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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나츠메 소세키

'매연' 서장 - 나츠메 소세키

by noh0058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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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연"이 아사히 신분에 개제되어 유명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저자는 이를 단행본으로 만들어 다시 세간에 공개하려 계획했다. 출판사도 물론 찬성해 이미 인쇄기를 돌려 활자를 박으려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쯤 내각이 바뀌어 저자의 검역이 갑자기 성가셔져 출판사는 혹시 모를 일에 겁을 먹어 직접 경보국장의 의견을 확인하러 갔다. 그러자 경보국장은 출판에 반대한다는 뜻을 엿보였다. 만약 무작정 발매한다면 반드시 발매 금지할 거라 해석되어 출판사는 물러났다. 저자도 도리 없이 매연의 스크랩을 품에 안고서 참으로 비루해짐을 느꼈다.
 그러던 차 어떤 똑똑한 남자가 나타나 매연의 모든 내용을 출판하면 불탈 우려가 있으니 그중 안전한 부분만 잘라내 소책자로 묶자는 제안을 했다. 저자는 조금 생각한 끝에 이 생각에 동의하여 곧장 매연의 전반부, 요컨대 요키치가 귀성길에서 돌아와 도쿄에 이르는 부분만을 일단 제1권 삼아 활자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저자가 선택한 부분은 매연의 골자가 아닌 점에선 굉장히 유감이나 안전하단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이만큼 안전한 장은 없다. 누가 읽어도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 그런 데다가 다른 시점에서 보면 중요한 후편보다 되려 완성도가 좋은 듯하다. 다시 읽어 볼 새가 없어 확실히 판단을 내리는 건 주저되나 당시 신문은 빠짐없이 읽어두었다. 아직 남아 있는 당시의 인상은 아마 확실하지 않나 싶다. 그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듯한 말로 늘려보면 이와 같다――매연 후반부는 도무지 까끌까끌한 부분이 많아서 문제다. 굉장히 아프고 절절한 부분을 반재미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은 듯하다. 하지만 전반부선 그런 병폐가 꽤나 적다. 일관된 분위기가 관철되며 음울한 색이 꽉 차서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다. 이런 면에서 저자가 전반부만 공개하는 건 찬성하는 바이다.
 이런 전편의 특색으로 독자에게 주의하고 싶은 건 사건의 충실함이란 부분이다. 이를 조금 자세히 말해보자면 사건이 주마등처럼 나온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사건이 발전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독자를 압박할 정도로 제각기 줄지어 다가온다. 마치 금을 이어 붙인 것처럼 조금의 틈새도 없이 다가온다. 따라서 독자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사건에 잡아 끌려 숨을 쉴 수 없다 해도 거짓은 아니나 사실은 되려 괴로워 숨을 쉴 여유를 독자에게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반쯤 사건 그 자체의 성질에서 나온다는 것도 함께 주의해주고 싶다. 매연의 주인공이 귀향길서 돌아와 다시 도쿄로 돌아갈 때까지 만나고 회상하는 사건은 결코 심상치 않다. 하나같이 강렬하며 저 멀리 나아간 색채를 두르고 있다. 요키치는 개귀를 소금 절임으로 해 먹는 여자의 꿈을 봤다고 서술한다. 주인공은 하룻밤 꿈마저 천하를 놀래키는 내용이어야 마음이 풀린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러하니 독자가 받는 감정 중에는 저자가 굉장히 고심했구나 하는 자각이 드는 동시에 그게 자신의 삶에 반영되어 읽는 게 괴로워지는 경우도 있다. 또 사건이 너무 줄지어 있기 때문에(그 분위기는 음울하긴 하나) 거의 센세이널한 얄팍한 소설과 등을 맞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사건이 이만큼 충실한 것치고는 성격이 나오지 않는 게 신기하긴 하다. 저자는 그만큼 성격이 적혀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할지 모르나 내가 말하는 성격이란 요키치의 특색을 말한다. 작중에 적힌 건 요키치의 환경이다. 이는 짙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요키치는 얄팍하다. 왜냐하면 요키치의 언동이 그러한 환경 아래에 처한 평범한 사람이 할 법한 언동 이외에선 한 발자국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키치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두어도 메키치든 타키치든 한키치든 상관 없을 정도로 특수한 성격을 주지 않았다. 요는 요키치의 언동을 읽고 요키치와 함께 우울해진다. 하지만 요키치는 이런 종류의 인간이란 걸 저자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성격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이만큼 격렬한 사건 아래에 주인공을 두지 않더라도 담담히 심상치 않은 일 사이서 움직이는 그 사람의 특색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상은 내가 매연 전편을 다시 읽고 느낀 감상이다. 이의 맞고 틀리고는 어찌 되었든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조금 참고는 되지 않을까 싶어 서문으로 적었다. 그 뒤에 자리한 장점은 독자가 읽고 알아차릴 듯하여 일부러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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