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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71

아쿠타가와를 통곡하다 - 사토 하루오 마지막까지 이지를 친구로 둔 것처럼 보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기 위해서는 고인 또한 그러했던 것처럼 감상에서 벗어나 논평의 형태로 글을 남기는 게 옳을 테지. 이 사실이 내 친구의 좋은 영혼을 달래주리라 믿는다. "오로지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이는 니체의 말로 나는 아직 한 번도 자신을 죽여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친구의 특별한 죽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테지. 때문에 나는 결국 내게 보인 그를 통해 나 자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게 독자 또한 이 글이 와닿을 수 있을 터이다. 요컨대 보잘 것 없이 살아남아 있는 인간이 제멋대로 떠드는 꼴일지도 모른다. 내 좋은 친구였던 고인은 요즘 들어 나의 불손함을 장난스레 과감함이라 불러주며 관대히 봐주었다. 그러니.. 2022. 8. 24.
아쿠타가와의 원고 - 무로우 사이세이 아직 그리 친하지 않고 아마 서너 번째 방문이었을 터인 어느 날. 아쿠타가와의 서재에는 선객이 있었다. 선객은 아무개 잡지의 기자인 듯하며 아쿠타가와에게 원고를 강요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쿠타가와는 츄오코론에도 써야 할 글이 있으며 그마저도 아직 시작조차 못 했다며 단호히 거절하고 있었다. 그 거절은 가능성이 없으며 도무지 쓸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었으나 선객은 거절당하는 것도 각오하고 왔는지 좀처럼 받아주지 않았다. 설령 세 장이든 다섯 장이든 좋으니 뭐라도 써달라며 물러나는 기미가 없었다. 세 장이든 열 장이든 소재도 없고 시간도 없어 도무지 쓸 수 없다 거절하니 잡지 기자는 그럼 한 장이든 두 장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아쿠타가와는 두 장으론 소설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객은 애당초 당신의 소.. 2022. 8. 23.
나와 아쿠타가와의 교제 - 하기와라 사쿠타로 아쿠타가와 군과 나의 교제는 죽기 전의 고작 2,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질적으로는 꽤나 깊은 곳까지 들어 간 교제였다. "좀 더 빨리 알게 됐으면 좋을 텐데" 아쿠타가와 군도 번번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비슷한 감상을 품었기에 불쑥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배신 당한 듯한 분노와 섭섭함을 느꼈다. 아쿠타가와 군은 일면 사교적 소질을 지니고 있어서 친구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속까지 터놓는 벗은 그리 많지 않은 듯했다. "내 회한은 교우 관계가 나빴다는 점이야" 같은 뜻의 절절한 말도 이따금 내게 털어놓고 했다. 즉 아쿠타가와 군은 자신과 반대 성격이며 자신의 관념상 이데아를 구체적으로 끌어내줄 만한 친구를 바랐던 것이다. 항상 키쿠치 씨를 경애하며 "영웅"이라 부른 것도 역시 성격이 반.. 2022. 8. 22.
아쿠타가와 - 키쿠치 칸 아쿠타가와의 죽음에 관해 많은 걸 쓸 수 있을 듯, 막상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사인은 우리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기보다는 결국 세상 사람들이 수긍할만한 구체적인 원인은 없다고 해야 하리라. 결국 아쿠타가와 본인이 말한 것처럼 주된 원인은 "막연한 불안"이리라. 게다가 2, 3년간의 신체적 피로, 신경쇠약, 번거로운 세속적 고생 같은 것이 그의 절망적 인생관을 더욱 깊게 만들어 그런 결과를 만들었지 싶다. 작년, 그의 병은 그의 심신을 꽤나 갉아먹었다. 신경쇠약에서 오는 불면증, 망가진 위장, 지병인 치병 등이 서로 뒤엉켜서 그의 생활력을 뺏어간 듯하다. 이런 병에 고민하다 서서히 자살을 결심한 것이리라. 그런 데다가 요 2, 3년간 그의 세속적 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 안.. 2022. 8. 21.
톱니바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레인 코트 나는 어떤 지인의 결혼 피로연에 참가하기 위해 피서지에서 나왔다. 가방을 든 채로 토카이도의 어떤 정차장을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자동차가 달리는 길의 양쪽은 소나무로 우거져 있었다. 상행 열차에 늦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자동차에는 나 이외에 어떤 이발 가게 주인도 함께 타고 있었다. 그는 대추처럼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짧은 턱수염의 소유주였다. 나는 시간을 신경 쓰면서 이따금 그와 대화를 했다. "별 일이 다 있네요. XX 씨의 집에는 대낮에도 유령이 나온다는 건가요." "대낮에도요." 나는 겨울의 서쪽 햇살을 받는 소나 무산을 바라보며 적당히 말을 맞추었다. "다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나오지 않는다는군요. 가장 많은 건 비가 오는 날이라나요." "비가 오는 날에 젖으러 오는 거 아닐까.. 2022. 8. 20.
어떤 바보의 일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이 원고의 발표 여부나 발표 시기, 기관 모두 너한테 일임할 생각이야. 너는 이 원고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발표하더라도 인덱스를 붙이지 않길 바라.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한 행복 속에서 살고 있어.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후회는 하고 있지 않아. 단지 나 같은 나쁜 남편, 나쁜 아들, 나쁜 부모를 가진 자들에게 유감을 느기고 있어. 그럼 잘 있어. 나는 이 원고 속에선 적어도 의식적으론 자기 변호를 하지 않을 셈이야. 마지막으로 내가 이 원고를 네게 맡긴 건 아마 네가 누구보다도 나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야.(도시 사람이란 나의 껍질을 벗겨낸다면) 부디 이 원고 속에서 내 바보 같음을 비웃어줘. 쇼와 2년 6월 20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쿠메 마사오 하나 시대 .. 202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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