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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오카다 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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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서 오카다 군과 헤어진 지 벌써 12, 3년쯤 됐다. 그는 그 후 남프랑스의 고르도란 해안가로 옮겨서 그곳 사람이 되어버렸단다.

 파리 시절에는 서로 가난했으나 이따금 그는 그 빈곤함으로 나를 감탄시키곤 했다. 아오야마 쿠마지에게도 역시나 그런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는 늘 신사 같으며 방랑자 같은 기색을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 일종의 의지 같은 걸 갖고 있었다.

 그는 소박하고 단단한 혼을 지녔다. 국제적 생활에 익숙해지는 한편으로 일본인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그만큼 서양인 앞에서 당당히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은 일본인 중에선 많지 않으리라. 그게 무뚝뚝하다거나 오만하지도 않으니 그와 이야기하며 친절함을 느끼지 않는 서양인이 없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진정으로 국제적인 인물로서 우리의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 그가 화가로서 어떤 일을 했는가. 고국 사람들은 한 번쯤 꼭 봐둬야만 한다.

 재작년, 같은 화랑에서 자그마한 개인전을 열었으나 지휘를 맡은 내가 익숙지 않아 선전도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린 건 아마추어 눈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솔직하고 건강하며 본격적인 아름다움의 요소를 그의 그림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일본인의 생활 양식으로는 유화가 그 분위기에 녹아내리지 못할 우려가 있음에도 그의 그림은 신기하게도 방이나 토코노마에 잘 들어 맞는다. 그런 걸 보면 예술품에는 소재나 기술을 초월하는 정신이 있음을 똑똑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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