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먼 옛날, 한겨울의 일이었습니다. 눈이 새 깃털처럼 하늘하늘 내려올 때, 한 여왕님이 흑단틀에 둘러싸인 창가에 앉아 재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왕님은 재봉을 하면서 눈을 바라보았는데 그만 쿡하고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쌓인 눈 속에 뚝뚝 세 방울의 피가 떨어졌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 새빨간 피가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기에 여왕님은 홀로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눈처럼 몸이 새하얗고 피처럼 붉은 뺨을 지니고 이 흑단처럼 검은 머릿결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좋겠는걸."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님께선 공주님을 낳으셨습니다. 그 공주님은 피부색이 눈처럼 하얗고 뺨은 피처럼 붉었으며 머릿결은 흑단처럼 검었습니다. 때문에 이름도 백설공주라 지었습니다. 하지만 여왕님은 공주님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일 년 이상이 지나 임금님은 새로운 여왕님을 맞이했습니다. 그 여왕님은 아름다웠지만 굉장히 자아도취가 심하고 제멋대로며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아름다우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 여왕님께서는 예전부터 신기한 거울 하나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 거울을 볼 때면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은 항상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왕님, 당신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우십니다."
그 말을 들으면 여왕님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거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사이 백설공주는 커가면서 점점 아름다워졌습니다. 공주님이 일곱 살이 되었을 적에는 맑게 갠 햇살처럼 아름다워졌고, 여왕님보다도 훨씬 아름다워졌습니다. 어느 날, 여왕님은 거울 앞에서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이 대답했습니다.
"여왕님, 여기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천 배 더 아름답습니다."
여왕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아 얼굴색이 누렇게 뜨거나 하얗게 질리기도 했습니다.
또 그 후로는 백설공주를 볼 때마다 지독하게 괴롭히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질투나 오만이 들판의 풀이 한가득 펼쳐지듯이 여왕님의 마음속에 조금씩 넓어져 갔습니다. 이제는 밤에도 가만히 잠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왕님은 한 사냥꾼을 불러서 이렇게 명했습니다.
"그 아이를 숲에 데리고 가세요. 나는 이 아이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또 당신은 그 아이를 죽여서 그 증거로 그 아이의 피를 이 손수건에 묻혀 오세요."
사냥꾼은 그 명령을 따라 백설공주를 데리고 숲으로 향했습니다. 사냥꾼이 사냥에 쓰는 칼을 뽑고서 아무것도 모르는 백설공주의 가슴을 찌르려 하니, 공주님은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아, 사냥꾼님. 저를 도와주세요. 대신에 저는 숲 쪽으로 가서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을게요."
그 말을 듣자 사냥꾼도 아름다운 공주님이 너무나도 불쌍해졌습니다.
"그럼 어서 도망치렴. 불쌍한 것"하고 말했습니다.
"분명 금세 짐승한테 붙잡혀 잡아먹히고 말겠지"하고 마음속으로는 생각했습니다만 공주님을 죽이지 않고 끝냈기에 가슴속에서 무거운 돌이라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마침 그때 아기 맷돼지가 저 너머서 뛰쳐나왔습니다. 사냥꾼은 맷돼지를 죽여 피를 손수건에 묻혀서 공주님을 죽인 것처럼 꾸며서 여왕님께 가지고 갔습니다. 여왕님은 그걸 보고 안심하여 백설공주가 죽은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불쌍한 공주님은 넓은 숲속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무서워 견딜 수 없었고 여러 나뭇잎을 보아도 어쩌면 좋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공주님은 일단 달려 나가 돌 위를 뛰어넘고 가시덤불 안을 빠져나가며 숲 안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짐승들 옆을 지나도 공주님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백설공주는 다리가 버틸 때까지 달려 기어코 저녁이 되었을 때 한 척의 작은 집을 발견했습니다. 쉬고 싶어진 백설공주는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안 가재도구는 하나같이 작았습니다만 표현할 수 없으 훌륭하며 깨끗했습니다.
방 중앙에는 하얀 천이 깔린 테이블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자그마한 접시 일곱 개가 놓여 있는데, 접시 하나하나에는 숟가락, 나이프, 포크가 얹혀 있습니다. 또 작은 잔도 일곱 개 가량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벽에는 일곱 개의 침대가 조금씩 간격을 두고서 줄지어 있고, 그 위에는 모두 눈처럼 하얀 삼베 이불이 깔려 있습니다.
