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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2

네즈미코조 지로키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초가을 늦은 저녁이었다. 시오도메의 선박장 이토야의 2층에선 한량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마주하여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 명은 까무잡잡하고 살짝 통통히 살이 오른 남자로 홀옷에 핫탄 히라쿠게 오비를 묶고 있는데 위로 걸친 코와타리 토잔 반텐과 함께 옹골찬 남자 다움을 한 층 더 돋보이게 하는 정취가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색이 하얗고 마주 앉은 남자보다는 체격이 작은 남자로, 손목까지 새긴 문신이 눈에 띈다. 풀이 떨어진 벤케이지마 홀옷에 주판 삼 척을 둥글둥글 감고 있는 것도 꽤나 방정맞게 보였다. 그뿐 아니라 이 남자는 처지가 비굴한지 상대 남자를 부를 때도 시종 형님 소리를 했다. 하지만 연배는 엇비슷해 보이는 만큼, 일반적인 형님 아우님하는 사이보다는 마음을 턴 교우 관계란 걸 알 .. 2022. 4. 12.
벽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알림 이 몇 편의 문장은 누군가의 사람들을 논한 것이다. 아니, 그러한 사람들을 향한 내 호오를 표현한 것이다. 이 몇 편의 문장 속에 시대를 뛰어 넘는 명확한 답을 추구하는 건 물론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나는 내 비판이 공평함을 조금도 자랑할 생각이 없다. 또 아쉽게도 나는 공평이란 개념에 축복받지 못했다――오히려 축복받는 걸 곱게 여기지 않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이 몇 편의 문장 속에 겸양 정신을 요구하는 것 역시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갖은 비판 예술은 겸양 정신과 양립하지 않는다. 특히 내 문장은 자부와 허영심을 빨아 들이는 펌프와 같다. 이 몇 편의 문장 속에서 경망함을 바라는 건 가장 이해력이 부족한 행위이다. 나는 마감에 늦지 않도록 바쁘게 펜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 사정 아래에서 경망.. 2022. 4. 1.
현학산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그건 작게 만들어진 품격 있는 문이 자리한 집이었다. 물론 이 근방에선 드물지도 않은 집이었다. 하지만 '현학산방'이란 팻말이나 울타리 너머 보이는 정원수는 어떤 집보다도 풍류로 넘쳤다. 이 집 주인, 호리코시 겐카쿠는 화가로서 조금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산을 만든 건 고무도장 특허를 받은 덕이었다. 혹은 고무도장 특허를 받은 후로 땅을 사고팔은 덕이었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던 교외의 어떤 땅은 생강마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붉은 벽돌집이나 푸른 벽돌집이 늘어선 소위 '문화 마을'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현학산방'은 작게 만들어진 품격 있는 문이 자리한 집이었다. 특히 요즘엔 정원 소나무에 눈을 막는 줄을 걸거나 현관 앞에 마른 송엽에 자금우 열매가 붉.. 2022. 3. 21.
늙어버린 스사노오노미코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코시노오로치를 퇴치한 스사노오는 쿠시나다히메를 아내로 들이는 동시에 아시나츠치가 다스리던 부락을 이끌게 되었다. 아시나츠치는 그들 부부를 위해 이즈모의 스카에 야히로도노를 건설했다. 궁은 꼭대기가하늘의 구름에 가려질 정도로 커다란 건물이었다. 그는 새로운 아내와 함께 조용한 아침저녁을 보내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도 물가의 파도도 혹은 밤하늘의 별빛도 이제는 그를 유혹하여 넓고 아득한 태고의 천지를 다시 헤매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아버지가 되려 한 그는 이 궁의 두터운 마루대 아래의――붉은색과 하얀색의 사냥도가 그려진 그의 방 네 벽 안에서 타카마가하라노쿠니가 주지 않은 화롯가의 행복을 발견해낸지 오래였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미래의 계획을 나누었다. 때로는 궁 주변에 자리한 측백나무 숲으.. 2022. 3. 16.
산에몬의 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분세이 사 년 십이 월의 일이다. 카가의 재상 하루나가의 가신 중 육백 석 봉토를 맡은 가신의 호위역을 맡은 호소이 산에몬이란 사무라이가 키누가사타헤의 차남 카즈마란 젊은이를 때려죽였다. 하물며 결투도 아니었다. 어느 밤 술시 쯤, 카즈마는 우타 모임이 끝나 남쪽 마굿간으로 돌아온 산에몬을 기습하려다 되려 산에몬의 손에 죽고 만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루나가는 산에몬 호출을 명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루나가는 총명한 주인이었다. 총명한 주인인 만큼 매사를 가신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그 실행을 명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한 번은 두 매 조련사에게 제각기 상벌을 주었다. 이는 하루나가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개요를 아래.. 2022. 3. 5.
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우지노다이나곤타카쿠니 "이거야 원, 낮잠에서 일어나 보니 오늘은 한 층 더운 거 같구나. 저 소나무 가지의 등나무 꽃을 흔들 정도의 바람 하나 불지 않으니. 항상 시원하게 들리는 연못 소리도 유지매미 소리에 섞여서 되려 덥고 갑갑하기만 해. 어디, 또 아이들에게 부채질이나 부탁해 볼까." "뭐, 거리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 너희도 그 커다란 부채 잊지 말고 뒤에서 잘 따라오너라." "그래, 내가 타카쿠니일세. 헐벗고 있는 무례는 용서해주게나." "오늘은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일부로 이 우지노테이에 모은 걸세. 실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소시 하나를 만들어 보려 해. 근데 이게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쉽게도 나는 글로 쓸만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잖나. 그렇다고 성가..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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