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다 쿄스케 군과 그 아내가 나의 '마마 선생과 그 남편'을 하고 싶단 말을 꺼냈다. 배역은 열 명 중 아홉 명을 고른다는 갑갑한 방법이나 나는 그 자리서 이를 승낙했다.
토모다 쿄스케 군은 신극 배우로서 확실한 기량을 지니고 있으며 츠키지좌를 이끄는 방침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래 이 각본은 내 종전 작품과 조금 결이 달라서 연출 또한 여느 때처럼 안 된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였다. 때문에 배역도 꽤나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미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에서 '마마 선생'은 모든 것에 무게감을 잡는 농후한 여자이나 타무라 아키코 부인은 반대로 가련하며 산뜻한 여성으로 여기는 듯했다. 남편 사쿠로를 연기하는 토모다 군은 내가 그리는 인물상에 살짝 가까운 듯하나 단 한 점, 토모다 군의 사치스러운 점(요컨대 감정을 지나치게 표면에 드러내는 경향)이 이 인물의 특성과 엇나간다 싶었다.
또 여교사 아리타 미치요가 은근히 어려운 역이어서 그 천진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실력이 필요로 하지 싶다.
또 미망인 하나마키 사사코란 여자는 스물여덟이나 아홉을 생각해뒀으나 실제론 서른 이상의 여배우를 조금 젊게 꾸며줬으면 한다.
이상의 두 배역을 맡은 여배우는 스무 살 전후의 아가씨들이라면 달리 바랄 게 없다.
위탁의 오가타는 생활의 각인이 새겨진 마흔 줄 남자이건만 이 배역은 스무 살 전후의 눈썹이 아름다운 청년에게 돌아갔다. 배역상 가장 피해야만 하는 연령 차이이다.
이렇게 말하면 절망적으로 들리나 나는 구태여 이를 승인했다. '좋은 뜻'으로 내 작품이 연기되는 즐거움과 배역이 자신에게 맞지 않고 되려 엇나간 역할을 연기로 살려내는 사례의 미묘한 힘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출은 물론 무대 전체를 작가의 이미지에 맞추는 방식을 버리고 배우 제각기의 특질을 따라 인물의 모든 컨포지션을 그들의 노력에 맡기기로 했다. 나는 그저 그러한 결과서 새롭고 다른 이미지를 조합하여 무대의 유기적 움직임을 정하면 된다. 단지 괜한 일 같으나 나는 배우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의를 주었다.
"여러분은 내 상상력을 신뢰하지 말고 제각기 인물을 모델로 두고 연구해 줬으면 한다"고.
나는 인물이 특정한 형태에 들어맞는 걸 가장 두려웠다.
이 기획이 이번 상연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 지금의 나로선 예측하기 어려우나 아마 배우들의 노력 덕에 신극의 유익한 한 면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193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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