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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쿠치 칸

토끼와 거북이 - 키쿠치 칸 역

by noh0058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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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와 거북이 중 누가 빠른지는 동물 친구들의 오랜 문제였습니다.
 어떤 동물은 물론 토끼가 빠르다 말했습니다. 토끼는 그만큼 큰 귀를 가졌어. 그 귀로 바람을 가르며 다르면 꽤나 빠르게 달릴 게 분명해.
 하지만 또 어떤 동물은 말합니다. 아니, 거북이가 빠르지.  왜냐면 거북이 등껍질은 무서울 정도로 착실하잖아. 그 등껍질처럼 착실히 한없이 달려갈 수 있어.
 이 문제는 그렇게 말하며 토론만 하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토론은 이윽고 전쟁이 되려 하였기에 둘은 결국 승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오백 야드 경주를 해서 누가 더 빠른지 모든 동물들에게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멍청한 짓을 왜 해야 하죠."
 토끼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토끼 편을 든 동물들은 열심히 토끼를 설득해 어떻게든 경주에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주는 괜찮아요. 제가 이겨요. 저는 토끼처럼 내빼지 않습니다."
 거북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거북이의 편들이 그 말에 얼마나 큰 갈채를 보냈을까요.

 머지않아 경주날이 되었습니다. 적도 아군도 기어코 승부가 날 때가 다가와 입을 모아 함성을 질렀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이겨보죠."
 거북이는 또 말했습니다.
 하지만 거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불쾌했습니다. 때문에 자기 편은 보지도 않고 거북이 앞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거북이의 거창한 말을 큰 소리로 갈채했습니다.
 하지만 토끼 편은 아직 많았습니다.
 "우리는 토끼가 지는 일은 절대 없다고 생각해. 저런 큰 귀가 있으니까 이길 게 분명해."
 그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습니다.
 "착실히 달려라."

 거북이 편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착실히 달려라"란 말을 정해진 응원 문구처럼 입을 모아 반복했습니다.
 "착실한 등껍질을 가지고 착실히 살고 있다――그건 나라를 위한 일이기도 해. 착실히 달려라."
 그들은 소리쳤습니다. 동물들이 진심으로 거북이를 갈채하는 게 아니라면 못할 말이지요.
 이윽고 두 사람은 출발했습니다. 적도 아군도 단숨에 조용해졌습니다.
 토끼는 단숨에 백 야드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거북이는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지 뭡니까.
 "참 멍청한 짓이야. 거북이랑 경주라니."
 토끼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아 경주를 관뒀습니다.
 "착실히 달려라, 착실히 달려라."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는 게 들립니다.

 "관둬라, 관둬라."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관둬라" 역시 일종의 문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북이가 토끼 옆까지 왔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거북이 자식."

 토끼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서 일어나 한껏 달렸습니다. 거북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잡을 수 없는 속도로.
 "귀가 길면 이긴다. 귀가 길면 이긴다. 이제 우리 말은 확실한 사실이 된다."

 토끼 편들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거북이 편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너희 대장은 뭐 하고 있냐."

 "착실히 달려라, 착실히 달려라."

 거북이 편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토끼는 이백 야드 가량을 달려서 이제 곧 결승점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는 저 먼 뒤서도 보이지 않는 거북이와 열심히 달린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이제 경주하는 게 싫어져 다시 거기에 앉았습니다.

 "착실히 달려라, 착실히 달려라."
 "아니, 못 하게 해라."
 큰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젠 몰라."
 토끼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천천히 앉았습니다. 어떤 이는 그가 잠들어 버렸다 말합니다.
 그로부터 한두 시간가량 거북이는 죽을 기세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경주는 거북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착실히 달리고 착실한 등껍질을 가지고――그게 거북이의 자랑거리야."

 거북이 편은 말했습니다.

 그렇게 거북이 편은 거북이를 향해 찾아가 "경주에 이긴 심정을 말해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거북이는 스스론 잘 대답할 수 없을 거 같아서 바다거북에게 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바다거북은
 "역시 네 발이 빨라서 명예로운 승리를 얻은 거지."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돌아와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동물들은 "아하 그런가"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발이 빠르니 명예로운 승리를 얻었단 말"을 거북이나 달팽이들은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토끼가 거북이보다 빨랐습니다. 단지 이 경주를 실제로 본 동물들이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커다란 화재로 다 죽어버린 탓에 사실이 전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화재는 큰 바람이 부는 밤 갑자기 벌어졌습니다. 토끼니 거북이니 그 외에 대여섯 동물은 그때 마침 숲 외각의 동산에 올라 있어서 바로 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다 같이 누가 이 화재를 숲에 알리러 가야 할지 상담했습니다. 그 결과 요전 번 경주서 이긴 거북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북이가 "착실히" 달리는 사이 숲속 동물들은 남김없이 화재에 당해버렸습니다.(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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