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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2

발타자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하나 당시엔 그리스 사람에게 사라신이라 불린 발타자르가 에티오피아를 다스리고 있었다. 발타자르는 색은 검어도 이목구비가 또렷한 남자였다. 또 솔직하고 넓은 마음을 지닌 남자였다. 즉위 제3년이자 스물두 살일 적에 왕은 나라를 나와 시바의 여왕 발키스를 만나기 위한 길에 올랐다. 추종하는 건 마법사 셈보비티스와 환관 멘케라였다. 일흔다섯 마리의 낙타가 행렬을 이루고 하나같이 계피, 몰약, 사금, 상아 따위를 짊어지고 있었다. 길을 가는 동안 셈보비티스가 왕에게 유성의 힘이나 보석의 덕을 가르치거나 멘케라가 존귀한 비문의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하지만 왕은 그런 것에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대신 사막 끝에 앉아서 귀를 세우고 있는 자칼이란 동물을 보고 재밌어 할 뿐이다. 십이 일의 여행이 끝나자 장미 냄새.. 2022. 1. 11.
지옥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호리카와의 영주님 같은 분은 이제까지는 물론이고 후세에도 둘은 없을 테지요. 소문으로 듣자하니 그분이 태어나기 전에 대위덕명왕께서 모군의 꿈자리에 나타나셨다는데 어찌 됐든 날 때부터 평범한 사람하고는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무엇 하나 저희가 생각하는 영역 안에 드는 법이 없지요. 당장에 호리카와의 저택을 보아도 장대하다 할까요, 호방하다 할까요 도무지 우리의 평범함으론 미칠 수 없는 기세 같은 게 존재합니다. 이게 소위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분의 생각은 그처럼 자신만 호의호식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좀 더 아래 것까지 생각하시는 말하자면 천하와 함께 즐긴다 해도 좋을 배포가 커다란 그릇이 존재하지요. 그러하시니 니죠대궁의 백귀야행을 마주하셔도 .. 2022. 1. 3.
베이징 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용화궁 오늘도 나카노 코칸 군을 따라 오전부터 용화궁을 보러 다녀왔다. 라마사에 별 관심은 없지만 아니, 되려 라마사 따위 아주 싫지만 베이징 명물이라면 기행에 적을 필요상 의리로라도 한 번은 봐야 하리라. 나도 참 고생이 많지 싶다. 더러운 인력거를 타고 겨우 문 앞에 이르니 확실히 큼지막한 사찰임은 분명하다. 물론 보통 큰 사철이라 하면 큰 당 하나가 있는 걸 떠올릴 텐데 이 라마사는 그 정도가 아니다. 영우전, 유성전, 천왕전, 법륜전 등 수많은 당의 집합체이다. 또 일본의 절과 달리 지붕은 노랗고 벽은 붉으며 계단은 대리석을 썼고 돌로 된 사자니 청동 석자탑이니(중국인은 문자를 존귀히 여겨 문자를 쓴 종이를 주우면 이 탑 안에 넣는다고 나카노 군이 설명해주었다. 즉 다소 예술적인 청동제 종이.. 2021. 12. 26.
장강 유랑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서론 이는 3년 전 중국에 놀러 가 장강을 거슬러 올랐을 때의 기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 속에서 3년 전 기행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여행이라면 필경 갖은 추억은 몇 년 전의 기행이다. 내 문장의 애독자 제군은 '호리카와 야스키치'를 대하듯이 이 '장강'의 한 편에도 힐끔 눈길을 주었으면 한다. 나는 장강을 거슬러 오를 때 끊임없이 일본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찌는 듯한 도쿄서 넓은 장강을 그리워하고 있다? 장강을?――아니, 장강만이 아니다. 우후를, 한커우를, 여산의 소나무를, 동정의 파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내 문장의 애독자 제군은 '호리카와 야스키치'를 대하듯이 나의 이런 추억벽에 힐끔 눈길을 줄 수 없을까. 하나 우후 나는 니시무라 사다.. 2021. 12. 25.
상하이 유랑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상하이 도쿄를 뜨는 날에 나가노 소후 씨가 찾아왔다. 듣자 하니 나가노 씨도 보름 후에 중국 여행을 떠날 생각이시란다. 그때 나가노 씨는 친절하게도 뱃멀미의 묘약을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모지에서 배를 타면 이틀 밤낮도 걸리지 않고 곧장 상하이에 도착하고 만다. 고작 이틀 밤낮 가량 되는 항해에 뱃멀미 약을 휴대하다니 나가노 씨의 엄살도 알만 하다――이렇게 생각한 나는 삼 월 이십일 일 오후, 지쿠고마루의 사다리에 올랐을 때에도 비바람이 부는 항구를 보며 다시 한 번 나가노 소후 화백이 바다를 두려워한 사실을 유감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고인을 경멸한 벌은 배가 겐카이에 오르는 동시에 서서히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선실을 받은 마스기 군과 윗갑판의 등의자에 앉아 있으니 배 옆에 부딪히는 파도.. 2021. 12. 24.
'중국 유랑기'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국 유랑기" 한 권은 필경 내가 축복받은(혹은 내게 재앙으로 내린) Journalist적 재능의 산물이다. 나는 오사카 매일 신문사의 명을 받아 다이쇼 10년 3월 하순부터 같은 해 7월 상순에 이르는 백이십여 일 동안 상하이, 난징, 주장, 한커우, 창사, 낙양, 베이징, 다퉁, 톈진 등을 돌아보았다. 그로부터 일본에 돌아와 '상하이 유랑기', '장난 유랑기'를 하루에 하나씩 집필했다. '장강 유랑기' 또한 '장난 유랑기' 후에 역시 하루에 하나씩 집필한 미완성품이다. '베이징 일기'는 꼭 하루에 하나씩 쓴 건 아니다. 하지만 전체를 이틀 동안 쓴 기억이 있다. '잡신일속'은 후기에 쓴 걸 거의 그대로 담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저널리스트적 재능은 이러한 통신에도 전광처럼――적어도 연극 속 전광처럼..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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