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코시노오로치를 퇴치한 스사노오는 쿠시나다히메를 아내로 들이는 동시에 아시나츠치가 다스리던 부락을 이끌게 되었다.
아시나츠치는 그들 부부를 위해 이즈모의 스카에 야히로도노를 건설했다. 궁은 꼭대기가하늘의 구름에 가려질 정도로 커다란 건물이었다.
그는 새로운 아내와 함께 조용한 아침저녁을 보내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도 물가의 파도도 혹은 밤하늘의 별빛도 이제는 그를 유혹하여 넓고 아득한 태고의 천지를 다시 헤매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아버지가 되려 한 그는 이 궁의 두터운 마루대 아래의――붉은색과 하얀색의 사냥도가 그려진 그의 방 네 벽 안에서 타카마가하라노쿠니가 주지 않은 화롯가의 행복을 발견해낸지 오래였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미래의 계획을 나누었다. 때로는 궁 주변에 자리한 측백나무 숲으로 향해 그 자그마한 화원에 떨어진 잎을 밟으며 꿈만 같은 아기새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는 아내에게 상냥했다. 목소리에서도 몸짓에서도 눈동자 속에서도 과거와 같은 거침은 두 번 다시 그림자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금 꿈을 꾸면 어둠서 꿈틀이는 괴물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휘두르는 검의 빛이 그를 살벌한 투쟁의 심리로 다시 한 번 끌고 가곤 했다. 하지만 어느 때나 눈을 뜨면 곧장 아내나 부락부터 떠올릴 정도로 꿈을 깔끔히 잊곤 했다.
머지 않아 그들은 부모가 되었다. 그는 태어난 남자 아이에게 야시마지누미란 이름을 주었다. 야시마지누미는 그보다도 어머니인 쿠시나다히메와 닮은 성미가 고운 남자였다.
세월은 강처럼 흘러갔다.
그는 그 동안 많은 아내를 들이고 그보다 더 많은 자식의 아버지가 되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그의 명령을 따라 병사를 모아 각국 부락을 이끌어 갔다.
자손을 심어가며 그의 이름 또한 서서히 먼곳까지 전해졌다. 각 나라 부락은 그에게 속속 공물을 바쳤다. 그러한 공물을 옮기는 배는 비단이나 털가죽, 옥과 함께 스가궁을 보러 오는 백성들을 실었다.
어느 날 그는 그런 백성 중에서 타카마가하라에서 온 세 젊은이를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당대의 그와 같이 듬직한 근육을 가진 남자들이었다. 그는 그들을 궁으로 불러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 이 용맹한 부락의 주인이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해준 적 없는 대우였다. 젊은이들도 당초엔 그의 뜻을 알지 못하여 조금의 경외를 품은 듯했다. 하지만 술기운이 올라오자 그가 바라는 것처럼 독 밑바닥을 두드리며 타카마가하라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이 궁을 물러날 때, 그는 칼 한 자루를 들고서
"이건 내가 코시노오로치를 베었을 때 그 꼬리 안에 있었던 검이다. 이걸 너희에게 줄 테니 너희 고향의 여군에게 건네주어라"하고 일러주었다.
젊은이들은 그 검을 받아 그의 앞에 무릎 꿇고서는 죽어도 그의 명령을 지키겠다며 맹세했다.
그는 그 후로 홀로 해변가에 가서 그들을 태운 배의 돛이 점점 거친 파도 너머로 멀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돛은 서리를 깨는 햇살을 받아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제 혼자 빛나고 있었다.
둘
하지만 스사노오 부부도 죽음은 피해갈 수 없었다.
