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세이 사 년 십이 월의 일이다. 카가의 재상 하루나가의 가신 중 육백 석 봉토를 맡은 가신의 호위역을 맡은 호소이 산에몬이란 사무라이가 키누가사타헤의 차남 카즈마란 젊은이를 때려죽였다. 하물며 결투도 아니었다. 어느 밤 술시 쯤, 카즈마는 우타 모임이 끝나 남쪽 마굿간으로 돌아온 산에몬을 기습하려다 되려 산에몬의 손에 죽고 만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루나가는 산에몬 호출을 명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루나가는 총명한 주인이었다. 총명한 주인인 만큼 매사를 가신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그 실행을 명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한 번은 두 매 조련사에게 제각기 상벌을 주었다. 이는 하루나가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개요를 아래서 확인해보라.
"어느 날 이시카와의 이치카와무라의 아오에 단정학 무리가 내려왔다. 조련사가 이를 새장에 잡아서는 와카도쇼가 직접 진상하면 나리께서 꽤나 기뻐하실 거라 진언한다. 다음 날 아침 묘시에 어전 앞에 모여 이치카와무라로 향했다. 새장에는 나랏님께 받은 후지츠카사를 시작으로 참매 두 마리, 송골매 두 마리가 있었다. 후지츠카사의 조련사는 아이모토 키자에몬이란 자였는데 그날은 나리께서 후지츠카사를 보러 온다는 말에 당황하여 비를 머금은 논두렁에서 그만 발을 구른 탓에 참매가 날아가고 단정학도 일부 떠나버렸다. 그 모습을 본 키자에몬은 순간 정신을 잃고 이 자식 어디 가느냐 하고 소리를 질렀으나 곧 나리 앞이란 걸 깨닫고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낮게 낮추었다. 하니 나리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주라 말씀하셨다. 또 키자에몬의 충직함을 높게 사서 귀성 후 땅 백 석을 주고 하급 관리직을 주어 새장 관리와 함께 병행할 수 있게 하였다."
"그 후 후지츠카사는 야나세 세이하치가 관리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어느 날 나리가 세이하치를 불러 후지츠카사의 병이 어떻냐고 물으니 이미 치료가 되어 이제는 사람을 손 안에 쥘 정도라 말했다. 그러하니 나리께서 세이하치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허면 사람을 한 번 쥐게 해보라 명하였다. 세이하치는 도리가 없어서 자신의 아들 세이타로의 정수리 위에 작게 뭉친 먹이를 두어 아침저녁으로 후지츠카사와 만나게 했다. 허니 매 또한 서서히 사람의 정수리에 내려앉는 걸 기억한다. 세이하치가 조련사 리더에게 사람을 쥐게 할 수 없겠냐 물으니 그거 재밌겠다, 내일 남쪽 마굿간을 찾아서 챠보즈 오오바 죠겐을 쥐게 하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진 시에 마굿간으로 가서 오오바 죠겐을 가운데에 세워 세이하치가 후지츠카사를 날리니 매는 곧장 일직선으로 날아 죠겐의 정수리를 붙들었다. 세이하치는 해냈다고 기뻐하며 마루아게(새의 담을 뜻한다)를 뽑기 위한 작은 칼을 한 손에 꺼내 들고 죠겐을 향해 달려 들었다. 이에 나리께서 무얼 하느냐고 물으니 세이하치는 이에 겁도 먹지 않고 매가 사냥감을 잡으면 담을 뽑아야 하지 않냐며 다시 죠겐을 찌르려 했다. 그러니 나리께서 굉장히 화가 나셔서 화승총을 들어 평소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곧장 세이하치를 쏴 죽이셨다."
두 번째론 하루나가가 평소부터 산에몬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이었다. 과거에 괴한을 제압할 적에 산에몬과 한 사무라이는 나란히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 심지어 한 사람은 미간 사이를, 산에몬은 왼쪽 뺨이 보라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하루나가는 그런 둘을 불러 기특하기 짝이 없다며 상을 주었다. 그러고는 "어떠냐, 아프더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한 사람은 "감사합니다. 허나 상처는 아프지 않습니다"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산에몬은 괴롭다는 양 "이만한 상처도 아파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고는 할 수 없을 테지요"하고 대답했다. 그 후로 하루나가는 산에몬을 정직한 사람으로 여겼다. 그 자는 말을 꾸미지 않는 듬직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런 하루나가는 이번에도 산에몬에게 자세히 듣고 볼 일이라 믿었다.
