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키쿠치 칸25

연말의 하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잘 모를 잡목이 자란 쓸쓸한 언덕 위를 걷고 있었다. 언덕 아래에는 바로 연못이 있었다. 또 연못의 끝자락에는 물새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옅은 이끼가 낀 돌색에 가까운 물새였다. 나는 딱히 물새가 신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날개가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건 꺼림칙했다―― ――나는 이런 꿈속에서 덜컹덜컹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재와 이어진 손님방의 유리문에서 나는 소리인 듯했다. 나는 신년호 작업 중에 서재서 잠을 취하고 있었다. 세 곳의 잡지사와 약속한 세 편은 하나 같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마지막 일을 오늘 동이 트기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이불 끝자락의 장자에 대나무 그림자가 힐끔힐끔 드리워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소변을 보았다. 요즘 들어 .. 2021. 6. 1.
압류 당하는 이야기 - 키쿠치 칸 나는 소득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부가세를 더하면 매년 사백 엔 가까이 내게 된다. 나는 관사나 사업가처럼 국가의 직접적인 은혜를 받는 것도 아닌데, 사백 엔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처사이지 싶다. 문사文士라는 직업은 국가가 조금도 환대하지 않을뿐더러 보호장려하지 않는다. 장려하지 않을 뿐일까. 출판 금지니 상연 금지니 협박이나 하면서 수입에만 일반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 작년 소득 결정액은 일본 제일, 제이를 다투는 부호 야스다 씨의 40분의 1이며 시부사와 에이치로 씨의 4분의 1이었기에 분개했다. 사업가란 막대한 벌이에 더해 이자 수입도 있다. 나도 벌이가 있고 매해 일정한 수입이 있다면 기꺼이 납세하고 싶다. 하지만 벌이가 없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 아니라도 한 .. 2021. 5. 21.
TZSCHALLAPPOKO - 키쿠치 칸 □키타하라 하쿠슈 씨가 있던 잡지의 이름 "잔보아ザンボア"는 잘못된 발음으로 실제론 "잔본ザンボン"이라 발음 해야 한다. 이런 걸 보면 과거에 자본이라 부를 때가 더 정확하다. 괜히 글자를 아는 게 실수의 시작이라고 우에다 빈 선생님께선 말씀하셨다. □쇼의 "암즈 앤드 맨"을 팔과 사람이라 번역한 사람은 논외지만, 츠보우치 선생님께서 감수한 번역본엔 "무기와 인간"이라 되어 있다. 단지 암즈 앤드 맨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성어로 "전쟁과 사람"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한다. 하기사 골스와이시의 Joy를 "기쁨"이라 번역하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오사카에는 문예공동회란 게 세워졌다. 요미우리에 "어머니"를 쓴 이시마루 고헤이 씨 등의 발촉으로 관서 예술을 부흥시켜 오사카를 영국의 더블린처럼 만들겠다는.. 2021. 5. 17.
나의 일상 도덕 - 키쿠치 칸 하나, 나는 나보다 부유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기꺼이 받고 있다.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밥도 얻어먹는다. 나는 남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 사양하지 않는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 기꺼이 받는 건 인생을 밝게 만들기 때문이다. 받는 건 흔쾌히 받고, 줄 건 흔쾌히 주고 싶다. 하나,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을 때는 되도록 많이 먹는다. 맛있다 맛없다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맛있는 건 확실히 말한다. 하나, 사람과 같이 먹을 때에 상대가 나보다 어지간히 수입이 부족한 경우에는 조금 분투해서라도 내가 낸다. 상대의 수입이 상당한 사람이며, 낸다고 분투하면 내게 한다. 하나, 누군가 돈을 부탁할 때는 그 사람과 나의 친밀감으로 결정한다. 상대가 아무리 곤란해해도 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거절한다. 하나, 나는.. 2021. 5. 12.
'초등학생 전집'에 관해(다시) - 키쿠치 칸 지난달에도 초등학생 전집에 관해 적었는데 오늘도 조금 더 적어 보려 한다. 나는 이 전집에 전력을 다 해 임하고 있다. 내가 담당한 각 권은 글자 하나, 구절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을 셈이다. 나는 먼저 "초등학생 동화 독본" 편집 이후로도 "신 초등학생 동화 독본" 편집을 위해 재작년부터 편집원을 배치하여 갖은 방면의 동화를 모아두었기에, 이번 "초등학생 전집" 중 제1권, 제2권의 "유년 동화집", 제7권, 제8권, 제9권, 제10권의 "세계 동화집", 제14권, 제16권의 "일본 동화집"에 선정된 재료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 외에 내 이름을 내놓은 건 재료 선택 외에도 힘을 들여 좋은 걸 갖추고 싶다. "일본무용담" 두 권, "일본검객전" 한 권 등은 재밌는 걸 쓸 생각이다. 번역 또한 내가 직.. 2021. 4. 30.
'초등학생 전집'에 관해 - 키쿠치 칸 신문 광고로도 알려져 있지만 나는 이번에 아쿠타가와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생 전집'이란 걸 편집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초등학생 동화 독본' 여덟 권을 편집했다. 개끗하고 산뜻하며 건전한 동화를 엄선해 아동 서적으로 제공할 생각이었다. 이 년에 가까운 세월을 소비해 겨우 완성했지만 내가 모은 초등학생 서적은 그 몇 분의 일밖에 넣을 수 없었다. 그렇게 완전한 아동 서적이란 꽤나 많은 부수가 필요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초등학생 동화 독본'을 출판하는 코분샤는 초등학생 서적의 대량 출판 사업을 감행한다며 내게 상담을 청했다. "초등학생 동화 독본"을 편집하면서 갖은 아동 서적을 읽은 나는 전력을 다 해 그 편집에 임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문학자기에 그 전집 속에 세계의 소년소녀 문학의 걸작을 .. 2021. 4. 28.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