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작가 하나가 자살했다. 그런 감각으로 뉴스를 받은 사람이 꽤 되겠지 싶다.
나는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으로서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 건 불가능하단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소속된 문학좌에 보내진 유서에 '예술상의 막다른길'이란 이유가 또렷이 고백되어 있으나 그가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우리에겐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객관적으로 수많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다양한 플랜을 지니고 있었고 차근차근 그걸 실행으로 옮겼던 사람이니까.
그는 때때로 굉장히 펜이 느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의 야심이 그의 상상력을 압도하고 있었던 때이지 싶다.
그 처녀작 '나요타케'는 서구적 교양의 등불을 들고서 우리 고전의 숲에 발을 들였고 그곳에 연극의 연못을 들이려는 시도가 반쯤 성공했다 해도 좋을 주목해 마땅한 신선미를 지닌 희곡이었다. 그는 이 한 작품만으로 극작가로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받았다.
잊을 수 없는 건 이 늠름한 구석이 있는 로맨틱한 작품이 전쟁 중에 발표할 기미도 없이 적혔다는 점에 있다.
뉴기니 전선에서 다행히 귀환할 수 있었던 그는 곧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둔 풍자극 '에피소드'를 발표하고 상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작품에는 어딘가 피로와 초조함의 그림자가 엿보여 우리가 기대한 제2의 걸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확실히 그 대신 그는 신극 젊은 세대의 정신적 지주 중 한 명이 되어 자칫하면 목표를 잃을 수 있는 한 무리의 후배들 앞에 서서 확신과 정열로 가득 찬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작가가 그런 역할을 맡을 경우 되돌아오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참이었다.
그가 절찬을 마지않는 장 지로두는 루이 주베를 만나 그 재능을 처음으로 꽃피웠는데 그는 그의 친구 아쿠타가와 히로시 속에서 주베의 일본판을 발견해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해야 하리라. 누구나 그날을 기다렸다 해도 좋을 정도다.
이 세상에 남긴 작품만 따지자면 그는 그처럼 죽어 간 어떤 작가보다 적을지 모른다. 그건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미래에 많은 일을 남기고 간 사람도 적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단지 값싼 위안을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제까지 그와 함께 연극 무대서 일한 사람들 마음속에는 신극 대기실이나 연습실 한구석에서 가만히 팔짱을 낀 그의 모습이 오랫동안 살아남으리라 믿는다. 그건 어딘가 예언자와 다를 바 없는 배역의 절묘함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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