야시마지누미가 얌전한 젊은이가 되었을 때, 쿠시나다히메는 불쑥 병에 걸려 한 달 뒤 목숨을 잃었다. 아내가 몇 명이나 있었다 해도 그가 자기 스스로처럼 아낀 건 역시 쿠시나다히메 하나뿐이었다. 때문에 그는 아직 아름다운 아내의 유해 앞을 일주일 밤낮으로 꼬박 지키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 동안 궁안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특히 어린 스세리히메가 끝없이 한탄하는 목소리는 궁 밖을 지나는 사람마저 따라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녀는――야시마지누미의 단 하나뿐인 여동생은 오빠가 어머니를 닮은 것처럼 정과 뜨거운 마음으로 가득 찬 아버지를 닮은 장부 같은 딸이었다.
이윽고 쿠시나다히메의 유해는 생전 그녀가 사용하던 옥이나 거울, 의상과 함께 스가 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동산의 중턱에 묻혔다. 하지만 스사노오는 황천길을 건너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이제까지 아내를 모시던 열한 명의 시녀를 함께 생매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자들은 모두 옷을 잘 차려 입고 머뭇머뭇 죽음으로 향해 갔다. 그걸 본 노인들은 하나 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남 몰래 스사노오의 폭거를 비난했다.
"열하나! 미코토는 부락의 구습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셨네. 첫 번째 왕비가 죽었건만 열한 명 밖에 황천길 동무로 삼지 못한단 법이 있는가? 고작해야 열하나를!"
장례가 전부 끝난 후, 스사노오는 불쑥 야시마지누미에게 세상을 양보했다. 그리고 자신은 스세리히메와 함께 먼 바다 건너편에 있는 네노가타스쿠니에 이주했다.
그곳은 그가 유량 중에 그 풍토를 가장 사랑한 네 면이 바다인 무인도였다. 그는 이 섬 남쪽의 언덕에 초가궁을 세우고 평안한 여생을 보내려 했다.
그는 이미 머리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세월도 그의 힘을 다 뺏지 못한다는 건 이따금 그의 눈에 오가는 또렷한 빛만 보아도 확실했다. 아니, 그의 얼굴은 어쩌면 스가의 궁에 있을 적보다 더욱 야만한 색채를 품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으나 이 섬으로 옮겨 온 이후 이제까지 그의 안에 잠들어 있던 야성이 어느 틈엔가 다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딸인 스세리히메와 함께 벌이나 뱀을 길렀다. 벌은 물론 꿀을 얻기 위함이요 뱀은 화살이나 사슬에 바를 극악의 독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사냥이나 물고기를 잡는 틈틈이 그는 그가 배운 무예나 마법을 하나하나 스세리히메에게 가르쳐줬다. 스세리히메는 그런 생활 속에서 서서히 남자에게도 지지 않을 법한 용맹한 여자가 되어 갔다. 하지만 모습만은 여전히 쿠시나다히메의 면모를 간직한 숭고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궁 주변의 푸조나무 숲은 몇 번이나 싹을 피우고 몇 번이나 잎을 떨구었다. 그때마다 그의 수염투성이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갔고 스세리히메는 종일 미소 지은 눈동자에 더더욱 맑음을 더 해갔다.
셋
어느 날 스사노오가 궁 앞의 푸조나무 아래에 앉아서 커다란 수사슴 가죽을 벗기고 있자니 해수욕을 하러 간 스세리히메가 처음 보는 젊은이와 함께 돌아왔다.
"아버님, 바다서 만난 분인데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 데려왔습니다."
스세리히메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킨 스사노오에게 먼 나라의 젊은이를 소개했다.
젊은이는 그림 같은 얼굴과 넓은 어깨를 지닌 남자였다. 적색과 파란색 목주를 목에 걸고 두터운 고려검을 찬 모습은 거의 소년 시절 그 자체를 눈앞에 표현한 것만 같았다.
스사노오는공손한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며
"그대 이름은 뭐라 하는가?"하고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아시하라 시코오라 합니다."
"왜 이 섬에 왔지?"
"식물과 물이 필요하여 배를 대었습니다."
젊은이는 조금도 거리낄 게 없단 얼굴로 하나하나 확실히 대답했다.
