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분게이슌쥬샤 특파원으로서 북지에 간 건 작년 시월이었다. 왕복 이동을 포함해 고작해야 삼 주라는 짧은 여행이었으나 다시 경한선 방면은 창덕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낭자관이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보정, 정현 부근에는 패잔병이 빈번히 출몰해 방심할 수 없을 때였다. 석가장에서 옛 친구인 비행부대장을 찾은 건 "북지물정"에도 적었으나 그 후 대령에게 편지가 왔는데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하가 보여줘서 분게이슌쥬를 읽었어. 자잘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게 대단하더군. 그때 지팡이를 두고 가지 않았나? 아마 자네일 거란 생각에 본부에 보관하고 있는데 보내는 것도 성가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듣고 보니 출발할 적에 등산용으로 끝이 뾰족한 회색 지팡이를 사서 군도 대신에 차고 다녔던 걸 어디다 두고 왔다. 때문에 현지서 안내를 맡아 준 '지사' 호리우치 텟슈 씨에게 이국풍의 지팡이 겸 검을 받아 올 때는 그걸 짚으며 왔다. 그런데 그 지팡이를 그냥 지팡이란 생각에 일본 기차 안에 들고 갔더니 내릴 때 사복형사에게 들켜 몰수 당해 버렸다. 자루만이라도 기념 삼아 가져가면 안 되냐 부탁해 봤는데 허락받지 못했다.
타성이란 게 참 무섭다. 전장에선 아무렇지 않았던 게 일본에서는 수상쩍이 여겨지는 사례를 직접 보아 마음을 꽉 다 잡아야만 했다.
보정에서 지인이 되어 하룻밤을 그 '야전 카페'서 함께 보낸 어용상 이가라시구미의 젊은 사장이 얼마 전 훌쩍 도쿄로 와 전하를 걸어왔다. 나는 긴자의 아무개 음식점으로 그를 안내하여 보정이 그 후 어떻게 발전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는 개점 절차를 잘못 밟아 그날 밤에 헌병에게 얻어맞아 혹이 생겨 '만주로 돌아갈까'하고 멍한 표정을 짓던 그 '카페'의 여주인이 이제는 보정 제일의 여부호로서 국방 부인회 회장 직함까지 받아 부하 여군을 독려하며 '서비스' 보국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가라시 군은 반쯤은 동반하는 젊은 아내에게 들려주듯이 태원 부근에서 탄 열차가 비적에게 공격 받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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