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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쿠치 칸

나의 경마 철학 - 키쿠치 칸

by noh0058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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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건 나의 마권 철학이다. 몇 년 전에도 썼는데 별로 읽히지 않은 듯하여 재록하기로 했다.

하나. 마권은 좌선 수행과 같다. 간단히 깨닫기 어렵고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하나. 구멍을 뚫어 되도록 큰 배당을 얻으려 하는 혈매穴買주의와 배당은 어찌 되었든 이길 마를 찾는 유력주의가 있다.

 

하나. 똑똑히 유력을 따내고, 불확실한 유력을 쳐내고, 확실한 구멍을 따낸다. 이것이 명인의 영역이나 도달하기 쉽지 않다.

 

하나. 배당이 낮아지면 사기 싫어하는 혈매주의자가 있는데, 이 또한 마권 구매의 사도이다.

 

하나. 마권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눈길도 주지 않고 유력에 달려가는 무리가 있는데 이건 유력주의의 사도이다. 다른 말 중 표가 적으면서 배당이 높은 게 누구냐고 묻고 싶어진다. 갑 마, 을 마에게 몇 표가 있어 병 마를 사서 그걸로 얻으려는 게 마권 구매자의 본의가 아닐까.

 

하나. 배당이 낮은 말에 걸 바에야 그냥 보기만 하는 게 낫다. 세상에 절대적인 유력이란 없는 법이니까.

 

하나. 하지만 실력 없는 말이 구멍을 뚫는 법은 이제까지 없었다.

 

하나. 갑마, 을마의 힘이 비등비등하면서 감마의 인기가 90, 을마의 인기가 60이라면 반드시 을을 사야 한다.

 

하나. 인기가 실력에 걸맞은 경우, 인기가 실력보다 앞서는 경우, 인기가 실력보다 못 하는 경우. 마지막 경우는 반드시 사야 한다.

 

하나. 그 자리의 인기에 사로잡히지 말고 냉정히 생각하며 조용히 말의 실력을 생각하라. 그 자리의 인기만큼 얄팍한 것도 없다.

 

하나. '무엇무엇이 좋다'고 한 사람이 말하면 이윽고 열 사람이 말하게 된다. 이는 사실 한 사람의 인기다. 심지어 그게 열이 되고 백이 된다. 이게 경마장의 인기다.

 

하나. "누구누구는 다리가 안 좋다"는 말이 이기는 경우가 있다. 또 반대로 역시 안 좋았구나 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는 신뢰하되 마냥 의심치 않는 건 피해야 한다.

 

하나. 갑마와 을마가 인기가 비등비등하고 실력도 비등비등하다. 해서 누가 이길지 모른다. 그런 경우엔 되려 3번 인기의 구멍을 노려야 한다.

 

하나. 구멍이란 바람대로 뚫리지는 않는 법이다. 하늘이 한 방향을 향했을 때 갑자기 열려 팬을 황당케 한다. 무엇무엇이 구멍이 되리라고 많은 팬이 생각하는 동안에는 결코 되지 않는다. 그건 구멍 인기라 하여 인기의 일종이다.

 

하나. 검을 들고 서있는 것처럼 항상 자유롭게 생각하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라. 편해하는 말을 만들지 말라. 과거의 기록에만 집착하지 말라. 융통성을 챙기면서도 확고한 신념을 잃지 말라. 마권의 극의에 이르는 건 검술과 장기의 오의를 얻는 것처럼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나. 하루에 한두 레이스만 보고 다른 마권은 쉬게 두는 사람이 있다. 소극적이지만 이 또한 깨달음 중 하나이다. 크게 손해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나. 손해 보는 게 두려워 유력만 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손해 볼 게 두려울 정도면 마권은 하지 않는 게 낫다.

 

하나. 하루에 4, 50엔을 잃어도 보다 깊게 들여다 보아 140, 150엔의 구멍을 뚫어 쾌감을 맛보면 보상을 받는다.

 

하나. 120, 130엔을 벌어도 실감으로는 200엔에 상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200엔의 배당을 얻어도 실감은 그보다 못 한 경우도 있다. 새로 나온 말의 200엔 배당을 우연히 맞추는 건 단지 거리의 돈을 줍는 꼴과 별 다를 바가 없다.

 

하나. 좋은 검정 끝에 얻은 배당은 금액은 적어도 기분이 크게 좋다. 우연히 얻은 배당은 설령 200엔이랄지라도 투기적인 것이며 정도를 걷는 마권 팬은 제 실력이라 여기면 안 된다.

 

하나. 남에게 들어 얻은 200엔은 스스로 검정 끝에 얻은 50엔에도 밀린다(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하나. 서러브레드가 어떤 건지 모르고 마권을 사는 사람이 있다. 슬픈 일이다. 말의 혈통과 기록을 조금도 연구하지 않고 마권을 사는 건 단순한 도박이다.

 

하나. 동기에 개최된 각 경마의 성적을 유념히 보라. 그 가운데서 큰 구멍 하나둘 정도는 구할 터이다.

 

하나. 반드시 3착 이내에 드는 강호 말이 두서 필이 있을 때, 결코 복승이나 와이드를 노리지 말라. 설령 적중한다 해도 배당은 굉장히 적어진다

 

하나. 복승과 와이드의 배당 차이는 얼마나 많은 인기마가 들어 있냐에 따라 달린다. 그런 점에서 한 층 더 우연적이다. 되려 단승의 큰구멍을 노리는 게 맞다.

 

하나. 마구간에서 얻은 정보는 뱃여행의 일기예보와 같다. 관여한 말의 예보는 정확할지언정 큰 그림의 예보는 미치지 못 하는 법이다. 마굿간에 다라 강점과 약점이 있다. 거만함과 겸손이 있다. 취사선택하여 스스로 검정하지 않을 바에야 마굿간의 정보 따위 듣지 않는 게 낫다.

 

하나. 스스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남의 말을 듣지 않고 홀로 마권을 검정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해 자신감을 가지고 레이스를 본다. 추입선에서 다른 마를 압도하며 간발의 차이로 1착을 이룬다. 이보다 더 한 인생의 쾌락이 또 어디 있으랴. 또 반대로 간발의 차이로 깨지는 것 또한 마권 구매자의 "숙명"이며 이 또한 만족의 영역이다. 단지 인기를 추종하여 무조건 유력만 사는 자는 승부에 상관 없이 경마의 묘미를 알지 못 한다.

 

하나. 마권을 사서 이기는 건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무리 없는 희생으로 마권을 즐긴다. 이것이 경마 팬의 정도이다. 경마 팬이 세운 건물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2, 3년 연속으로 경마장에 출입하는 사람은 어지간히 돈이 많은 사람"이란 말마저 듣는다. 이기자 이기자 하는 생각으로 무리한 돈을 거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경마란 오락이다. 돈을 쓰는 일이다. 정말로 돈을 벌고 싶다면 마땅한 일에 임할 수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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