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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다 쿠니오108

라디오 문학의 수확 '눈사태' - 키시다 쿠니오 마후네 유타카 씨의 라디오 드라마집을 읽고 느낀 건 소위 '라디오 드라마'가 형식상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대신 희곡의 정석을 착실히 밟으며 라디오적인 효과를 노린 독특한 계산이 이뤄지고 있단 점이다. 본래 희곡가 마후네 유타카 씨의 재능은 현실적인 시점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가진 생활의 일면은 정확한 일상적 관찰과 드물게 보는 집요한 접착력으로 참으로 생기 넘치는 풍경으로 그려져 왔다. 마후네 씨는 이 재능에 더해 갖은 무대적 작법을 관대하고 솔직하게 구사하여 작품에 충분한 방점을 주었고 또 갖은 소재는 일종의 북극적 모습이 되어 눈보라와 말 썰매의 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만인의 마음을 끄는 이유이다. 본집에 수록된 라디오 드라마 네 편은 제각기 방송될 적에 호평을 받은 것들인데 지.. 2022. 7. 10.
'나의 생활 기술' 후기 - 키시다 쿠니오 현대 일본인은 올바른 '생활관'을 지니지 않았다는 게 여러 상황서 증명되곤 하나, 그와 동시에 어느 틈엔가 넓은 의미의 '생활의 기술'을 잃어 굉장히 어색하기 짝이 없으며 국민으로선 꽤나 손해인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단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 싶다. 많은 사람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단지 세간이란 게 원래 이렇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시대에 유럽과 미국 사람의 '생활' 그 자체를 찬가 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확고한 생활관과 자연에서 갈고 닦인 일종의 생활 기술을 익혔고 그걸 통해 업무 능률을 높이며 건강을 유지하고 사교를 즐기면서 민족적 우월감을 만족시키고 있다 생각하면 우리 일본인이 왜 오늘날 '생활'이란 문제를 새삼스레.. 2022. 7. 9.
'도스토옙스키 전집' 추천사 - 키시다 쿠니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인류가 남긴 업적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이다. 이는 물론 두 말하면 잔소리나 우리는 특히 이 천재가 러시아 태생인 걸 주목해야 한다 본다. 혼란스럽기에 깊은 게 아니라 깊기에 생기는 착란을 방불케하는 독특하면서도 소박한 혼의 광채를 우리 일본인의 정신세계서 찾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문학이란 지도에서 한 민족의 영토란 찾아볼 수 없으나 결국 본질이 다른 토양서 피는 꽃향기서는 자랑해 마땅할 한계가 존재한다 해야 하리라. 이런 관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사람과 예술에 접하는 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경이이며 계시이기도 하다. 자국 문학의 특성이 기존과 다른 방식을 취하려 할 때, 우리나라의 현대 문학에 일종의 아이러니한 영향을 준 '악령'의 전집이 이미 정평을 떨친 요네.. 2022. 7. 8.
과도 시대 - 키시다 쿠니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현대극――그렇게 이름 붙여야 할 각각의 작품 및 그 작가의 경향, 작풍 등의 연구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 나는 이제까지 그 연구를 소홀히 해왔다. 따라서 거시적 관점을 통해 질문에 답하는 게 용납된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답하리라. 일본 현대극은 입센 이후로 오늘에 이를 때까지 유럽과 미국의 대표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 이름을 하나하나 꼽을 필요조차 없다. 물론 작가들 개개인에 따라 취향은 갈리겠지만 결국 그 '취향'을 쫓는 법 없이 유행을 쫓아 우루루 몰려 온 경향이 존재한다. 먼저 대부분의 사람은 입센의 세례를 받았으리라. 또 일부는 마테를링크나 체호프의 취향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오늘 날에는 그마저도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근래엔 표현파가.. 2022. 7. 7.
기권 - 아쿠타가와상(제23회) 선후평 - 키시다 쿠니오 이번 아쿠타가와상 전형에는 선발자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내가 도쿄에 없는 탓에 사무적인 연락을 생각처럼 못한 탓도 있으나 후보 작품을 받고 위원회가 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 몸이 망가져 도무지 작품을 훑을 새가 없었다. 그런 마당이니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걸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다 한들 두 번이나 열린 위원회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 태만하단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터이다. 따라서 이번만은 책임감을 가지고 서평을 쓸 자격이 없는 셈이다. 2022. 7. 6.
'작금 요코하마 이문' 문집을 펴내면서 - 키시다 쿠니오 오늘까지 활자로 발표한 희곡 중에 그 절반은 크고작은 극장서 각광을 받았다. 상연된 게 꼭 자신작이진 않으며 상연 성적도 항상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자신의 작품 중 무대에 오른 건 저절로 하나의 특색을 지녔으며, 그 특색은 이 한 권의 존재 이유라 해도 마땅하다. 저자로선 이걸 소위 '연극 애호가'의 독자에게 보내 내 극작 생활의 빈곤한 기념으로 삼고 싶다. 물론 작품 선택은 내 취향에 따랐으나 아직 상영되지 않은 걸 일 편만 더한 건 그에 따라 조금이나마 이 책의 '미래성'이 지켜졌으면 하는 출판사의 주도면밀한 배려에 따랐기 때문이다. 상연 기록으로 배역 이외에 무대 사진을 삽입할 계획이었으나 마땅한 걸 갖추지 못하였고 서적의 구성 상 형태에 틀어 박힌 그림식 사진보다도 자유로운 삽화를 배치하는 게 '미.. 202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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