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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치 칸25

나의 경마 철학 - 키쿠치 칸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건 나의 마권 철학이다. 몇 년 전에도 썼는데 별로 읽히지 않은 듯하여 재록하기로 했다. 하나. 마권은 좌선 수행과 같다. 간단히 깨닫기 어렵고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하나. 구멍을 뚫어 되도록 큰 배당을 얻으려 하는 혈매穴買주의와 배당은 어찌 되었든 이길 마를 찾는 유력주의가 있다. 하나. 똑똑히 유력을 따내고, 불확실한 유력을 쳐내고, 확실한 구멍을 따낸다. 이것이 명인의 영역이나 도달하기 쉽지 않다. 하나. 배당이 낮아지면 사기 싫어하는 혈매주의자가 있는데, 이 또한 마권 구매의 사도이다. 하나. 마권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눈길도 주지 않고 유력에 달려가는 무리가 있는데 이건 유력주의의 사도이다. 다른 말 중 표가 적으면서 배당이 높은 게 누구냐.. 2021. 4. 20.
'키쿠치 칸 전집'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스탠달과 메리메를 비교할 경우 스탠달은 메리메보다도 위대하지만 메리메보다 예술가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건 메리메보다도 작품 하나하나에 혼신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은 담을 재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의미에선 키쿠치 칸 또한 문단의 후배들과 비교할 경우 꼭 탁월한 예술가라고는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 중에서 그림적 효과를 담아야 할 묘사는 이따금 파탄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향이 존재하는 한, 섬세한 효과를 즐기는 향락가에겐 어떠한 그의 걸작이라도 충분한 만족은 주지 못 하리라. 쇼와 골스워즈를 비교할 경우 쇼는 골스워즈보다도 위대하지만 골스워즈보다도 예술가가 아니라 한다. 그 대부분은 순수한 예술적 감명 이외에 작가의 인생관이나 세계관 같은 사상을 토로.. 2021. 4. 18.
소설가가 되려는 청년에게 바친다 - 키쿠치 칸 나는 먼저 "스물다섯이 되지 않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말해두고 싶다. 정말로, 열일곱에서 열여덟, 내지는 스무 살에 소설을 써본들 도리가 없지 싶다. 소설을 쓴다는 건 문장이나 기교보다도 먼저 어느 정도 생활을 알고 어느 정도 인생을 생각해 소위 인생관이란 걸 확실히 갖추는 게 필요하다. 어떤 것이나 먼저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지녀야 한다. 그전에 쓰는 소설이란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스무 살 전후의 청년이 소설을 가져와 "봐달라"고 말해본들 무어라 말할 도리가 없다. 어찌 되었든 인생에 자신만의 생각을 갖추게 되면 그게 소설을 쓰는데 제일 중요한 일이지, 그 이상으로 주의해야 할 일은 없다. 실제로 소설을 쓰는 건 훨씬 뒤의 일이다. 소설을 쓰는 연습이란 인.. 2021. 4. 16.
학교 친구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학교 친구들에 관한 말이면서, 학교 친구들의 전부는 아니다. 단지 겨울밤이나 전등 아래에서 원고지를 볼 적에 문득 마음에 떠오른 학교 친구들에 대한 생각일 뿐이다. 코우타키 타카시 내 초등학교 친구이다. 아내 이름은 아키나. 하타 토요키치는 이 부부를 남화적 부부라 말했다. 도쿄 의과 대학을 나와 지금은 샤먼 아미어 아무개 병원에 있다. 인생관상의 리얼리스트지만 실생활에 임할 때에는 그리 리얼리스트라 할 수 없다. 서양 소설 속에 나오는 의사와 닮아 있다. 아이의 이름은 미노토라 한다. 코우타키의 아버지가 작명한 걸 생각하면 독특한 이름을 좋아하는 건 유전적 취미 중 하나로 봐야 하리라. 글은 제법 교묘하다. 노래도 시도 아마추어급으로 만든다. "신나이에서 내려다 바라보면 등롱이려나."란 시를 썼다.. 2021. 4. 6.
마스크 - 키쿠치 칸 겉모습 하나는 듬직한 덕에 남들은 굉장히 건강히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내장이란 내장은 평균보다 빈약하다. 그러한 사실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도 숨을 헐떡거렸다. 계단을 올라도 숨을 헐떡거렸다. 신문기자를 할 적에도 관서 같은 커다란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 목적지까지 와도 숨이 막혀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폐 쪽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려 숨을 들이 마셔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가슴이 답답해져 금세 숨을 내쉬어야 했다. 심장과 폐가 약한 데다가 작년 언저리부터 위장을 다치고 말했다. 내장 중에선 강한 걸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 주제에 겉모습만은 듬직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항상 건강해 보인다. 스스로는 내장이 약한 걸 정말 잘 알고 있어.. 2021. 3. 12.
형 같은 느낌 ――키쿠치 칸 씨의 인상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키쿠치 칸과 함께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어색함을 느낀 적이 없다. 동시에 지루함을 느낀 기억도 전무하다. 키쿠치하고라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질리는 법이 없겠지 싶다.(물론 키쿠치는 질릴지 몰라도.) 왜냐하면, 키쿠치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형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 좋은 점은 물론 이해해주고, 부주의한 점을 드러내도 동정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렇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동생이라 해야 마땅할 내가 이따금 키쿠치의 호의에 기대어 있을 수 없는 일방적인 열을 내뿜을 때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키쿠치가 형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형처럼 느껴지는 이유의 일부는 물론 키쿠치의 학식이 뛰어나기 때문..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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