"그러냐. 그럼 저기로 가서 멋대로 밥을 먹거라. 스세리히메, 안내는 네게 맡기마."
둘이 궁 안으로 들어가니, 스사노오는 다시 푸조나무 그늘에 앉아 솜씨 좋게 칼을 움직여 수사슴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내심은 어느 틈엔가 묘한 동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맑은 하늘 아래 바다와 닮아 있던 이제까지의 조용한 생활 속에 폭풍을 담은 구름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듯한 감정이었다.
사슴 가죽을 다 벗긴 그가 궁 안으로 돌아온 건 어두컴컴해진 시기였다. 그는 넓은 계단을 오르고는 여느 때처럼 대응접 문에 걸려 있는 하얀 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스세리히메와 아시하라 시오코가 마치 둥지를 공격 받은 두 마리 사이 좋은 작은새처럼 황급히 자리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 안에 발을 들였으나, 이윽고 아시하라 시오코의 얼굴에 원망 섞인 시선을 보내며
"너는 오늘밤 여기 머물러 뱃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가거라"하고 반쯤 명령적인 말을 던졌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 말에 기쁜 인사를 보냈으나 그럼에도 또 어딘가 겸연쩍은 기척은 감추지 못했다.
"그럼 어서 저곳으로 가 사양 않고 편히 쉬도록. 스세리히메――"
스사노오는 딸을 돌아보고는 불쑥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남자를 벌을 키우는 방으로 데려가라."
스세리히메는 순간 새파랗게 질린 듯했다.
"어서 못할까!"
아버지는 그녀가 주저하는 걸 보고는 거친 곰처럼 소리쳤다.
"네. 그럼 이리 오시죠."
아시하라 시오코는 다시 한 번 정중히 인사하고는 스세리히메의 뒤를 쫓아 대응접을 뒤로했다.
넷
대응접 밖으로 나오니 스세리히메는 어깨에 걸친 천을 들어 아시하라 시오코에게 건네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벌을 키우는 방으로 들어가시면 이걸 세 번 휘두르시지요. 그럼 벌에 물리는 법이 없습니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되물 새도 없이 스세리히메는 작은 문을 열어 방 안으로 그를 안내했다.
방안은 어두웠다. 방에 들어온 아시하라 시오코는 손을 뻗어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손은 그녀의 머릿결에 손가락 끝이 닿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천을 더듬으며 멍하니 방안에 서있었다. 그러자 눈이 익숙해진 덕일까. 서서히 주위가 눈에 들어 오는 듯했다.
그렇게 들여다 보니 방 천장은 커다란 통만한 벌집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심지어 그 벌집 주위에는 그가 허리에 찬 고려검보다 한 층 더 큰 벌이 몇 마리나 유유히 기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달려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밀고 당겨본들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한 마리 벌은 비스듬하게 마루 위에 내려와서는 둔한 날개 소리를 내며 서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지독한 사태에 창백해진 그는 아직 벌이 말밑까지 오기 전에 황급히 그걸 밟아 죽이려 했다. 하지만 벌은 그 순간 한 층 더 높은 날개소리를 내면서 그의 머리 위로 올랐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벌도 인기척에 화가 났는지 마치 바람을 탄 불화살처럼 하나한 그의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세리히메는 응접에 돌아와 벽에 횃불을 붙였다. 불빛은 바닥에 누운 스사노오의 모습을 붉게 비추었다.
"벌 키우는 방에 두고 왔겠지?"
스사노오는 딸의 얼굴을 보면서 또 불쾌감 서린 목소리를 냈다.
"제가 아버님 말씀을 어긴 적이 있나요."
스세리히메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응접실 구석을 보았다.
"그러냐? 그럼 앞으로도 내 말을 어기지 않겠지?"
스사노오의 그런 말 안에는 비꼼이 섞여 있었다. 스세리히메는 목주를 만지작거리면서 어긴다 어기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 말 않는구나. 어길 셈이냐?"