백설공주는 배가 고프고 목도 말랐습니다. 일곱 접시서 조금씩 야채수프와 빵을 먹고 일곱 잔서 한 방울씩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하나를 다 먹어버리는 게 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 먹고 나니 이번에는 피곤해서 잠이 왔습니다. 그렇게 침대 하나를 빌리려 했지만 역시나 하나같이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너무 길거나 너무 짧았는데 가장 끝에 있는 일곱 번째 침대가 마침 몸에 딱 맞았습니다. 때문에 그 침대에 들어가 신에 기도하며 그대로 푹 잠들었습니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져 이 작은 집의 주인들이 돌아왔습니다. 주인들이란 일곱 난쟁이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난쟁이들은 매일같이 산에 들어가 금이나 은이 박힌 돌을 찾아 나누고 파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난쟁이는 자신들의 일곱 램프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집안이 활짝 밝아지며 그 안에 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난쟁이들이 집을 나섰을 때와 달리 집이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난쟁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누가 내 의자에 앉았어."
그러자 두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요리를 조금 먹었어."
세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빵을 찢었어."
네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채소를 먹었어."
다섯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포크를 썼어."
여섯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나이프로 잘랐어."
일곱 번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누가 내 잔으로 마셨어."
그렇게 첫 번째 난쟁이가 주위를 둘러보아 자신의 침대가 부풀어 오른 걸 발견하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누가 내 침대에 들어가 있어."
그러자 다른 난쟁이들이 침대로 다가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내 침대서도 잤어."
하지만 일곱 번째 난쟁이는 자신의 침대에 들어가 그 안에서 잠들어 있는 백설공주를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일곱 번째 난쟁이가 다른 난쟁이들을 불렀습니다.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다가와 깜짝 놀라며 일곱 램프를 들고와 백설공주를 비추었습니다.
"이거 참, 정말 아름다운 아이로구나." 난쟁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난쟁이들은 크게 기뻐하며 백설공주를 깨우지 않고 잠들게 두었습니다. 그렇게 일곱 번째 난쟁이는 한 시간씩 다른 난쟁이의 침대를 빌리며 그 밤을 지냈습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를 보고 놀랐습니다. 하지만 난쟁이들은 정말로 친절하여서 "이름이 어떻게 되니"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님은
"제 이름은 백설공주라합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왜 우리 집에 들어왔니?"하고 난쟁이들은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님은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했고 사냥꾼 덕에 목숨을 건져 하루 종일 뛰다녀 겨우 이 집을 찾은 걸 난쟁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난쟁이들은
"만약 네가 집안일을 이어받아 밥을 짓고 침구 정리를 하고, 세탁과 재봉, 뜨개질도 잘 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너를 집에 들여서 부족할 것 없이 해줄 수 있다."하고 말했습니다.
"부디 부탁드릴게요."하고 공주님은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백설공주는 난쟁이의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백설공주는 집안일을 착실히 해냈습니다. 난쟁이들은 매일 아침 산에 들어가 금은이 박힌 돌을 찾고 밤이 되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 밥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낮마다 백설공주 혼자 집을 지켜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친절한 난쟁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어머니를 조심하렴. 네가 여기 있는 걸 금방 알아차릴 거란다. 그러니 누가 오더라도 집안에 들이면 안 된단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여왕님께서는 사냥꾼이 백설공주를 죽인 줄만 알았습니다. 자신이 다시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고 안심하였기에 어느 날 거울 앞에 가서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이 대답했습니다.
"여왕님, 여기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산 몇 개를 넘어 일곱 난쟁이의 집에 있는 백설공주가 천 배는 아름답습니다."
그걸 들었을 때 여왕님은 보통 놀란 게 아니었습니다. 이 거울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잘 알고 있기에 사냥꾼이 자신을 속인 사실도, 백설공주가 아직 살아 있단 사실도 전부 알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어떻게든 백설공주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생각을 시작했습니다. 여왕님은 자신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면 질투 나서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왕님은 그렇게 계략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자기 얼굴을 검게 물들이고 나이 많은 상인처럼 꾸며 누구도 여왕이라 생각하지 못할 외형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렇게 일곱 개의 산을 넘고 일곱 난쟁이의 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좋은 게 있는데 사지 않으실래요?"
백설공주는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불렀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뭐가 있을까요?"
"다 질 좋고 예쁜 것들입니다. 특이한 머리끈도 많지요." 그렇게 말하며 여러가지 색의 누에실 끈 하나를 꺼냈습니다. 백설공주는
"이 솔직한 아주머니라면 집 안에 들여도 될 거야."하고 생각해 문을 열고 아름다운 끈을 샀습니다.
"아가씨께는 잘 어울리겠지요. 자, 제가 잘 묶어드리겠습니다." 나이 많은 상인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백설공주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아주머니 앞에 서서 산 끈을 묶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끈을 재빠르게 백설공주의 목에 두르고는 강하게 조였습니다. 숨을 쉴 수 없게 된 백설공주는 죽은 것처럼 쓰러졌습니다.
