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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쿠치 칸

역점과 손금 - 키쿠치 칸

by noh0058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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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역점이나 손금에 관해 쓰는 걸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평생에 딱 한 번 본 손금은 실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건 시시지보사의 기자로 있던 시절 일이다. 쿠메가 27살 먹기 전이니 10년 가까이 된 일이다. 쿠메, 아쿠타가와,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저녁 먹은 뒤였는데 유시마 텐진 경내를 지날 때에 그곳에 나온 한 점쟁이한테 반신반의로 점을 받은 것이다. 물론 제군이 상상하는 것처럼 아쿠타가와만은 보지 않았다. 내 손금 판단은 아주 좋았다. 내가 서른 살 넘어 한 경지에 이르러 한 무리 사람 위에 서며 돈 또한 부족함이 없을 거란다. 그런 데다 앞으로 일어날 두세 사실을 들었다. 내가 높은 곳에 이른다느니 돈을 많이 번다느니 하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십 년 뒤 오늘날 돼서 보면 손금은 정확하게 맞았다 해도 좋으리라. 일어난다는 다른 일도 딱 손금 대로였다.

 쿠메의 판단도 성격을 말해준단 점에선 정말 잘 맞았다. 단지 그때는 27살 먹기 전의 쿠메를 37살 먹기 전이라 잘못 보았기에 우리의 신용을 크게 잃었고 우리는 다른 판단마저 우습게 봤으나 나의 판단은 모조리 적중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쿠메와 만났을 때 '네 손금은 참 잘 맞았는데'하고 감탄했을 정도이다.

 나는 요즘 들어 손금이 그렇게나 잘 맞는다면 한 번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막막한 인생의 앞길을 생각하면 자신의 운명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알고 싶다. 얼마 전에도 오카 에이지로가 관객의 손금점을 봐주는 걸 보고 더더욱 손금을 배우고 싶어졌다. 오카는 손금을 많이 알지는 못하나 학창 시절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배웠다 말했다. 그 친구는 손금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는데 어느 날 자기 손바닥에 가족에게 불행이 있을 거란 흉상이 드러났단다. 놀라서 준비를 하고 있자니 본인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나. 손바닥의 흉상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오카의 입으로 들으니 꽤나 장엄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오카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 곧장 그달의 '분쇼쿠라부'를 읽으니 키무라 키의 '손금'이란 소설이 실려 있었다. 읽어 보니 작가 즉, 주인공이 굉장한 손금 학자였다. 나는 이거다 싶어 얼굴도 못 본 키무라에게 속달을 보내 손금을 봐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키무라의 대답이 시원치 않아 크게 실망했다. 인간의 운명이 손바닥 모양 안에 나타난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나 사람 몸을 보는 일이나 역점 같은 거보단 믿을만하다. 특히 나 자신의 손금이 맞았으니 손금이 꽤나 믿음직하게 느껴진다.

 역점은 딱 한 번 받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우체국 저금의 통장을 잃어버렸을 때의 일이다. 삼백몇 엔 밖에 안 되는 돈이긴 했다. 나는 며칠간 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반쯤 재미 삼아 점쟁이한테 역점을 부탁했다. 두 사람한테 봤다. 그런데 둘의 말이 일치해서 나는 감탄했다. '잃어버린 건 나타나나 형태는 일그러져 있다'란다. 요컨대 물건이라면 깨져서 나온다, 저금통장이면 돈을 도둑맞았단 말이다.

 나는 그걸 듣고 우체국에 통장 분실서를 제출해 다시 통장을 받았다. 하지만 삼백 엔 넘게 있던 돈은 육십몇 엔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내 통장으로 이백오십 엔의 돈을 훔친 게 분명하다. 나는 역점을 떠올리고 놀랐다.

 나는 그 이백오십 엔을 누가 어떤 우체국에서 돈을 훔쳤는지 보기 위해서 저금국에 부탁해 출입 명세표를 받았다. 하지만 그 명세표를 보니 도둑맞은 흔적은 전무했다. 이게 뭐지 싶어 자세히 보니 내가 저번달에 입금한 이백오십 엔이 누락되어 있었다. 요컨대 내가 넣은 돈이 통장에 기록되지 않은 것뿐이다. 나는 놀라서 우체국에 확인했다. 다행히 우체국 장부엔 기록이 남아 있어 예금국의 실수란 게 판명되었다. 그렇게 마땅한 절차를 따라 육십몇 엔 든 통장이 삼백몇 엔 통장으로 정정되었다. 요컨대 내가 통장을 잃어버린 덕에 본래 통장에 있었던 기록 누락이 판명되어 나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 내가 감탄한 '잃어버린 물건은 발견하나 형태가 일그러져 있다'는 꽝이 되어버렸다. '잃어버린 건 나오고 형태는 일그러져 있으나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 말해야만 했다. 분명 고대 중국서 발견된 역점은 통장 분실에 적용시킬 정도로 섬세한 물건은 아니었던 거겠지.

 그러니 나는 역점보다 손금을 믿는다. 서죽 따위를 늘어놓는 건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우연이 들어가니 의미가 없다. 반면 손금은 사람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관상도 믿을 듯하나 '주간 아사히'서 나를 짠돌이 상이라 말한 바보 같은 관상가를 만난 후로 관상만큼 바보 같은 것도 없다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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