"아뇨――아버님은 왜 그런――"
"어길 생각이 없다면 해둘 말이 있다. 나는 네가 저 젊은이의 아내가 되는 건 용납 못한다. 스사노오의 딸은 스사노오의 눈높이에 걸맞는 지아비를 가져야 하지. 알겠느냐? 앞으로도 그 일을 잊지 말아라."
밤이 더욱 깊어진 후, 스사노오는 코를 골았으나 스세리히메는 홀로 초연히 응접실 창문에 기댄 채로 붉은 달이 소리도 없이 바다에 잠기는 걸 지켜보았다.
다섯
다음 날 아침, 스사노오는 여느 때처럼 바위가 많은 바다에 수영하러 갔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던 아시하라 시오코가 그의 뒤를 쫓아 기세 좋게 궁에서 내려왔다.
그는 스사노오의 모습을 보자 유쾌하게 웃으며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했다.
"그래, 어젯밤엔 잘 잤느냐?"
스사노오는 바위 구석에 앉은 채로 수상쩍다는 얼굴로 상대를 보았다. 실제로 이 기운찬 젊은이가 왜 벌을 키우는 방에서 죽지 않았는가? 스사노오의 추측 영역을 뛰어넘은 일이었다.
"네, 덕분에 잘 잤습니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발밑에 떨어져 있던 바위 하나를 주워 바다 위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바위는 긴 포물선을 그리며 구름이 붉은 하늘로 날아갔다. 그리고 스사노오가 던져도 닿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먼 파도 안에 떨어졌다.
스사노오는 입술을 깨물며 가만히 그 바위가 향하는 방향을 보았다.
두 사람이 바다서 돌아와 아침상 앞에 앉았을 때, 스사노오는 떨떠름한 얼굴로 사슴의 한 쪽 허벅지를 물으며 그와 마주한 아시하라 시오코에게
"이 궁이 마음에 들면 며칠이고 머물러도 좋다"하고 말했다.
옆에 있던 스세리히메는 이 괴상한 친절을 잘못 받아들이지 않도록, 아시하라 시오코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마침 그때 쟁반 위 생선에 젓가락을 뻗던 탓인가 그녀의 신호도 알지 못한 채로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 이삼 일만 더 신세를 질까요"하고 기쁘게 대답했다.
하지만 다행히 오후가 되자 스사노오가 낮잠을 잔 틈을 타 두 연인은 성을 빠져나와 그의 나뭇배가 연결된 한적한 해변가의 바위 사이서 바쁜 행복을 훔칠 수 있었다. 스세리히메는 향이 좋은 해초 위에 누우며 잠시간 단지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아시하라 시오코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이윽고 그의 팔을 잡아당기고는
"오늘밤도 이곳에 머무르시면 당신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한 시라도 빨리 도망치시지요"하고 걱정스레 재촉했다.
하지만 아시하라 시오코는 웃으면서 아이처럼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당신이 여기 계신 동안은 아버님 손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신께 만에 하나라도 일이 생기면――"
"그럼 당장이라도 저와 함께 이 섬에서 도망치지 않으시겠습니까?"
스세리히메는 주저했다.
"그럼 저 또한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을 각오입니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다시 한 번 억지로 그녀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내치고는 황급히 해초 위에서 몸을 일으켜
"아버님이 부르시고 계세요"하고 부끄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장 어린 사슴보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바위 사이를 지나 궁쪽으로 올라갔다.
홀로 남은 아시하라 시오코는 아직 작은 웃음을 지은 채로 스세리히메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누워 있던 곳에는 어제 그가 받은 것과 같은 천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여섯
그날 밤 스사노오는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벌을 키우는 방과 마주한 또 다른 방에 아시하라 시오코를 넣었다.
