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번역 - 키시다 쿠니오 번역이란 일에 여러 이론을 붙이는 자도 있으나 대부분의 번역은 번역가 본인을 위해 하는 일이다. 번역을 읽고 원작을 논하는 건 아주 위험하다는 말도 있고 또 번역은 하나의 문화 사업이란 구실도 있으나 번역 그 자체는 돈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해보면 좋을 일이다. 번역한다는 건 원서를 적어도 열 번은 반복해 읽는 일이다. 번역을 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어학력의 밑바닥을 알 수 있다. 번역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일본어를 못 했나 하고 깨닫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약이 된다. 한 번 읽어 재밌던 책이 번역하면서 읽거나 혹은 다 해버리고 난 뒤에는 재미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재미없는 작품이란 증거이다. 완성된 번역을 통해 원문의 그림자가 전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번역된 문장이 뛰어난.. 2022. 3. 30. 재미가 아닌 -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말로를 생각해 오싹해져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밤에는 지팡이를 질질 끌며 아파트서 나와 우에노 공원까지 걷는다. 내 하얀 유카타도 이젠 계절감을 잃어서 아마 하얗게 눈에 띄겠지 싶었다. 더욱 슬퍼져 사는 게 싫어졌다. 시노아즈이케를 스치며 부는 바람은 미적지근하고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연못의 연꽃도 자란 채로 썩어서 비참한 추태를 드러내고 줄지어서 저녁의 선선한 바람을 쐬는 사람들도 얼빠진 얼굴을 한 채로 피로의 색이 짙으니 세상의 종말을 떠올리게 했다. 우에노역까지 와버렸다. 무수한 검은색 여행객이 이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정차장서 우글우글 꿈틀거리고 있었다. 모두 떨거지 같은 처지다. 내게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토호쿠 농촌의 마의 입구라 불린다. 여기를 지나 도심으로 나.. 2022. 3. 29. 아침 - 다자이 오사무 나는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하여 집에서 일을 하면서도 멀리서 친구가 찾아올 걸 남 몰래 기대하곤 한다. 그때 현관이 덜컹 열리면 눈살을 찌푸리고 입에 힘을 주다가도 실은 가슴이 뛰어 쓰다 만 원고용지를 정리하고는 그 손님을 맞이한다. "아, 작업 중이셨나요." "아뇨 뭘." 그리고 그 손님과 함께 놀러 나간다. 하지만 그래서야 도무지 일이 되지 않으니 어떤 곳에 비밀의 작업실을 마련하였다. 작업실이 어디 있는가. 이는 가족도 알지 못한다. 매일 아침 아홉 시면 나는 집사람에게 도시락을 부탁하여 작업실로 출근한다. 비밀 작업실을 찾는 사람도 없기에 일도 대개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오후 세 시쯤 되면 피로도 찾아오고 사람이 그리워지며 무엇보다 놀고 싶어서 적당히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 2022. 3. 28. '완구'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완구", "어복기", "지구도", "사루가시마", "메쿠라소시", "피부와 마음", "귀뚜라미", "축견담" "완구"부터 "메쿠라소시"에 이르는 다섯 편은 내 첫 창작집 "만년"에서 선정한 작품이다. 상징주의의 냄새가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 권두의 "완구"는 산문시라 해도 좋을 정도지 싶다. "메쿠라소시"는 쓰고 있을 때에는 정말로 슬펐는데 지금 읽으니 유머러스한 부분이 적지 않다. 비통도 정도를 넘으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우프헤벤하는 듯하다. "만년"의 초판은 쇼와 십일 년에 스나고야쇼보란 곳에서 출판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이다. 후에 축쇄판도 출간되었다. "피부와 마음"은 쇼와 십사 년에 썼다. 나는 남자인 주제에 얼굴의 분출물이 지독해서 이런 작품을 떠올렸다. "견축담"도 어느 .. 2022. 3. 27. '매연' 서장 - 나츠메 소세키 "매연"이 아사히 신분에 개제되어 유명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저자는 이를 단행본으로 만들어 다시 세간에 공개하려 계획했다. 출판사도 물론 찬성해 이미 인쇄기를 돌려 활자를 박으려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쯤 내각이 바뀌어 저자의 검역이 갑자기 성가셔져 출판사는 혹시 모를 일에 겁을 먹어 직접 경보국장의 의견을 확인하러 갔다. 그러자 경보국장은 출판에 반대한다는 뜻을 엿보였다. 만약 무작정 발매한다면 반드시 발매 금지할 거라 해석되어 출판사는 물러났다. 저자도 도리 없이 매연의 스크랩을 품에 안고서 참으로 비루해짐을 느꼈다. 그러던 차 어떤 똑똑한 남자가 나타나 매연의 모든 내용을 출판하면 불탈 우려가 있으니 그중 안전한 부분만 잘라내 소책자로 묶자는 제안을 했다. 저자는 조금 생각한 .. 2022. 3. 26. '우바스테' 후기 - 다자이 오사무 수록――"잎", "열차", "I can speak", "우바스테", "도쿄 팔경", "지렁이 통신", "사토", "방문자", "치요메" 이 단편집을 읽으면 제 과거 생활이 어땠는지 대강 추측할 수 있을만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책을 짜보았다. 지독한 생활이었지만 지금 생활도 지독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지독해질 듯한 예감마저 든다. 마지막의 "치요메"는 내 생활을 쓴 게 아니나 현재의 "문화 유행"의 기현상을 건드리는 듯하여 덧붙여 두었다. 쇼와 22년 이른 봄 2022. 3. 2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