"자, 이걸로 내가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어" 그렇게 말한 어머니는 재빨리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고 일곱 난쟁이가 돌아옵니다. 하지만 귀여운 백설공주가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는 보통 놀란 게 아니었습니다. 백설공주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숨도 쉬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백설공주를 일으킵니다. 그러자 목덜미가 강하게 조여 있는 걸 보고 끈을 두 개로 잘라주었습니다. 그러자 숨을 쉬기 시작하며 점점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난쟁이가 어떻게 된 건지 물으니 공주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그 상인이 바로 악독한 여왕이 분명합니다. 조심하세요. 저희가 옆에 없을 때에는 누구도 집안에 들이면 안 됩니다."
나쁜 여왕은 집에 오자마자 거울 앞으로 가서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은 정직하게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여왕님, 여기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산 몇 개를 넘어 일곱 난쟁이의 집에 있는 백설공주가 천 배는 아름답습니다."
여왕님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단숨에 가슴에 몰린 것처럼 놀랐습니다. 백설공주가 아직 살아 있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너를 진심으로 죽이도록 하마." 여왕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을 써 독을 바른 빗을 마련했습니다. 또 이전과 다른 할머니 모습이 되어 일곱 산을 넘고 일곱 난쟁이의 집을 찾아 문을 두드렸습니다.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 사시지요."
백설공주는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저는 아무도 들일 수 없습니다."
"보기만 하는 건 괜찮겠지요."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독이 묻은 빗을 상자에서 꺼내 손바닥 위에 얹어 높게 들어 보였습니다. 백설공주는 그 빗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정신이 팔려 저도 모르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빗을 사기로 했을 때 할머니는,
"그럼 제가 머리를 빗어 드리지요"하고 말했습니다.
불쌍한 백설공주는 아무 생각도 없이 할머니의 말을 따랐습니다. 빗의 끝이 머리에 닿는 순간, 무서운 독이 공주의 머리에 스며 들어 공주는 그 자리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네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번에야말로 끝났을 테지" 마음이 삐뚤어진 여자는 꺼림칙한 웃음을 지으며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금세 저녁이 되어 일곱 난쟁이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백설공주가 다시 죽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곧 엄마의 짓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공주를 위아래로 훑었더니 독 묻은 빗이 보입니다. 그걸 뽑아주자 공주는 금세 숨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난쟁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난쟁이들은 백설공주에게 조심하며 누가 와도 절대 문을 열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마음이 삐뚤어진 여왕님은 집으로 돌아가 거울 앞에 섰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은 전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여왕님, 여기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산 몇 개를 넘어 일곱 난쟁이의 집에 있는 백설공주가 천 배는 아름답습니다."
거울의 말을 들은 여왕님은 너무 화가 나는 나머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백설공주 녀석, 반드시 죽여버릴 테다. 설령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죽여버릴 테다"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여왕님은 곧장 아직 아무도 들어가보지 못한 멀리 떨어진 비밀의 방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독 위에 독을 바른 사과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과는 겉보기에 참 아름답고 붉어서 누가 봐도 곧장 먹고 싶어지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입이라도 입에 대면 그 자리서 죽고 마는 무서운 사과기도 했습니다.
자 그렇게 사과가 만들어지자 얼굴을 검게 물들이고 백성 아주머니처럼 꾸며 일곱 산을 넘어 일곱 난쟁이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백설공주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일곱 난쟁이가 안 된다고 했으니 저는 아무도 안에 들일 수 없어요"하고 말했습니다.
"아뇨,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지금 사과를 버리려 해서요. 아가씨께도 하나 드릴까 합니다." 백성 여자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뇨, 저는 남한테 아무것도 받으면 안 돼요." 백설공주는 거절했습니다.
"아가씨는 독이라도 들은 줄 아시나 보군요. 자 보시지요. 보다시피 두 개로 잘라 반은 제가 먹겠습니다. 여기 붉은색이 잘 도는 부분을 아가씨가 드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합니다.
그 사과는 정말 잘 만들어져서 반쪽에만 독이 발라져 있었습니다. 백설공주는 백성 여자가 꽤나 맛있게 먹는 걸 보고는 그 아름다운 사과를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만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독이 든 절반을 받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입 깨물자 푹 쓰러져 그대로 숨이 끊어졌습니다. 그러자 여왕님은 그 모습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자못 즐겁다는 양 큰소리로 웃으며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은 년아. 이번에야말로 난쟁이들도 살리지 못할 테지"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집에 돌아가 거울을 향해 달려가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그러자 거울이 기어코 대답했습니다.
"여왕님, 당신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우십니다."
