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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네즈미코조 지로키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초가을 늦은 저녁이었다. 시오도메의 선박장 이토야의 2층에선 한량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마주하여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 명은 까무잡잡하고 살짝 통통히 살이 오른 남자로 홀옷에 핫탄 히라쿠게 오비를 묶고 있는데 위로 걸친 코와타리 토잔 반텐과 함께 옹골찬 남자 다움을 한 층 더 돋보이게 하는 정취가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색이 하얗고 마주 앉은 남자보다는 체격이 작은 남자로, 손목까지 새긴 문신이 눈에 띈다. 풀이 떨어진 벤케이지마 홀옷에 주판 삼 척을 둥글둥글 감고 있는 것도 꽤나 방정맞게 보였다. 그뿐 아니라 이 남자는 처지가 비굴한지 상대 남자를 부를 때도 시종 형님 소리를 했다. 하지만 연배는 엇비슷해 보이는 만큼, 일반적인 형님 아우님하는 사이보다는 마음을 턴 교우 관계란 걸 알 .. 2022. 4. 12.
획기적 기획 - 키시다 쿠니오 철학자 데카르트를 두고 내가 무어라 이야기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프랑스 고전이란 넓은 의미로서 보는 데라크르트라면 우리나라에 올바르게 옮겨 심어야 마땅한 시기지 싶다. 데카르트가 그 시대에 찾아낸 건 우리가 새로운 동향 문화를 생각함에 귀중한 자료가 될 터이며 삼백 년 전에 서양 발전과 혼란을 이미 예언한 그의 사상은 그야말로 현대를 사는데 가장 건전하고 진보적인 사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일본어로 철학이라 말하면 일반인은 성가신 일로 생각하곤 하나 그건 수많은 일본 철학자의 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데카르트의 번역가들은 하나 같이 일상 언어와 전문어의 거리를 되도록 좁혀내는 재능과 실력에 풍부한 사람들로 꼽았다. 이런 기획은 필시 획기적이리라. 2022. 4. 11.
'생각지 못한 수확'에 대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경애하는 선배, 나이토 아로 씨의 근저 '생각지 못한 수확'에 대해 무어라 적으라는 게 본지 편집자의 명이다. 먼저 내용은 '정관과 소요', '사람과 작품', '인상과 추억', '독후', '신변잡사', '십이 인 일 수' 여섯 개로 나뉘고 이에 사엽의 서정적인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각 항목은 또 제각기 풍부한 표제를 품고 있으나 그 하나하나를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새는 없다. 단지 약간의 사례를 꼽자면 "프랑스 문예의 맛"이란 문장은 아마 오늘까지 어떤 전문가도 건드리지 않은 문제를 친절히 또 수완 좋게 건드린 것으로 "소심의 시인 베를렌" 및 "상선 테나시티의 작가' 둘은 참으로 희소한 이해와 애정으로 쓰여진 글로 '인상과 추억'란은 특히 저자의 유쾌하면서도 감동으로 가득 찬 눈초리를 떠올릴 수.. 2022. 4. 10.
'지구도' 서 - 다자이 오사무 "신조" 편집자 나라사키 츠토무 씨가 내게 명하길 "근래의 감상 운운을" 적어보랍니다. 생각하기에 "다스 게마이네"의 주역 따위를 해보라는 친절심에서 나온 말일 테지요. 졸작 "다스 게마이네"는 이 나라의 저널리즘에게 과거에 없었을 정도의 부당한 냉대를 받아 저로선 말로 못할 고통을 받았습니다. 혀를 태우고 가슴이 타오르고 온 생명을 담은 절규를 했음에도 마이동풍인 마당에 이제 와서 무슨 감상을 쓰란 말일까요. 단지 왼쪽에 "지구도"를 제목으로 하는 한 편을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이는 풍자도 아니며 격언도 아니고 한 편의 슬픈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20대의 독자여,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읽은 후에 이 나라가 아직 길을 헤매어 좋은 백석 하나 없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의 피가 눈.. 2022. 4. 9.
'어머니' - 키시다 쿠니오 본지('극작') 3월호에 발표된 타나카 치카오 군의 처녀작 '어머니'를 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뿐이다. 그건 "이 확실한 극적 재능이 앞으로 얼마나 뻗어 얼마나 성장하는가 큰 기대를 지녔다"이다. 사실 이 작품에 처녀작 딱지를 붙이는 건 너무나도 비양심적이다. 되려 시초작으로 창고에 보관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비평은 아마 비평조차 되지 못할 테지만 그런 인상을 주는 작품의 맛은 꽤나 버리기 어려워서 말하자면 전채 요리의 푸아그라와 같다. 나는 타나카 군의 얌전한 데뷔를 기뻐하는 동시에 타나카 군이 이를 계기로 넓은 미래를 만든다면 그 또한 현명한 일이라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1933년 5월) 2022. 4. 8.
'연극'을 창간하며 - 키시다 쿠니오 현대 연극이 순수하고 건전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문학예술의 넓은 영역과 더 견밀한 접촉을 취해 제각기 분야서 활발한 협력이 요구되리라는 견해에 따라 우리는 주위 사람들을 모아 '구름회'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회원은 제각기 소설가, 극작가, 시인, 비평가, 미술가, 음악가, 무대 및 영화 연출가, 배우 등이 있는데 또 동시에 제각기 새로운 연극의 장래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진 대중을 대표하고 있다. 우리가 현대 연극에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는가. 우리가 그에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이는 항상 미묘하게 이어져 있는 문제이다. '구름회''의 일은 그런 문제를 서서히 해결해가는 것이다. 잡지 '연극' 창간은 모임의 사업 중 하나이나 하쿠스이샤가 자발적으로 그 부담을 맡아 발행 의무를 인계해주기로 했다. 우.. 202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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