방안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둠이 넓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그 암흑의 곳곳에는 마치 땅 밑바닥에 묻힌 무수한 보석 빛처럼 점점히 빛나는 게 있었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내심 이 빛나는 것의 정체를 괴이해하며 잠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걸 기다렸다. 그러자 곧 그의 주위가 서서히 희미하게 밝아짐에 따라 그 빛나는 것이 거의 말조차 삼킬 법한 엄청난 크기의 오로치의 눈임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오로치는 한두 마리가 아니라서 어떤 녀석은 대들보에 꽈리를 틀고 어떤 녀석은 기둥을 타고 오르고 또 어떤 녀석은 마루서 몸을 둥글게 마는 등, 방을 한가득 메운 채 꿈틀이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허리춤에 찬 검의 자루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설령 검을 뽑아본들 그가 한 마리 베는 사이에 다른 한 마리가 어려움 없이 그를 휘감아 죽일 게 분명했다. 아니, 실제로 오로치 한 마리가 그의 얼굴을 아래서 올려다 보았고 그보다 더 큰 한 마리는 대들보에 꼬리를 건 채로 공중에 매달려 그의 어깨 위를 향해 목을 뻗고 있었다.
방문은 물론 열리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그 뒤에서는 백발 스사노오가 비꼼 섞인 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문 너머 분위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아시하라 시오코는 열심히 검 자루를 쥐며 잠시 눈만 굴렸다. 그러는 사이, 그의 발밑에 자리한 오로치는 천천히 산과 같은 몸을 풀고는 한 층 더 높게 목을 든 채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향해 달려 들 기세를 보였다.
그때, 그의 마음에 불쑥 빛 한 줄기가 드는 것 같았다. 어젯밤 그는 벌이 그의 주위에 모였을 때 스세리히메에게 받은 천을 휘둘러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 스세리히메가 해변가 바위 위에 두고 간 천도 엇비슷한 기이한 힘이 있을지 모른다――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장 주워 온 천을 들고 세 번 가량 하늘하늘 휘둘러 보였다……
다음 날 아침, 스사노오는 또 돌이 많은 바다 옆에서 여전히 기운찬 아시하라 시오코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 어제는 잘 잤더냐."
"네, 덕분에 잘 잤습니다."
스사노오는 얼굴에 불쾌한 색을 드리우고는 상대를 노려보았으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한 번 여느 때의 냉정한 분위기로 돌아와
"그러냐. 그거 다행이구나. 그럼 이제 나랑 같이 수영이나 한 번 하자"하고 격의 없이 말했다.
두 사람은 곧장 옷을 벗고 파도가 거칠게 부는 새벽 바다를 헤엄쳤다. 스사노오는 타카마가하라에 있을 적부터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는 수영 실력을 지녔었다. 하지만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보다 더 해서 거의 고래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의 머리는 희고 검은 두 마리 갈매기처럼 바위 바람 부는 해안가서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일곱
바다는 끝없이 부풀어 올라 눈과 같은 파도를 두 사람의 주위서 일렁이게 했다. 스사노오는 그런 물줄기 속에서 이따금 아시하라 시오코를 향해 내키지 않는단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리 높은 파보다 오더라도 유유히 넘어가며 나아갔다.
그런 게 잠시간 이어지는 사이에 아시하라 시오코는 조금씩 스사노오보다 앞섰다. 스사노오는 조용히 어금니를 앙 다물곤 한 척이라도 뒤쳐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커다란 파도가 두세 번 거품을 흩뿌리는 사이 어려움 없이 스사노오를 제쳐버렸다. 그리고 겹쳐진 파도 너머서 어느 틈엔가 모습을 감춰버렸다.
"오늘이야말로 저 남자를 바다에 묻어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스사노오는 기어코 그를 죽이지 않는 한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졌다.
"젠장! 저런 질 나쁜 부랑자는 악어 먹이로라도 주면 되는데."
하지만 아시하라 시오코는 곧 자신이 악어라도 된다는 것처럼 유유히 돌아왔다.
"더 하실래요?"