명령을 전달받은 산에몬은 머뭇머뭇 어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반성하는 기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색이 까무잡잡하고 근육이 잘 잡히며 조금 신경질적인 얼굴에는 결심의 그림자마저 희미하게 담겨 있었다. 하루나가는 우선 이렇게 물었다.
"산에몬, 카즈마가 그대를 기습했다 들었다. 허면 그대에게 무언가 원한을 품은 걸 테지. 어떤 원한을 품은 거냐?"
"무슨 원한을 품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나가는 잠시 생각한 뒤 확인하듯이 다시 물었다.
"허면 그대는 짐작 가는 게 없다?"
"짐작 가는 거라면 없습니다. 허나 그런 일로 원한을 가질 수도 있나 생각하는 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나흘 쯤 된 일입니다. 야마모토 코자에몬 경의 도장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가지는 시합이 벌어졌지요. 그때 저는 코자에몬 경을 대신하여 심판을 보았습니다. 물론 급이 낮은 몇몇의 승부만 봐준 것이지요. 카즈마의 시합도 역시나 제가 심판을 보았습니다."
"상대는 누구였지?"
"상대는 히라타 키다이후 경의 자제이신 타몬이란 자였습니다."
"그 시합에서 카즈마가 졌는가?"
"그렇습니다. 타몬은 손목 하나, 머리 둘을 챙겼지요. 카즈마는 한 번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요컨대 세 번 승부를 하는데 가장 꼴사나운 패배를 당한 거지요. 그러하니 어쩌면 심판을 본 제게 원한을 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허면 카즈마는 그대가 심판을 보며 편파를 했다 여긴 거로군?"
"그렇습니다. 허나 저는 편파 따위 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편파를 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카즈마는 편파가 있다 의심한 듯합니다."
"평소에는 어떻고? 그대가 카즈마를 상대로 말싸움 같은 걸 한 적은 없느냐?"
"말싸움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단지………"
산에몬은 조금 말을 흐렸다. 물론 말할지 말아야 할지 주저하는 기색으론 보이지 않았다. 하려는 말의 순서 같은 걸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루나가는 얼굴색을 푼 채로 조용히 산에몬이 이야기를 꺼내는 걸 기다렸다. 산에몬은 머지 않아 이야기를 꺼냈다.
"단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시합 며칠 전의 일입니다. 카즈마가 불쑥 제게 이전 번의 무례를 사죄하러 왔지요. 허나 이전 번의 무례란 게 대체 무엇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해서 또 뭐냐고 물었더니 카즈마는 쓴웃음을 짓기만 할 뿐 달리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달리 도리가 없어 무례하게 느낀 기억이 없으니 사과 받을 일도 없다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카즈마도 알았다는 양 그럼 제 착각이었을지 모르겠군요, 부디 신경 스지 마시길 하고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그때는 쓴웃음보다도 옅은 웃음 따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카즈마는 또 무얼 착각한 게냐."
"그건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별로 대단할 거 없는 사사로운 일이었을 테지요――다른 일은 무엇 하나 없었습니다."
다시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그럼 카즈마의 성격은 어떻더냐? 의심이 깊지는 않으냐?"
"의심 깊은 성격은 아닌 듯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젊은이가 으레 그렇듯 어떤 일이나 겉으로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 않는――대신 조금 격해지기 쉬운 성격이지 싶습니다."
산에몬은 잠시 말을 끊고는 말이라기 보다는 한숨과 같이 덧붙였다.
"그런 데다 타몬하고 한 시합은 중요한 경기였지요."
"중요하다니?"
"그 시합에서 이기면 가르침을 전수받을 예정이었으니까요. 물론 타몬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카즈마와 타몬은 동문 중에서도 마침 실력이 엇비슷한 관계였지요."
