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우치무라 나오야의 희곡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4. 30.
728x90
반응형
SMALL

 우치무라 나오야의 극작가로서의 출발은 '추수령'이라 해도 좋다. 구조선의 일본인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추수령'은 현대 일본의 '청춘'의 한 배경이 솔직한 눈으로 포착되어 건전한 감각으로 무대서 펼쳐지는 주목해 마땅할 역작이었다. 나는 고 토모다 쿄스케에게 권유받아 이를 츠키지자의 상연 목록에 더하기로 했다.
 '추수령'과 '잡목림' 사이에는 제법 세월의 거리가 있다. 극작가를 성숙하게 만드는 외부적 조건에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우치무라 나오야는 다른 수많은 극작가와 마찬가지로 내부적 조건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 연극에 애정을 주면서 생활인으로서의 자기 훈련에, 그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스가와라덴키의 상무이사역은 일개 기업가적 존재인 이상 시대를 사는 인간군과 달리 흥미로운 전형의 관찰을 소홀히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잡목림'은 노동계급의 미세한 걸 넘어 날카로운 심리추궁이 엿보이는데 나는 이 작가의 리얼리스트적 반면서 살짝 조심스레 자리한 판타지스트의 일면이 있는 걸 놓쳐서는 안 되지 싶다. 그의 극작가로서의 반역정신은 그 원만한 모럴 속에는 별로 드러나지 않고, 되려 현실파악의 기법 위에 보다 많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성공했다 알려진 라디오 드라마 "발자국 소리"의 리리컬한 구성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더욱이 우치무라 나오야의 작품에 특색을 주는 건 항상 '컨트롤'하는 힘 내지는 재능이다. 물론 예술가로선 이것만이 강점이라곤 할 수 없다. 그 또한 그게 작품의 아름다운 탄력이 되고 또 때로는 불리한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문학과 '의지빈약'이 표리를 이루는 게 평범한 것처럼 다뤄지는 공기 속에서 그가 작가로서 그 제작 기반에 강인한 '의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건 굉장히 보기 드물며 존중해줘야 할 사실이다. 나는 새로운 휴머니즘이 이따금 허무함으로 이어지는 걸 인정하지만 또 동시에 그게 행동 의욕, 불합리의 제압, 자신의 올바른 컨트롤면에서도 제대로 결실을 맺으리라 믿고 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