그는 파도에 흔들거리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미소를 지으며 스사노오에게 물었다. 스사노오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더 이상 수영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날 오후, 스사노오는 아시하라 시오코를 데리고 섬 서쪽의 황야로 향했다. 여우나 토끼를 사냥할 셈이었다.
두 사람은 황야 외각이 자리한 살짝 높은 돌바위에 올랐다. 시야 한가득 펼쳐진 황야의 마른 풀은 두 사람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스사노오는 잠시 아무 말없이 그런 광경을 바라본 후, 활에 화살을 얹으며 아시하라 시오코를 돌아보았다.
"바람이 불어 형편은 좋지 않구나. 그래도 누구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가는지 한 번 겨뤄보자."
"네, 겨뤄보지요."
아시하라 시오코는 활쏘기에도 자신이 있는 듯했다.
"알겠냐? 동시에 쏘는 거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껏 활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동시에 놓았다. 화살은 파도치는 황야 위에 일자로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지 햇살에 화살촉이 반짝 빛난 채로 바람 부는 하늘에 뒤섞여 두 화살 모두 한 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승부가 났나?"
"아뇨――다시 한 번 해볼까요?"
스사노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몇 번 한들 무슨 차이냐. 그보다 성가시더라도 한 번 달려 내 화살을 찾아오거라. 그건 타카마가하라노쿠니서 가져 온 내 소중한 붉은 칠 화살이니까."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 말을 따라 바람 부는 황야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스사노오는 그 뒷모습이 높은 마른풀 사이로 가려지자마자 허리춤에 찬 보따리 안에서 재빠르게 부싯돌을 꺼내 바위 아래의 마른풀에 불을 질렀다.
여덟
색이 없는 불꽃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내뿜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 연기 아래서 풀이나 조릿대가 타는 소리가 귀에서 거칠게 튕기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그 남자를 처리했구나."
스사노오는 높은 바위 위에서 가만히 활을 지팡이 삼은 채로 맹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화염은 더욱 퍼져 갔다. 새는 괴롭게 울면서 몇 마리나 검붉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곧 연기에 휘감겨 불안으로 하나둘 떨어졌다. 멀리서는 그 모습에 폭풍에 휘둘러진 무수한 나무 열매가 끝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그 남자를 처리했어."
스사노오는 그런 심정 속에서 다시 한 번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어째서인지 말로 다 못할 쓸쓸함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날 이른 저녁, 이겨서 의기양양해진 그는 팔짱을 낀 채 궁 문 앞에 서서 아직도 연기가 올라오는 황야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세리히메가 저녁 준비가 된 걸 힘없이 전하러 왔다. 그녀는 어느 틈엔가 가족상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저녁 노을 속에 하얀 치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사노오는 불쑥 그녀의 슬픔을 짓밟고 싶어졌다.
"저 하늘을 보거라. 아시하라 시오코는 지금쯤――"
"알고 있습니다."
스세리히메는 고개를 숙였지만 생각보다 또렷히 아버지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러냐? 그럼 꽤나 슬프겠구나?"
"슬프지요. 설사 아버님께서 돌아가셔도 이만큼 슬프지는 않을 겁니다."
스사노오는 얼굴색을 바꾸어 스세리히메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이상 그녀를 뒤흔드는 건 어째서인지 불가능했다.
"슬프다면 멋대로 울라지."
그는 스세리히메에게 등을 돌려서 거칠게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궁의 계단을 올리며 원망 섞인 투로 혀를 찼다.
"평소의 나라면 아무 말도 듣지 않고 혼쭐을 내줬을 텐데……"
스세리히메는 그가 떠난 후에도 잠시 어둡게 타오르는 하늘을 향해 눈물 머금은 눈동자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윽고 고개를 숙인 채 초연히 궁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스사노오는 한사코 잠에 들 수 없었다. 그건 아시하라 시오코를 죽인 사실이 어쩐지 그의 마음 밑바닥에 독을 드리운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그 남자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오늘 밤처럼 묘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는데……"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푸른 내음이 나는 다다미 위에서 몇 번이나 뒤척였다. 그럼에도 잠은 쉽게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쓸쓸한 밤은 일찍부터 어두운 바다 너머에 희미한 푸른색을 펼쳐 갔다.