하루나가는 잠시 입을 다물고는 무어라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하지만 불쑥 마음이 바뀐 것처럼 이번에는 산에몬이 카즈마를 죽인 밤의 일을 묻기 시작했다.
"카즈마는 분명 마굿간 아래서 그대를 기다렸다지?"
"아마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날 밤은 갑자기 눈이 내리는 통에 저는 우산을 쓴 채 마굿간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마침 일행도 없었고 비옷도 입지 않아 걷던 참이었습니다. 그러자 바람소리가 거세게 불더니 왼쪽에서 눈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곧장 반쯤 열린 우산을 비스듬하게 좌로 돌렸습니다. 카즈마는 그 순간 달려들었고 저는 부상을 입지 않은 채 우산만 잘려 나갔습니다."
"말도 걸지 않고 달려들었나?"
"걸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무어라 생각할 여유도 없었지요. 저는 우산이 잘려 나간 동시에 저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뛰었습니다. 그때는 신발도 벗겨진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참격이 왔습니다. 두 번째 참격은 제 옷 소매를 오 촌 가량 베었습니다. 저는 또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뽑아내며 상대를 튕겨냈습니다. 카즈마의 옆구리를 벤 건 그 찰나였던 거 같습니다. 상대는 무어라 말했습니다………"
"어떻게 말했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단지 무언가 격렬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그때 카즈마란 걸 알았습니다."
"그건 목소리가 익숙했기 때문이로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알았단 게야?"
하루나가는 가만히 산에몬을 바라보았다. 산에몬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루나가는 다시 한 번 재촉하듯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산에몬은 하카마에 눈을 떨군 채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산에몬, 왜냐고 물었느니라."
하루나가는 어느 틈엔가 다른 사람처럼 위엄 있는 태도를 갖추었다. 이 태도 변화는 하루나가의 상투 수단 중 하나였다. 산에몬은 역시나 고개를 숙인 채로 겨우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왜냐"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의외일 정도로 굉장히 초연히 죄를 사죄하는 말이었다.
"참으로 쓸만한 사무라이 하나를 칼로 베어버린 건 산에몬의 죄이옵니다."
하루나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엄숙하게 산에몬의 얼굴을 향하고 있다. 산에몬은 더욱이 말을 이었다.
"카즈마가 원한을 품는 것도 당연하지요. 저는 심판을 볼 때에 편파를 했습니다."
하루나가는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그대는 방금 전 편파를 하지 않았다. 할 리도 없다고 말했을 터인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에몬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생각하며 회술하듯이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하는 편파란 그런 게 아닙니다. 하물며 카즈마를 지게 했다느니 타몬을 이기게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방금도 말씀드렸을 터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편파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요. 애당초 저는 타몬보다 카즈마에게 더 마음이 갔습니다. 타몬의 기술은 속되지요. 참으로 비겁하여 그저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승부에만 마음을 둔 사도의 기술입니다. 카즈마의 기술은 그렇게 비겁하지 않습니다. 한없이 올곧으며 적을 맞이하는 정도의 기술이죠. 저는 앞으로 이삼 년 지나면 타몬은 도저히 카즈마에게 이르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카즈마는 왜 지게 한 거냐?"
"글쎄요. 저는 확실히 타몬보다 카즈마를 이기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심판입니다. 심판은 어떤 때나 사심에 굽어서는 안 되지요. 한 번 두 사람의 죽도 사이에 부채를 들고 선 이상은 하늘에 따라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타몬과 카즈마가 맞섰을 때에도 공평만을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카즈마를 이기게 하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제 마음의 천칭은 꽤나 카즈마에게 기운 셈이지요. 저는 이 천칭을 평평하게 고치고 싶은 일념에 자연스레 타몬의 접시 위에 추를 더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더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타몬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나머지 카즈마에게 너무 가혹했던 겁니다."
