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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월, 수, 금' 후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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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작품의 채점을 명받을 때 가장 곤란한 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이다. 또 내가 준 점수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점도 있다.

 단지 학교 성적이란 대개 그런 모양이지 않은가. 딱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만 없다면 내 뜻대로 해도 되겠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작품집을 만들면서 우리반에서 오오키, 하치야 두 명의 작품을 고른 것도 두 학생의 명성(?)보다도 되려 다른 학생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요컨대 오오키, 하치야 두 사람은 앞으로 이 이상의 걸 써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세간에 발표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냐는 뜻이다.

 애당초 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가나 평론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메이지 시대의 문예과는 그 조직상 보기 좋은 문학적 분위기를 꾸리고 있을 뿐으로 여기서 무언가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이 한 권의 선집 또한 출발 준비를 보여주는 신호에 지나지 않으리라.

 오오키 군의 희곡은 일단 '구색'은 갖추고 있으나 결코 본인의 재능을 온전히 드러낸 작품이라곤 할 수 없다. 묘하게 비약이 없는 점도 불만이다. 단지 생활을 보는 상당히 비옥진 눈이 과시욕을 필요 이상으로 묶어놨다고도 할 수 있으며 더욱이 열정을 뿜어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리란 건 틀림 없다고 본다.

 하치야 군의 논문은 재밌는 연구지 싶었다. 비판의 날카로움보다 대상을 포착하는 늠름한 의욕을 인정한다. 정리되지 않고 주도면밀함이 빠져 있으나 호메이의 현대적 해석으로서 흥미로운 문제를 적출해낸 건 방법은 어찌 되었든 하치야 군의 문학적 정진을 말해주는 것이라 본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아직 무언가 불안한 게 남는다. 내가 맡고 있는 지도 강좌란 게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빈곤했기 때문에 오는 감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인 건 고작해야 일주일에 두 시간짜리 수업이란 점이다. 하치야, 오오키 두 사람은 물론이요 내 반에 있던 이번 졸업생 제군이 3년간 배운 점이 있다면 그건 '일주일 2시간'이 얼마나 빈약한가 하는 점이리라. 이것만은 이번 기회에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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