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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가 죽어 이래저래 이 년 반 가량 지났다. 그의 사인은 그의 육체 및 정신을 덮친 신경쇠약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을 테지만 남은 절반 가량은 그가 인생 및 예술에 너무나도 양심적이며 너무나도 신경과민이었던 탓으로 여겨진다. 그의 너무나 날카로운 신경은 실생활의 번거로움 때문에 더더욱 날카로워져 끝내 이가 빠진 얇은 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의 뒤처리는 세밀하게 처리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의 전집 출간도, 그의 유족 생활도 그의 신경을 건드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데다가 그의 죽음은 수많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애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생전 이상으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얻고 있지 싶다. 이제 그는 홀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어린 모밀잣밤나무 잎을 바라보면서 번번히 생각하던 죽음의 평화 속에서 안식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그가 말년에 슨 약간의 작품이 전집에서 빠져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일도 겨울날 따스한 햇살이 드리운 그의 묘지에 놓인 붓순나무 하나처럼 상쾌하게 느껴진다.
쇼와 4년 초겨울
키쿠치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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