그걸로 여왕님의 질투심도 겨우 잠잠해질 수 있어서 겨우 안정되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난쟁이들이 집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백설공주가 바닥에 누워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라서 다가가 보니 공주는 숨 한 번 쉬지 않습니다. 불쌍하게도 죽어서 싸늘하게 식어내려 버렸습니다. 난쟁이들은 공주님을 높은 곳으로 옮겨 어딘가 독이 든 게 없나 찾아보거나 끈을 풀어보거나 머리를 빗어주거나 물이나 술로 잘 씻어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귀여워하던 아이는 이렇게 정말로 죽어버려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못한 것입니다.
난쟁이들은 백설공주의 몸을 관위에 얹었습니다. 일곱 난쟁이가 주위를 둘러싸고 삼일밤낮으로 울었습니다. 그렇게 공주를 묻으려 했는데 공주는 아직 살아 있었기에 얼굴색도 붉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니 난쟁이들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저 어두운 흙안에 어떻게 넣어"하고 말하며 밖에서 안이 보이는 유리관을 만들어 그 안에 공주를 눕히고 위에 금색 글자로 백설공주란 이름과 공주님이었단 사실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다 같이 관을 산 위로 옮겨 일곱 난쟁이 중 한 명이 항상 그 주위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새나 짐승마저 찾아와 울며 슬퍼했습니다. 가장 먼저 온 건 부엉이였고 그다음이 까마귀, 마지막이 비둘기였습니다.
백설공주는 오랫동안 관 안에 누워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몸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서 꼭 잠든 걸로만 보였습니다. 공주님은 아직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은 머릿결을 지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한 왕자님이 숲 안을 헤매다 일곱 난쟁이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문득 산 위로 올라 유리관을 보았습니다. 근처로 다가가 들여다보니 정말로 아름다운 소녀의 몸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넋을 놓은 왕자님은 관위에 금문자로 적힌 걸 읽고 곧장 난쟁이들에게
"이 관을 제게 주실 수는 없을까요. 대신 저도 여러분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마련하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난쟁이들은
"저희는 설령 전세계의 금을 전부 준다 하여도 이것만은 드릴 수 없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걸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지요. 하지만 저는 이미 백설공주를 보지 않고선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드릴 게 없으니 그냥 주시지요.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을 테니까요" 왕자는 다시 한 번 부탁했습니다.
왕자가 이렇게나 말하니 마음씨 좋은 난쟁이들은 왕자가 불쌍해져 관을 주기로 했습니다. 왕자는 가신들에게 명령해 어깨로 옮기게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신이 나무 하나에 부딪혔습니다. 그렇게 관이 흔들려 백설공주가 먹은 독사과 조각이 목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머지않아 눈을 번쩍 뜨더니 관뚜껑을 밀어내며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기운을 되찾은 듯이,
"어머나,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하고 말했습니다. 그걸 들은 왕자의 기쁨은 비유할 수도 없었습니다.
"제 옆에 있지요" 왕자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까지 있던 일을 설명한 후,
"저는 당신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사랑스럽습니다. 자, 저희 아버지가 계신 성에 같이 가지요. 그리고 당신은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백설공주도 승낙하여 왕자와 함께 성에 갔습니다. 두 사람의 혼례는 가능한 훌륭하고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 성대한 식에는 백설공주의 어머니인 여왕도 초대받았습니다. 여왕님은 젊은 신부가 백설공주란 걸 몰랐습니다. 여왕님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벽에 걸린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말해보거라."
거울은 대답했습니다.
"여왕님, 여기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젊은 여왕님이 천 배는 더 아름답습니다."
그걸 들은 여왕님은 화가 나는 걸로 모자라 저주의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또 화가 쌓여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결혼식에 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직접 나가 그 젊은 여왕을 보지 않으면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여왕님은 초대받은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직접 보니 젊은 여왕이 될 사람이 백설 공주지 뭡니까. 여왕은 무서운 나머지 선 채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사람들이 미리 석탄불 위에 철로 만든 신발을 올려두고 있었습니다. 빨갛게 달아 오른 신발을 방으로 가져와 나쁜 여왕님 앞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여왕님께 억지로 그 붉은 신발을 신겨 쓰러져 죽을 때까지 춤추게 했습니다.
'고전 번역 > 키쿠치 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쿠타가와 - 키쿠치 칸 (0) | 2022.08.21 |
---|---|
토끼와 거북이 - 키쿠치 칸 역 (0) | 2022.02.07 |
압류 당하는 이야기 - 키쿠치 칸 (0) | 2021.05.21 |
TZSCHALLAPPOKO - 키쿠치 칸 (0) | 2021.05.17 |
나의 일상 도덕 - 키쿠치 칸 (0) | 2021.05.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