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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쿠치 칸

나의 일상 도덕 - 키쿠치 칸

by noh0058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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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나는 나보다 부유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기꺼이 받고 있다.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밥도 얻어먹는다. 나는 남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 사양하지 않는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 기꺼이 받는 건 인생을 밝게 만들기 때문이다. 받는 건 흔쾌히 받고, 줄 건 흔쾌히 주고 싶다.

하나,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을 때는 되도록 많이 먹는다. 맛있다 맛없다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맛있는 건 확실히 말한다.

하나, 사람과 같이 먹을 때에 상대가 나보다 어지간히 수입이 부족한 경우에는 조금 분투해서라도 내가 낸다. 상대의 수입이 상당한 사람이며, 낸다고 분투하면 내게 한다.

하나, 누군가 돈을 부탁할 때는 그 사람과 나의 친밀감으로 결정한다. 상대가 아무리 곤란해해도 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거절한다.

하나, 나는 생할비 이외의 돈은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 생활비라면 빌려준다. 하지만 친구나 지인별로 제각기 금액을 정해두어, 이 사람을 위해 이 정도는 아깝지 않다는 금액만 빌려준다. 빌려준 이상은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또 갚아 준 사람도 없다.

하나,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싶다.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생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남과 한 약속은 불가항력일 경우 이외엔 깬 적이 없다. 단지 이따금 깨는 약속이 있다. 그건 원고 집필 약속이다. 이것만은 쉽게 지킬 수가 없다.

하나, 누가 당신을 어쩌고 하는 말을 들을 경우 대개는 흘려듣는다. 누구나 뒤에서는 남의 험담을 하는 법이다. 험담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존경하는 경우도 있고, 험담만 전해지고 같이 말한 칭찬은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으니까.

하나, 나는 사양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가치는 상당히 주장하며, 또 그에 따른 타인의 대우 또한 요구한다. 나는 누구와 자동차를 타더라도 쿠션이 열려 있으면 보조석에 앉지 않는다.

하나,  스스로의 평가, 나쁜 소문 등을 친절히 전해주는 것 또한 곤란하다. 그걸 알아 스스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경우라면 또 모를까, 그 이외엔 모르는 게 약이다.

하나, 나는 길거리에서 허리띠가 풀린 채 걷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런 걸 주의해주면 항상 불쾌해진다. 허리띠가 풀리는 건 내가 주의하면 문제없다. 남에게 지적받는 게 싫다. 그런 건 누가 지적해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게 되는 법이다. 인생의 중대사 또한 똑같이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나,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돌보는 건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하고 싶다.

하나, 내게 호의를 가진 사람에겐 호의로 대한다. 악의를 가진 사람에겐 악의로 대한다.

하나, 작품 평가를 부탁받았을 때 나쁜 건 죽어도 좋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상대의 감정을 해치더라도. 하지만 조금 좋다고 생각한 걸 상대를 격려한단 의미에서 과장하여 칭찬한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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