산에몬은 또 말을 끊었다. 하지만 후라나가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단정히 자리한 채로 누가 먼저 나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타몬은 빈틈을 발견했는지 카즈마의 머리를 받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카즈마는 기합을 주면서 이를 튕겨냈습니다. 또 동시에 타몬의 손목을 쳤습니다. 처의 첫 편파는 그 찰나였습니다. 저는 분명히 그 한 판을 카즈마의 승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겼다 생각하자마자 아니, 죽도가 약하게 닿은 걸지 모른다는 생각이 따르더군요. 따라붙은 그 생각은 저의 결단을 둔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기어코 카즈마 위에 들어 마땅할 부채를 들지 못한 거지요. 두 사람은 또 한동안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즈마가 타몬의 손목으로 죽도를 뻗었습니다. 타몬은 그 죽도를 튕겨내며 카즈마의 손목을 쳤습니다. 타몬이 따낸 이 손목은 카즈마가 따낸 것에 비하면 약했을 테지요. 적어도 카즈마가 따낸 것보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 타몬을 향해 부채를 들었습니다. 요컨대 첫 승부는 타몬의 것이 된 셈이지요. 저는 일났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뒤편에선 아니, 심판을 잘못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되었다 생각하는 건 카즈마에게 기울어진 탓이라 속삭이는 자가 있었습니다………"
"해서 어떻게 되었느냐."
하루나가는 살짝 씁쓸하다는 양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산에몬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죽도 끝을 맞대었습니다. 가장 길게 기합을 넣은 게 이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카즈마는 상대의 죽도에 죽도가 닿자마자 대뜸 찌르기를 넣었습니다. 찌르기는 똑똑히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또 동시에 타몬의 죽도도 카즈마의 머리를 내리쳤지요. 저는 서로가 동시에 타격했음을 전하기 위해 부채를 똑바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사실은 동시에 치지 않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혹은 앞뒤를 정하는데 망설였던 걸지도 모르지요. 아뇨, 찌르기가 들어간 건 머리에 죽도가 꽂히기보다 먼저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은 네 번째 눈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먼저 달려든 건 카즈마였습니다. 카즈마는 다시 한 번 찌르기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카즈마의 죽도는 끝이 살짝 올라 있었습니다. 타몬은 그 죽도 아래를 내리쳤습니다. 그로부터 이래저래 열 합 가량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들어 간 건 타몬의 머리치기였지요………"
"그 머리치기는 어땠는가."
"훌륭했습니다. 이것만은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타몬의 승리였습니다. 카즈마는 이 머리를 뺏긴 후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초조해진 걸 보면서도 이번에야말로 카즈마에게 부채를 들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는 부채를 드는 걸 주저하게 되었지요. 두 사람은 이번에도 한동안 일곱여덟 합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카즈마는 무슨 생각인지 타몬을 몸으로 날리려 했습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건 카즈마가 평소에는 결코 그런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놀란 것도 당연하지요. 타몬은 몸을 옆으로 비틀고는 훌륭히 머리를 따냈으니까요. 이 마지막 승부만큼 황당했던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기어코 세 번 모두 타몬에게 부채를 들어주었습니다――저의 편파란 이와 같습니다. 이는 마음의 천칭으로 보면 말하자면 추 하나를 더했을 정도의 오류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카즈마는 이 편파 때문에 소중한 시합을 놓쳤습니다. 저는 이제 카즈마가 원한을 품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면 그대가 베었을 때 카즈마라 알게 된 건?"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어딘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카즈마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던 걸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곧장 그 괴한이 카즈마라 깨달은 걸 테지요."
"그럼 그대는 카즈마의 마지막으로 안타까워하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 역할을 가진 사무라이의 목숨을 잃게 한 것을 더할 나위 없는 죄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산에몬은 새삼스레 고개를 조아렸다. 이마에선 12월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땀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어느 틈엔가 마음이 풀어진 하루나가는 거창하게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됐어. 그대 마음은 이해하네. 그대가 한 일은 나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단한 일은 아니지. 단지 앞으로는――"
하루나가는 말을 끝내지 않고 힐끔 산에몬의 얼굴을 보았다.
"그대는 첫 검격을 막아내고 카즈마란 걸 알았다지. 허면 죽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산에몬은 하루나가의 물음을 듣자 벌떡 까무잡잡한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에는 요전 번에 본 대담한 빛이 담겨 있었다.
"죽일 수밖에 없지요. 산에몬은 가신입니다. 허나 또 사무라이기도 하지요. 카즈마를 안타까워할지언정 저를 기습한 괴한에게 안타까움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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