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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미나노가와와 우자에몬 - 다자이 오사무 요코즈나 미나노가와가 우리집 근처에 살고 있다. 요컨대 나란히 미타카쵸 시모렌쟈쿠의 주민인 셈이다. 나는 스모를 조금도 알지 못하나 그래도 요코즈나 미나노가와의 이야기는 이따금 듣고 있다. 듣기로는 미나노가와는 덩치에 관한 질문을 무엇보다도 두려워 하는 듯하다. 또 자신의 실제 키보다도 조금 줄여 말하는 듯하다. 요컨대 거한인 자신을 증오하는 셈이다. 자기혐오, 수줍음, 묵언. 그런 경우겠지.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역 앞의 주점에 배달을 갔다 주점 아주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다. 역시나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 우편국에 가서 창구를 실수하여 온 얼굴로 땀을 벌벌 흘리며 웃지도 않고 그저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미나노가와의 모습을 보고 항상 대단한 사람이지 싶다. .. 2022. 3. 24.
물밑바닥 - 나츠메 소세키 물 밑바닥, 물 밑바닥, 산다면 물 밑바닥. 깊게 이어지고 깊게 잠겨 영원히 살아보세 그대와 나. 흑발이 길게 날리고 말부스러기와 함께 부드럽게 출렁이네. 꿈 아닌 꿈의 생명이랴. 어둡지 않은 듯 어두운 주위여. 기쁜 물 밑바닥. 맑은 우리에게 비난은 멀고 우울함은 지나지 않네. 유야무야의 마음이 일렁여 사랑의 그림자 보는가. ――메이지 37년 2월 8일 테라다 토라히코에게 보내는 서란 끝자락에―― 2022. 3. 23.
고양이의 광고문 - 나츠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주인은 교사이다. 메이테이는 미학자, 간게츠는 과학자, 하나 같이 당대의 괴짜에 태평시대의 서민이다. 나는 고맙게도 이 선생들의 두터운 대우를 받아 이렇게 이 평생을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나는 또 고양이에 걸맞는 성의로 카네다 영부인의 높은 코를 독자에게 알릴 수 있음을 평생생의 자랑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2022. 3. 22.
현학산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그건 작게 만들어진 품격 있는 문이 자리한 집이었다. 물론 이 근방에선 드물지도 않은 집이었다. 하지만 '현학산방'이란 팻말이나 울타리 너머 보이는 정원수는 어떤 집보다도 풍류로 넘쳤다. 이 집 주인, 호리코시 겐카쿠는 화가로서 조금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산을 만든 건 고무도장 특허를 받은 덕이었다. 혹은 고무도장 특허를 받은 후로 땅을 사고팔은 덕이었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던 교외의 어떤 땅은 생강마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붉은 벽돌집이나 푸른 벽돌집이 늘어선 소위 '문화 마을'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현학산방'은 작게 만들어진 품격 있는 문이 자리한 집이었다. 특히 요즘엔 정원 소나무에 눈을 막는 줄을 걸거나 현관 앞에 마른 송엽에 자금우 열매가 붉.. 2022. 3. 21.
단 군이 하는 일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단 군이 하는 일의 성격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희미하게 알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모종의 이유로 뜸을 들이고 괜히 좌우고면하여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확언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야 단 군도 내키지 않으리라. 단 군의 탁월함은 극히 명확하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인과의 실을 끊고 순수찰나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정확히 고정시키는 전도미문의 수라도이다. 단 군이 하는 일의 듬직함도 성실함도 사람들에게 통쾌할 정도로 들어 맞을 게 분명하다. 그 진짜 영광의 날까지는 단 군도 죽어서는 안 된다. 단 군이 하는 일은 오늘날에 이미 당당하기 짝이 없다. 구태여 뒷날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2022. 3. 20.
'풍문'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풍문", "신랑", "누구", "축견담", "갈매기", "원숭이 얼굴을 한 남자", "리츠코와 사다코", "지구도" 작년 여름에 출판된 창작잡 "치요메" 이후의 작품을 모아 독자에게 바친다. 페이지수 사정으로 "치요메" 이전 작품도 넣을 수밖에 없어 아쉽긴 하나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의하며 편집하였다. 권두의 약 백 장 가량의 "풍문"은 문학계, 신조, 분게이 세 곳에서 삼 분할하여 발표한 걸 하나로 정리한 것이다. 한 번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되리라 본다. 요즘 들어 나는 책임이 무거워진 걸 느끼고 있다. 중요한 때지 싶다. 십칠 년, 절분 밤.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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