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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만주 문학 선집' 선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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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에 문학이 생기려 하고 있다. 대다수는 만주에 문학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나는 작년 만주 곳곳을 걸으며 그곳에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고 몇몇 민족의 전혀 다른 전통과 생활 속에 만인에 공통되는 역사가 호흡하는 걸 느꼈다. 이것이 이윽고 민족의 특수성을 넘어 허투루 볼 수 없는 국민적 의식의 형태를 갖춘다면 전례 없는 정신의 한 형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도 품곤 했다.

 몇 개의 언어로 적힌 이러한 작품도 어쩌면 아직 일본 문학이며 중국 문학이자 러시아 문학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을 기르는 환경과 시대의 영향은 작가가 의식 여부에 무관하게 그 사고와 감성 위에 또렷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만주 문학이 젊으면 젊을 수록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왜냐면 진짜 전통이란 건 항상 늙지 않는다 믿기 때문이다.

 "뿌리 뽑힌" 문학의 표정이 이러한 작품 안에 묻어나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장래는 개인적으로나 또 만주 자체로나 그러한 표정은 하루라도 빨리 닦아내야 하며 작가 또한 그 업적을 통해 여러 민족의 헙력에 따른 국토 발전에 기여하는 걸 염원하게 되리라. 그래야 비로소 만주의 문학사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페이지를 가지고 되며, 개개인의 작품은 말 그대로 전통적 가치를 얻게 얻게 되리라.

 문제는 단지 개념의 조작으로 이러한 자세를 작품으로 삼는 것만이 아니다. 현실의 복잡한 형태를 직시하며 정말로 세기의 태동이라 칭해 마땅할 걸 느껴야만 한다. 회의와 희망을 가르는 선이 그점에 있다. 이제는 어떠한 작가도 항상 그 선 위에 서서 자신이 사랑하는 걸 위해 길을 가리키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그와 별개로 나는 이 작품집 안에 담긴 작품을 전부 읽을 새가 없었다. 따라서 선별은 대개 카와바타 시마키 두 분에게 맡겼는데 그 결과와 책임은 두 분을 믿는 나도 함께 짊어 갈 생각이다.

 만주 작가로서 이 작품집에 이름을 실은 사람들의 재능은 참으로 아름다운 재능을 지녔음에 분명하다. 우리는 매해 같은 기획이 반복되는 의미를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건 하나하나의 재능이 뻗고 있다는 밝은 증명인 동시에 우리가 막대한 관심을 가지는 맹방 문화의 건전한 상승이 이를 통해 올바르게 기록되는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소겐샤의 의도는 무엇보다 만주 작가를 일본 독자에 소개하는 것이다. 단지 이 기획이 품은 수많은 효과를 생각하면 나는 선자의 책임을 짊어진 한 사람으로서 이를 통해 일만 두 나라의 문단 및 지식인이 이 선집에 충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쇼와 17년 3월 21일 후쿠시마의 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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