, 센게 마토마로, 에마 슈, 에구치 칸, 키쿠치 칸, 사토 하루오, 카토 타케오, 나까지 열다섯 명, 서른 편이다. 그 중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아리시마 타케오, 에구치 칸, 키쿠치 칸 다섯 명은 루쉰魯迅 씨의 번역이고 그 외에는 모두 저우쭤런周作人 씨의 번역이다. 그리고 후스胡適 씨가 교정을 보았다. 1922년 5월 베이징에서――그렇게 시작되는 저우쭤런 씨의 서문에 따르면 "일본 소설은 20세기서 놀랄만한 발달을 이루어 국민적 문학의 정수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많.. 2021. 7. 18.
백설공주 - 키쿠치 칸 역 옛날 먼 옛날, 한겨울의 일이었습니다. 눈이 새 깃털처럼 하늘하늘 내려올 때, 한 여왕님이 흑단틀에 둘러싸인 창가에 앉아 재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왕님은 재봉을 하면서 눈을 바라보았는데 그만 쿡하고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쌓인 눈 속에 뚝뚝 세 방울의 피가 떨어졌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 새빨간 피가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기에 여왕님은 홀로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눈처럼 몸이 새하얗고 피처럼 붉은 뺨을 지니고 이 흑단처럼 검은 머릿결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좋겠는걸."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님께선 공주님을 낳으셨습니다. 그 공주님은 피부색이 눈처럼 하얗고 뺨은 피처럼 붉었으며 머릿결은 흑단처럼 검었습니다. 때문에 이름도 백설공주라 지었습니다. 하지만 여왕님은 공주님을 낳고..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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