아홉
다음 날 아침, 이미 아침 햇살이 바다를 가득 비추고 있을 즘이었다. 아직 잠이 부족한 스사노오는 눈부시다는 양 미간을 찌푸리며 느릿느릿 궁의 문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계단 위에는 놀랍게도 아시하라 시오코가 스세리히메와 함께 앉아서 무어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도 스사노오의 모습을 보고는 놀란 듯했다. 하지만 아시하라 시오코는 곧 여전히 쾌할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붉게 칠해진 화살 하나를 건네며
"다행히 화살을 찾았습니다"하고 말했다.
스사노오는 놀람을 거둘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쩐지 무사한 젊은이의 얼굴을 보는 게 기쁜 것 같은 심정도 담겨 있었다.
"잘도 다치지 않았군."
"네, 정말 운 좋게 살았습니다. 그 불이 덮쳐 온 게 마침 이 화살을 주웠을 때였지요. 저는 연기를 가르며 걸어 일단 불이 없는 방향으로 열심히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도저히 서풍을 타고 오는 불보다 빠를 순 없었지요……"
아시하라 시오코는 잠깐 말을 끊고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부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이제는 타 죽을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굳혔을 때였습니다. 달리는 사이에 어떻게 된 건지 갑자기 발밑 땅이 무너지더니 커다란 구멍 속으로 떨어졌지 뭡니까. 구멍 속은 당초 어두웠습니다만 끝자락의 마른풀이 타기 시작하니 밑바닥까지 밝아졌지요. 그렇게 주위를 보니 몇 백 마리인지 모를 들쥐가 흙색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모여 있지 뭡니까……"
"어머, 들쥐라 다행이었네요. 그게 만약 독사기라도 했다면……"
찰나, 스사리히메의 눈동자 속에선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움직이는 듯했다.
"아뇨, 들쥐도 우습게 볼 게 못 됩니다. 이 붉은 화살에 깃털이 없는 건 그때 먹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불은 동굴 밖을 태우며 지나갔죠."
스사노오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또 이 운 많은 젊은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한 번 죽이자 결심한 이상 그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던 긍지가 만족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냐. 운이 좋았구나. 하지만 운이란 건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를 일이지……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구나. 모처럼 목숨을 건졌으니 나를 따라와서 머리의 이라도 잡아다오."
아시하라 시오코와 스세리히메는 도리 없이 그의 뒤를 따라 아침햇살이 들어오는 대응접의 하얀 발을 지났다.
스사노오는 응접 한 가운데서 불쾌하다는 양 양반다리를 하고는 스스로 묶은 머리를 풀고 적당히 마루 위에 늘어트렸다. 말라 비틀어진 갈대색을 한 머리는 거의 강처럼 길었다.
"내 이는 잡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런 그의 말을 흘려들으며 아시하라 시오코는 그 백발을 갈라 이를 보이는 대로 잡아 비틀었다. 하지만 머리 뿌리서 꿈틀이는 건 작은 이와 생각보다 표독해 보이며 둔색을 한 커다란 지네뿐이었다.
열
아시하라 시오코는 주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스세리히메가 어느 틈엔가 몰래 다가와서 한 줌의 푸조나무 열매와 붉은 흙을 그에게 건넸다. 그는 푸조나무 열매를 씹으며 붉은 흙도 같이 입에 담고는 자못 지네를 잡는 것처럼 마루 위에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스사노오는 어젯밤 자지 못한 피로가 나와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타카마가하라노쿠니서 쫓겨난 스사노오는 발톱이 벗겨진 발로 바위를 밟으며 험악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바위의 양치, 까마귀 소리, 그리고 차가운 둔색 하늘――그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하나같이 거칠고 차가운 자신이었다.
