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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71

암중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떤 목소리 너는 내 생각과 다른 인물이었다. 나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어떤 목소리 하지만 너는 그 오해에 협력하고 있다. 나 나는 한 번도 협력하지 않았다. 어떤 목소리 하지만 너는 풍류를 사랑했다――혹은 사랑한 것처럼 꾸몄다. 나 나는 풍류를 사랑한다. 어떤 목소리 너는 어느 쪽을 사랑하지? 풍류인가? 아니면 한 여자인가? 나 나는 양쪽 모두 사랑한다. 어떤 목소리 (냉소) 그게 모순된다는 걸 모르는가. 나 무엇이 모순되었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코세토의 그릇을 사랑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코세토의 그릇을 사랑하는 감각을 가지지 못 했기 때문이지. 어떤 목소리 풍류인은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 나 아쉽게도 나는 풍류인보다도 더 욕심 많게 태어났다. 하지만 장래엔 한 여자보.. 2022. 8. 18.
어떤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제까지 누구도 자살자 본인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적지는 않았어. 그건 자살자 본인의 자존심 혹은 스스로를 향한 심리적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일 테지. 나는 네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 이 심리를 확실히 전해 두고 싶어. 물론 내 자살 동기는 딱히 너에게 전하지 않을 거야. 레니에는 단편 속에 어떤 자살자를 묘사했지. 이 단편 주인공은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 해. 너는 신문의 삼면기사에서 생활난이니 병고, 혹은 정신적 고통 같은 여러 자살 동기를 발견할 거야.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건 동기의 전부가 아냐. 그뿐 아니라 대부분엔 동기에 이르는 길 정도를 적어놓은 거뿐이야. 자살자는 대부분 레니에가 묘사한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알지 못 할 테지. 그건 우리의 행위처럼 복잡한 .. 2022. 8. 17.
유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 인간은 한 사건 때문에 간단히 자살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 생활의 총결산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큰 사건이었던 건 내가 스물아홉 살일 때에 히데 부인과 죄를 저지른 일이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아니다. 단지 상대를 고르지 않았기에(히데 부인의 이기주의나 동물적 본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내 생존에 불이익을 낳은 건 적잖이 후회하고 있다. 또 나와 연애 관계에 빠진 여성은 히데 부인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서른 살 이후로 새로운 정인을 만든 적이 없었다. 이것도 도덕에 어긋나기에 만들지 않은 건 아니다. 단지 정인을 만드는 이해타산을 따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애를 느끼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나는 그때에 "고시비토", "소몬' 등의 서정시를 .. 2022. 8. 16.
'만주 문학 선집' 선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만주에 문학이 생기려 하고 있다. 대다수는 만주에 문학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나는 작년 만주 곳곳을 걸으며 그곳에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고 몇몇 민족의 전혀 다른 전통과 생활 속에 만인에 공통되는 역사가 호흡하는 걸 느꼈다. 이것이 이윽고 민족의 특수성을 넘어 허투루 볼 수 없는 국민적 의식의 형태를 갖춘다면 전례 없는 정신의 한 형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도 품곤 했다. 몇 개의 언어로 적힌 이러한 작품도 어쩌면 아직 일본 문학이며 중국 문학이자 러시아 문학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을 기르는 환경과 시대의 영향은 작가가 의식 여부에 무관하게 그 사고와 감성 위에 또렷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만주 문학이 젊으면 젊을 수록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왜냐면 진짜 전통이란 건 항상 늙지 않는다 믿기.. 2022. 8. 12.
쉬아레스의 '세 사람'(미야자키 미네오역)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쉬아레스를 알기 위해 또 동시에 '프랑스 사람이 본 입센'을 확인하기 위해 이 'Trois Hommes'를 읽었다. 근대극의 시조란 이름으로 또 깊이 있는 사상극 작가란 이름으로 이 북유럽의 천재를 보던 내 눈앞엔 곧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민족의 꿈과 고질병을 짊어지고 심지어는 이에 맞서는 거친 고독의 혼이었다. 우리가 단순히 '입센적이다'하고 생각하는 것 중엔 실제론 되려 '노르웨이적'이라 해야 마땅할 기후가 감돌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 거대한 정신을 새로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받은 것처럼만 느껴졌다. 이 발견은 더욱이 파스칼 및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는 이 '세 사람' 덕에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무엇보다 큰 이익이었던 건 입센이 노르웨이 사람.. 2022. 8. 12.
'월, 수, 금' 후기 - 키시다 쿠니오 졸업 작품의 채점을 명받을 때 가장 곤란한 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이다. 또 내가 준 점수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점도 있다. 단지 학교 성적이란 대개 그런 모양이지 않은가. 딱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만 없다면 내 뜻대로 해도 되겠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작품집을 만들면서 우리반에서 오오키, 하치야 두 명의 작품을 고른 것도 두 학생의 명성(?)보다도 되려 다른 학생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요컨대 오오키, 하치야 두 사람은 앞으로 이 이상의 걸 써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세간에 발표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냐는 뜻이다. 애당초 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가나 평론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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