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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2

정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 그건 이 여관 본진에 해당하는 나카무라란 옛 가문의 정원이었다. 정원은 메이지 유신 후 십 년 가량은 어떻게든 옛 모습을 유지하였다. 표주박 모양의 연못도 깔끔하였으며 살짝 솟은 언덕 위 소나무 가지도 늘어져 있었다. 세이카쿠켄, 센신테이――그러한 정자도 남아 있었다. 연못에 닿은 뒷산 기슭에는 하연 폭포도 졸졸졸 떨어졌다. 카즈노미야 님이 찾아오셨을 때 이름을 붙였다는 석등롱도 역시나 매년 넓어져 가는 황매화 나무속에 서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뿜어지는 폐허의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초봄――정원 안팎의 나뭇가지에 젊은 싹도 자랄 적에는 이 아름다운 인공 풍경을 등 뒤로 무언가 인간을 불안케하는 야만적인 힘이 한 층 더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나카무라 가문의 늙은 주인――대장부 기질의 노인은 그.. 2022. 2. 17.
호남의 부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관동서 태어난 손일선쑨원 등을 제외하면 주목할만한 중국 혁명가는――황흥, 채악차이어, 송교인숭자오런 모두 호남후난서 태어났다. 이는 물론 증국번에게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호남 사람의 드센 기질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호남으로 여행 갔을 때 우연히 조금 소설과 같은 아래의 작은 사건과 만났다. 이 사건도 어쩌면 정열로 가득 찬 호난 백성의 면모를 보여준 걸지도 모르겠다………… * * * * * 다이쇼 십 년 오 월 육 일 오후 네 시 경, 내가 타고 있던 겐코마루는 장사창사 다리에 이르렀다. 나는 그 몇 분 전에 갑판 난간에 기댄 채로 서서히 좌현으로 다가오는 호남의 부성을 바라보았다. 높고 어두운 하늘의 산 앞에 하얀 벽이나 기와지붕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장사는 예상 이.. 2022. 2. 15.
가레노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죠소, 쿄라이를 불러 눈도 마주하지 않고 불러 들이더니 돈슈에게 적게한 구이니 한 번 읽어보라 말한다. 여행에 지쳐 꿈만 마른 들판을 달리는구나 ――하나야닛키―― 겐로쿠 7년 10월 12일의 오후이다. 아침 노을에 붉어진 하늘은 또 어제처럼 비가 내릴까 걱정이 된 오사카 상인의 졸린 눈을 먼 지붕 너머로 이끌엇다. 다행히 잎을 살랑이는 버드나무 가지를 흐리게 할 정도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윽고 어두우면서도 희미한 빛이 드리우는 조용한 겨울의 낮이 밝아왔다. 줄지은 집들 사이를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물마저 오늘은 희미한 광택을 감추었고 그 물에 떠오른 파쪼가리도 어쩐지 차가운 색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 하물며 강뚝을 걷는 사람들은 두건을 뒤집어 쓴 자도 가죽 양말을 신은 자도 모두 초겨울 부는 세상.. 2022. 2. 8.
골동갱―쥬료요시란 가명 뒤에서 쓴 잡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별건곤 Judith Gautier가 쓴 시 속 중국은 중국이되 중국이 아니다. 카츠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수호화전 속 삽화 또한 이와 비슷하게 여실히 중국을 옮겼다고는 할 수 없다. 허면 그 명모한 여시인도 이 단발 노화백도 그 무성의 시와 유성의 그림에 방불케한 중국은 되려 그들이 백일몽 속에서 돌아다닌 별건곤이라 해야 할까. 인생의 행복이란 이 별건곤에 있다. 누가 코이즈미 야쿠모와 함께 천풍해도의 푸르고 맑은 곳에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신중루를 한탄하랴.(1월 22일) 경박 원나라의 이간李衎이 문호주가 대나무에 그린 보기에 수십 폭이 전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동파의 산곡 등의 평을 읽어 보아도 친교에 따른 편들기라고만 여겼다. 어쩌다 친구인 왕자경을 만나 화제가 문호주에 이른다. 자경이 말하길 이간은.. 2022. 2. 4.
오리츠와 자식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비 내리는 오후,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요이치는 이 층 책상서 등을 둥글게 만 채로 키타하라 하쿠슈풍의 우타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야"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불쑥 그의 귀를 놀라게 했다. 그는 황급히 돌아보는 와중에도 마침 옆에 놓인 사전 아래에 우타를 숨기는 걸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버지 켄조는 여름 외투를 두른 채로 어두컴컴한 사다리 위에서 가슴까지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 엄마 상태가 영 안 좋으니까 형한테 전보 좀 보내봐라." "그렇게 안 좋으셔?" 요이치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뭐, 평소에 건강하니 갑자기 어떻게 되진 않겠지――그래도 형한텐 알리는 게――" 요이치는 아버지의 말을 뺏었다. "토자와 씨는 뭐라시는데?" "역시 십이지장에 궤양이 생긴 모양이야――걱정할.. 2022. 1. 23.
오오쿠보 코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가을밤, 나는 혼고 대학 앞에 자리한 어떤 헌책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가게 앞 진열대에 오래된 국판 책 한 권이 "오오쿠보 코슈 저, 이에야스와 나오스케, 할인 불가 50 전"이란 푯말을 붙인 채로 잡서 위에 적당히 놓여 있었다. 난 이 책의 먼지를 털고 안을 훑어보았다. 내용물은 책 이름처럼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이이 나오스케에 관한 역사론을 모은 책인 듯했다. 하지만 우연히 펼친 곳은 부속에 수록된 잡문이었다. "사람의 일생"――나는 이 잡문 하나에 이런 이름이 지어진 걸 발견했다. 사람의 일생 도쿠가와 이에야스 서두르지 마라. 마음에 바람이 생기면 곤란했던 때를 떠올려라. 분노는 적으로 여겨라. 이기는 것만 알아서는 그 해가 몸으로 온다. 미치지 못한 게 과한 것보다 낫다. 오오쿠보 요소고로..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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