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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문학 올림픽 - 개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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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리면서 그 일부인 문학 올림픽을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 문학 올림픽이란 게 기존 대회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일본 신문은 도통 보도하는 법이 없고 세간도 그 사정을 모르나 나는 작년 우연히 베를린 대회를 앞에 두고 화가 H군에게 예술 올림픽에 일본 미술가와 음악가가 참가한단 이야기를 듣고 독일에서 나온 홍보물을 보아 그 예술 올림픽 안에 문학 부문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또 일본 당국이 왜 이를 세간에 공표하지 않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곧장 그 규약을 당시 편집 담당을 맡고 있던 잡지 '문예간화회'에 실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나는 본래 도쿄 올림픽 유치 운동이 내키지 않았던 한 사람이나 기왕 한다면 무엇보다 국민 전체가 올림픽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여 허세나 바깥 눈치가 아닌 주최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각오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런 만큼 운동 경기 부문에 지지 않게 전통적 대예술 콩쿨에서도 문화국 다운 프로그램 발표를 기대한다. 단 이제까지는 그런 일에 무관심했던 일본 당국이 여차 도쿄에서 하게 될 경우 황급히 전문가 의견 등을 구하는 태도가 참으로 꼴불견이라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는 심정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예술 콩쿠르가 어떤 것인지를 연구해 줬으면 한다. 그게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하면 꼭 독일 흉내를 내지 않더라도 일본의 독자적인 플랜을 따라 세계 각국을 부르면 된다. 문학은 시, 소설, 희곡 세 분야로 나눠지는 게 전례이나 경우에 따라선 시만 해도 충분하리라.

 세계 각국의 말로 만들어진 작품을 대체 누가 읽고 누가 심사하는가? 영, 독, 불, 러, 중 다섯 개 국어에 한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 직하다.그런걸일단 일본어로 번역해 심사원이 채점하게 될 텐데 어차피 엄밀한 비교 평가가 가능할 리도 없다. 그러니 일단 큰 표준을 따라 반쯤 축제 기분으로 1, 2등을 정하게 되리라. 응모자도 그럴 생각 아니고선 어차피 응모하지 않으리라. 전문가가 성을 낼 문제가 아니다. 문학 아마추어의 오락에 지나지 않으며 잡지서 '아무개 노래'를 공모하는 것과 마찬가지니 심사원의 이름값만 확실하다면 국내적으론 상당한 '볼거리'가 되리라. 여기서 조금 걱정인 건 외국인 응모자가 한 명도 없을지 모른단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국제적 행사, 특히 올림픽 같은 서양의 전통적 '축제'를 일본인이 개최하는 건 영 와닿지 않는다. 요컨대 국민의 기풍에 적합하지 않다. 스포츠 그 자체에 괜히 심각해지고 혈안이 되어 이기든 지든 금세 눈물 따위를 흘리니까 모처럼의 축제 기분도 헛것이 된다. 그런 습관을 일소하지 않는 한 문학 올림픽 따위를 해도 재미없을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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