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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츠네토 쿄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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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네토 쿄는 제1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이다. 기숙사도 같이 써서 1년간 3번방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의 츠네토는 아직 법과 소속이 아니었다. 1부 을반, 즉 영문과 학생이었다.
 츠네토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고 밤 열한 시 소등 전에 이빨을 닦고 잠자리에 들었다. 생활이 어찌나 규칙적인지 이마누엘 칸트의 재림이거나 시계의 진자인가 싶을 정도였다. 당시 우리 반에는 쿠메 마사오니 키쿠치 칸이니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작지 않았다. 그러한 호걸은 츠네토와 달리 술을 마시거나 새벽까지 노는 등 천마가 하늘을 가는 듯 혹은 승합자동차가 거리를 달리는 듯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때문에 츠네토의 생활은 그러한 호걸들의 생활에 비해 한 층 더 규칙적으로 보였으리라. 나는 츠네토의 친구이지만 도무지 그처럼 착실해질 수 없다. 남들만큼 늦잠을 자고 남들만큼 새벽을 지새우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 츠네토는 수재이다. 별반 공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적은 항상 수석인 데다가 프랑스어니 라틴어니 여러 가지를 할 줄 알았다. 또 쉬는 날에는 식물원을 찾아 수채화를 그리고는 했다. 나도 그 옆을 따라가 그가 그림을 그리는 반나절 동안 책을 잃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 츠네토가 그린 수채화 중 가장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겨울 철쭉의 그림이었다. 단지 기억하는 이유는 불행히도 그림이 절묘했기 때문은 아니다. 철쭉이란 걸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소인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또 츠네토는 논객이다――그 전에 하나 적어두고 싶은 건 츠네토도 시를 짓는단 것이다. 당시 우리 반에는 시인이나 카진이 적지 않았다. "실로 천재의 마음이란 카멜레온과 닮아 있다" 그렇게 노래한 건 당시의 쿠메 마사오이다. "교실 책상에 앉으면 어쩐지 화를 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노래한 건 당시의 키쿠치 칸이다. 그런 만큼 당시의 츠네토에게 몇 편의 시가 있는 것도 의아한 일은 아닐 터이다. 그 중 한 편을 실어본다.

신은 항상 굶주려 있다
생명만을 그 몸에 두르고
열매가 맺히면 집어삼킨다
신이 항상 주려 있단 이유로
신을 띄어주는 건
덧없음을 맺을 뿐이다

 또 새로이 적어 보자면 츠네토는 논객이다. 나는 요 십여 년 동안 아직도 천하서 그만큼 무서운 논객은 알지 못 한다. 만약 다른 한 사람을 꼽아 보자면 단지 코지마 키쿠오 군뿐이다. 나는 지금도 츠네토와 만나면 허투루 논의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입에 올리면 지게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1고등학교에 있을 때에는 밥을 먹을 때에도 산책을 할 때에도 끝없이 논의를 했다. 심지어 논의의 화제가 되는 건 순수사유, 니시다 키타로, 자유 의지, 베르그손 같이 어려운 것 투성이었던 걸 기억한다. 나는 이 논전으로 내 논법을 발명해냈다. 듣기로는 그 걸리버의 저자는 아직 논리학에는 미숙해도 논의를 어려워 말고 모방부터 하라고 말했다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위프트 또한 친구 중에 반드시 츠네토 쿄와 같은 신랄한 논객이 있었으리라. 
 츠네토는 또 근엄한 사람이다. 술과 색을 좋아하지 않고 허튼 소리를 하지 않으며 맑고 깨끗한 곳에 몸을 둘 줄 아니 나와 천지차이다. 같은 방 같은 반의 후지오카 조로쿠 또한 역시나 근엄한 사람이었으나 이는 또 너무 근엄한 게 유감이다. "요정待合의 기능이란 게 뭐지?"하고 이따금 나를 곤란하게 만든 것도 이 후지오카 조로무였다. 후지오카에겐 코엔의 학설보다 요정이 더 난해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츠네토는 그런 걸 모르지 않는다. 알고서도 근엄하다. 심지어 그러한 근엄함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미친다. 이를테면 츠네토는 기숙사에 비를 내리게 하지 않는다. 기숙사에 비를 내린다는 건 밤중에 기숙사 창문으로 멋대로 소변을 뿌리는 일이다. 나는 때와 상황에 따라 비를 내리고는 했다. 나는 물었다. "너는 왜 비 안 흘리냐?" 츠네토가 답했다. "내가 가다가 당하면 민폐라 생각할 거 아냐. 그러니까 안 하는 거야. 너는 왜 하는데?" 나는 대답했다. "누가 나한테 해도 민폐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하는 거고." 또 츠네토는 정벌[각주:1]을 하지 않았다. 접시를 깨고 밥을 던지는 건 나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물었다. "너는 왜 정 벌 안 하냐?" 츠네토가 답했다. "그릇을 던지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니까――너는 왜 안 하는데?" 나는 답했다. "안 하는 게 아냐. 못 하는 거지."

 지금 츠네토는 도쿄 제국 대학서 슈탐러나 라스크를 강의하고 있으며 나는 도쿄서 글을 팔고 있다. 서로 보기는 일 년에 한두 번 뿐이다. 과거에 제1고등학교의 교정인 보리수 아래서 거닐며 담소하며 지내던 밤낮을 생각하면 그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때문에 카이조샤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그 자리서 바로 이 문장을 만든다. 때는 다이쇼 임술년, 노란 꽃이 아직 피지 않은 구 월이다.

 

 

 

 

  1. 빈곤한 기숙사 식단을 이유로 벌어진 당대의 학생 운동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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