"내게 무슨 죄가 있지? 나는 그들보다 강했어. 하지만 강한 건 죄가 아니지. 죄는 오히려 그들에게 있다. 질투심이 깊고, 음험하여 남자답지 못한 그들에게."
그는 그렇게 분노하며 잠시 괴로운 걸음을 이어갔다. 그러자 길을 가로 막은 거북이 등껍질 같은 커다란 바위 위에 방울 여섯 개가 달린 백동 거울이 하나 얹혀 있었다. 그는 그 바위 앞에 멈추고는 가만히 거울을 보았다. 거울은 매끈한 표면 위에 젊은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얼굴이 아니라 그가 몇 번이나 죽이려 한 아시하라 시오코의 얼굴이었다……그렇게 생각하자 문득 꿈에서 깼다.
그는 커다란 눈을 뜨고 응접실 안을 돌아보았다. 응접에는 단지 아침 햇살이 맑게 드리울 뿐으로 아시하라 시오코도 스세리히메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뿐 아니라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긴 머리는 셋으로 갈라져 천장 서까래에 묶여 있었다.
"속였구나!"
바로 깨달은 그는 위세 좋게 외치고는 힘껏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곧 궁 지붕에 지진보다 심한 울림이 벌어졌다. 그건 머리를 묶은 세 서까래가 단숨에 날아가는 울림이었다. 하지만 스사노오는 귀도 기울이지 않은 채 오른손을 뻗어 두터운 사슴뿔 궁을 쥐었다. 그리고 왼손을 뻗어 깃털 화살 더미를 쥐었다. 마지막으로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 세 서까래를 질질 끌며 구름 봉우리가 무너지는 것처럼 궁 밖으로 나섰다.
궁 주위의 푸조나무 숲에선 그의 발소리가 잘 울렸다. 가지를 좀 먹은 다람쥐마저 땅에 떨어질 정도였다. 그는 폭풍처럼 나무 사이를 빠져 나갔다.
숲 바깥의 절벽 위, 절벽 아래는 바다였다. 그는 그곳에 서곤 눈썹 위에 손을 얹으며 넓은 바다를 둘러보았다. 바다는 높은 파도 너머서 햇살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또 겹쳐진 파도 안에는 익숙한 나무배 하나가 바다로 바다로 나가는 중이었다.
스사노오는 활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가만히 배를 보았다. 배는 비웃듯이 작은 돛을 빛내며 가볍게 물결을 넘었다. 그뿐 아니라 뱃머리에는 아시하라 시오코, 선미에는 스사리히메가 탄 것 또한 뻔히 보였다.
스사노오는 활에 화살을 얹었다. 활을 잡아당기고 화살촉은 눈앞의 나무배를 향했다. 하지만 화살은 일자를 유지한 채로 간단히 현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 틈엔가 그의 눈매에는 미소와 닮은 게 떠올랐다. 미소와 닮은――하지만 그곳에는 또 동시에 눈물에 비슷한 것도 담겼다. 그는 어깨를 우뚝 세운 채로 적당히 활을 던져버렸다. 그리고――자못 견디지 못하겠다는 양 폭포보다도 더 큰 웃음을 내질렀다.
"나는 너희를 축복한다!"
스사노오는 높은 절벽 위에서 저 멀리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나보다 더 힘을 쌓아라. 나보다 더 지혜를 갈고닦아라. 나보다도……"
스사노오는 조금 주저한 후, 배 밑바닥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축복을 거듭했다.
"나보다 더 행복해져라!"
그의 말은 바람과 함께 바다 위로 울렸다. 그때 스사노오는 오오히루메무치와 싸웠을 때보다도 타카마가하라노쿠니서 쫓겨났을 때보다도, 코시노오로치를 벴을 때보다도 훨씬 천상의 신들에 가까운 유유한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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