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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쿠치 칸

압류 당하는 이야기 - 키쿠치 칸

by noh0058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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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득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부가세를 더하면 매년 사백 엔 가까이 내게 된다. 나는 관사나 사업가처럼 국가의 직접적인 은혜를 받는 것도 아닌데, 사백 엔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처사이지 싶다. 문사文士라는 직업은 국가가 조금도 환대하지 않을뿐더러 보호장려하지 않는다. 장려하지 않을 뿐일까. 출판 금지니 상연 금지니 협박이나 하면서 수입에만 일반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 작년 소득 결정액은 일본 제일, 제이를 다투는 부호 야스다 씨의 40분의 1이며 시부사와 에이치로 씨의 4분의 1이었기에 분개했다. 사업가란 막대한 벌이에 더해 이자 수입도 있다. 나도 벌이가 있고 매해 일정한 수입이 있다면 기꺼이 납세하고 싶다. 하지만 벌이가 없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 아니라도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우리에게 사업가와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야스다 씨의 40분의 1은 고사하고 4천분의 1의 재산도 가지지 않은 우리가 수입만 40분의 1로 평가되어 소득세법을 적용되는 건 꽤나 부당한 일이지 싶다.
 그런 데다가 우리의 수입은 그 성질이 사업가와 전혀 다르다. 사업을 경영하여 매년 정해진 금액이 들어오는 것하고는 경우가 다르다. 올해는 1만 엔이란 수입이 있어도 내년엔 2, 3천엔 밖에 못 벌지 모른다. 하물며 우리의 원고료란 머릿속에 자란 나무를 잘라 파는 꼴이다. 한 번 자르면 그 후엔 쉽게 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평생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도데의 단편 소설 중에 "황금뇌를 가진 사나이"란 게 있다. 머릿속에 금괴가 한가득 차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씩 머리에서 금괴를 꺼내 쓰는데, 여인의 추궁이 너무 격렬해 금괴를 전부 꺼내 머리가 공허해지는 동시에 쓰러지는 이야기인데, 우리 작가는 모두 '황금뇌를 가진 사람'이다. 머릿속에 양이 정해진 금괴를 조금씩 꺼내가며 생활하는 셈이다. 재산가처럼 휘두르면 돈이 나오는 망치를 가진 게 아니다. 우리의 원고란 되풀이가 불가능하다.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고 만다. 학자가 일정한 강의를 매년 하거나 배우가 연극 하나를 2, 3년마다 반복하는 것이랑은 경우가 다르다. 말하자면 정신적인 상업을 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수입에 현재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건 지독한 일이지 싶다. 
 때문에 나는 이러한 부족한 법령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결코 자발적으로는 납세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세무서 직원이 왔을 때, 소득은 결정액보다 높지만 소득세법이 내키지 않으니 납세하지 않겠다. 부디 멋대로 압류해가라고 말했다. 나는 압류라 하면 분명 집달리가 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젊은 양복을 입은 직원은 "그럼 압류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리고 압류권을 증명하는 명찰 같은 걸 보여주었다. 나는 조금 긴장했다. 아내는 "어째 무섭네요"하고 말하며 안절부절 못 했다. 직원은 올라와 압류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세금만큼의 값이 나가는 물건이 있을까요?"하고 말했다. 나는 아내의 시계와 반지를 내놓았다. 직원은 압류 증서를 쓰기만 할 뿐으로, 물품은 봉인도 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맡기고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저는 선생님 작품을 즐겨 읽습니다"하고 말했다.
 약속대로 경매일 통지가 왔다. 나는 여종에게 돈을 주어 입찰에 보냈다. 그러자 여종이 돌아와 말하길, 여종이 가니 세무서 직원들이 "아, 오셨네 오셨어"하고 웃으면서 세금만은 가지고 가고는 수취 종이를 건넸다고 한다. 이래서야 결국 내가 납세한 형식이 되었기에 이거 한 방 먹었지 싶었다.
 2분기에는 압류하러 오지 않았다. 내지 않아도 된다 이건가 싶었는데 3분기에 같이 압류하러 왔다. 굳이 고생하지 않은 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계와 반지를 건넸다. 양쪽 모두를 더하면 2분기치 세액으로는 충분했다. 직원은 납득하고 압류해 갔다. 아내도 익숙해져 더는 겁내지 않았다.
 경매 통지가 왔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낙찰하려 했다. 하지만 직접 가는 것도 바보 같아서 역시 여종을 보냈다. 그러자 여종은 이전과 똑같이 납세 수취를 받아 돌아왔다. 내가 나무라니 "그치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요"하고 말했다.
 4분기에는 세무서 쪽에서 미리 타협적으로 권유를 했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 화가 난 탓도 있을 테고, 평소와 같은 물품으로는 내가 반성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이번에는 반지와 시계를 거절하고 현관 옆방에 있던 서랍과 싱거 미싱 기계를 압류했다. 나는 그때 집을 비우고 있었다. 돌아가니 아내는 "저 혼자 있는 걸 알더니 사람을 바보 취급하네요. 미싱을 사셨군요, 배움에 열심이신가 봅니다. 가져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지 뭐예요."하고 화를 냈다.
 하지만 그 싱거 미싱은 이전에 회사에서 할부로 산 물건이다. 계약상으론 아직 회사에 소유권이 있다. 아내는 그걸 몰랐다. 나는 이번엔 입찰에 가는 거도 귀찮아져 경매 날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세무서는 아직 어떤 통지도 보내고 있지 않다. 그 미싱을 중고 도구점에라도 경매에 팔게 되면 법률상 어떻게 되는 걸까. 가까운 시일 내에 누구한테 물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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